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채(시인)

 
 

여기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대흥사 계곡
낮달이 소나무잎에 입술이 물린채
몸을 빼지 못하는데
울음으로 목을 축인
산새 몇 마리
하루를 쪼아대며 불경을 외운다.

산바람 골바람이
허공에 금빛살을 긋고
소리없이 흐르는 고요의 물밑에
깊숙이 내려앉은 대둔산자락
흰구름 둥둥 걸려있는데
비우고 씻어낸 몸 계곡 물소리에 담아
무겁게 남은 내 안의 욕망 실어보낸다.

바람따라 물따라
오늘도 거친 호흡 걸러내며
눈은 앞산을 넘는데
살아 온 내 인생 뒤안길
몇 토막 삶의 이음새를 반추하며
낮은 자세로 되돌아보고
돌아갈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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