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원구성을 마친 해남군의회가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임시회를 갖고 본격적인 후반기 일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9일 상임위원회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위원장의 겸직을 문제 삼아 상임위 활동을 거부하며 파행을 맞기도 했다. 다음날 상임위를 마칠 수 있었지만 의장 선출 과정에의 갈등이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모습이다.
해남군의회의 의장 선출방식은 교황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부작용이 적지 않다. 교황선출방식은 라틴어에서 파생된 '콘클라베'로 불리는데 '열쇠로 잠그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 사전 입후보 없이 모든 구성원이 후보가 되고 그 후보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로 치러진다.
해남군의회도 11명의 의원들이 모두 군의장 후보가 되고 11명의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에 원하는 사람의 이름에 체크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 같은 방식은 현재 7대 의회까지 내려오며 관례가 돼버렸다.
해남군의회를 비롯한 많은 지방의회도 교황선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원 구성을 할 때면 담합과 야합 의혹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 고흥군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의원들 간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에 있다.
교황선출방식은 모든 의원이 후보가 되기 때문에 사전에 후보등록도, 정견발표의 시간도 가지지 않는다. 어느 후보가 의장이 되며 어떤 정견과 비전, 철학을 가지고 의회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대부분 정책 대결이 아닌 당, 다선, 나이, 친분 등에 의해 의장이 선출된다. 필연적으로 물밑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를 지지해주는 의원들을 줄 세우고, 편을 가르고 투표 전 이미 당선자가 결정되는 것이 다반사다. 감투를 쓰기 위해 같은 당 소속 의원들끼리의 다툼도 벌어진다.
해남군의회 역시 의장단 선출 때마다 주고받기식 사전 조각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리 욕심에 의원간 반목과 갈등도 생긴다. 이번 해남군의회 후반기 의장 구성 역시 많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였지만 이미 투표 전 편이 갈렸던 것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교황선출방식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높다. 대구시에서는 대구참여연대가 교황선출방식을 개선할 것을 주장하며 대구시의회와 중구, 동구, 남구, 달성군의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해남군의회에서도 지난 6대 의회 전반기 원구성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던 이정확 의원이 선출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여전히 교황선출방식이 관례로 남아있다.
적어도 민주주의에 의해 선출된 군의원이라면 의장을 선출할 때 어떤 방식이 돼야 민주주의일지 고민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