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해남군농민회 사무국장)

 
 

연일 무더운 더위에 숨통이 막힐 듯하다. 농촌은 더위뿐만이 아니라 농업의 현실 또한 숨통을 막아버릴 것 같이 암담하기만 하다. 단경기에도 하락을 거듭하던 나락 값은 조생 벼 수확을 앞둔 지금 4만원대로 떨어졌고, 밭작물 또한 생산비에도 못미치는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창고에 재고미가 가득 쌓여있는데도 의무규정이 없어진 밥쌀은 수요가 있다며 수입하면서 영농의지를 꺽어 쌀 재배면적을 줄인다며 변동형 직불금 축소를 목표로 쌀 직불금 개편을 추진중에 있다는 것이다.

변동형 직불금은 정부가 쌀 수매를 폐지하면서 농가 소득 감소를 보전하겠다며 도입한 제도이다. 아무런 대책없이 변동형직불금을 축소하겠다는 것은 쌀 농가 소득보전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며 농가를 더 이상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이로써 도대체 이 정부의 농업정책은 자국의 농민을 보호하고 농업을 유지하려는 것인지 작정하고 망하게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2014년 우리나라의 생산자총수취액 중 농업인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농업보조금 비중은 3.8% 수준이다. 이는 가장 비중이 높은 스위스(35.8%)의 9분의 1, OECD 평균인 9.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U(14.9%)와 일본(10.6%), 미국(7.6%)도 우리보다 각각 3.9배, 2.8배, 2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농업인 1인당 보조금액을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보조금 수준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농협 미래전략부 분석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농업종사자수 1인당 평균 재정지불액은 618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OECD 평균(4014달러)의 고작 15.4%에 불과한 금액이다.

잘못된 농정으로 매번 피해는 농민의 몫이다. 문제는 붕괴된 농업을 회생시키려면 유지시키는 것보다 더 많은 재원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이 그 피해를 보는 것이다.

쌀 문제 뿐만이 아니다.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부는 7개 주요 채소작물에 대해 최저예시가격(최저보전가격)을 책정해 놓았다. 하지만 그 가격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양파의 경우 2015년 통계청 생산비 조사에서 kg당 356원이 조사되었는데 최저예시단가는 215원이다. 모든 품목이 정부기관 조사 생산비보다 50%를 밑도는 수준이다.

2016년 올해 10월은 3년마다 결정하는 최저예시가격 품목에 대한 단가를 결정하는 해이다. 이번만큼은 최소한 정부기관에서 조사한 생산비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농민도 소비자도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쌀, 농산물 가격. 이뿐이면 좋겠지만 정부는 노골적으로 관치농협을 만들겠다는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놓은 상태이다. 여기에 대기업이 농업생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대기업이 농업 분야에 진출해 막대한 자본력 등을 바탕으로 해당 농업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영세한 농업인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몇가지만 언급했지만 여기 언급에 빠진 주식인 쌀을 정부기관이 GMO(유전자변형작물) 시험재배를 통해 상용화하려는 등 어쩌면 농촌을 아비규환에 빠뜨리고 농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농업정책을 이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젠 막아야 한다. 지난 총선 때 국민들은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다. 농정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다. 결국 농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은 농민이 뭉치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틀어막아도 농민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뱉는 것이다. 어려워질수록 뭉치면 이겨낼 수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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