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과일부문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국민과일의 자리를 꿰찬 바나나 마케팅이 유행이다. 초코파이뿐만 막걸리, 소주에 이르기까지 바나나의 맛을 이용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바나나는 비싸서 감히 먹어볼 엄두도 못 내던 과일이었는데 격세지감이 든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바나나는 3/4은 과일 디저트용이고, 1/4은 조리용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개인의 섭취 칼로리의 절반 이상을 바나나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도 있을만큼 중요한 작물이다.

원래 야생바나나는 크고 딱딱한 씨로 가득 차있었으나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돌연변이가 나타나 이를 식용으로 확대 재배한 것이다. 바나나는 수확 후 밑동을 잘라 다시 줄기를 자라게 하는 수확방식을 가지고 있고, 종자로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만 잘라 번식하므로 한 농장에 유전적으로 똑같은 것만 있기 때문에 병충해에 노출되면 농장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된다.

1950~60년대 중남미에서 시작되어 당시 최고인기 품종이던 그로미셀이라는 품종이 파나마병에 멸종되었다.

이 품종 대신 캐번디시(Cavendish)라는 품종이 개발되어 식용바나나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절대강자인데 1990년대 대만에서 곰팡이로 인해 바나나나무가 말라죽는 신파나마병이 다시 발병해 필리핀, 동남아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바나나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에는 바나나나무의 1/5이 고사하여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였다.

파나마병은 전염속도가 빨라서 바나나 최대 생산지인 남미로 번져나가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캐번디시 바나나가 멸종될 수도 있는 상황이 초래되어 후계세대에게는 바나나가 '그림의 떡' 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바나나 구하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기존 품종을 개량해서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을 확보하거나 더 나아가 새로운 품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껍질만 벗기면 위생적으로 영유아에게 먹일수 있기 때문에 바나나 과육에 항원을 생성시켜 경구백신으로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위생환경이 좋지 않고 전력사정이 불안정하여 백신의 보존환경이 나쁜 곳도 현지에서 위생적으로 재생산이 가능한 경구백신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물이나 동물의 종 다양성이 사라지면 종말이 예고된다. 전염병이 돌게되면 전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름이 틀림으로 취급받지 않는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일 것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모습 그대로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일텐데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이념과 생각, 종교, 문화를 가진 사람은 틀렸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교육과 복지도 도시와 농촌의 환경이 다르고 당사자의 욕구가 다른데 다양성보다는 관리하기 쉽고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획일화 하려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날로 더워지는 기후조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바나나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는 날이 오게될 것 같다. 바나나의 멸종위기의 교훈은 사회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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