1910년 8월 29일 우리는 일본에게 나라를 강탈당했다. 기실 '한국 병합에 관한 조약'은 1주일 전인 8월 22일 비밀리에 체결되었기에 망국은 기정사실이었고 이 날은 대내외에 이 사실을 공포하는 날이었다. '제1조 한국의 황제 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한 모든 통치권을 완전 또는 영구히 일본 황제폐하에게 넘겨 준다'로 시작되는 총 8개항의 조약은 순종황제 서명 없이 공포됐고, 대한제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였다.

망국에는 지배층의 무능과 부패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일제가 내린 작위와 은사금에 일제의 주구로 변신했지 나라가 망했다고 책임을 지거나 자살을 하는 지배층이나 황족은 없었다. 초야에 묻혀 살던 호남의 선비 황현이 망국을 애통해하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언급하자 뒤이어서 호남출신의 집권당 대표와 여당 국회부의장등이 건국절의 법제화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건국절 이슈을 끄집어내어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국치일을 잊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부끄러운 역사라고 감추고 외면하기 이전에 왜 나라를 잃게 되었는가를, 다시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후계세대에게 확실히 교육시켜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조기를 게양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단체 차원에서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행사를 하고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기념일은 달력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어 버렸고 국가차원 에서의 기념행사도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구한말 열강의 이권다툼 속에서 속절 없었던 우리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고,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또 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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