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부모가 육아 주체되는 협동조합

▲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 교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으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 교사,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으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 싣는순서 l

1. 해남의 아이들 어디로 가나
2.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탄생
3. 동네주민 모였다 - 서초구 '함께 크는 어린이집'
4. 귀농·귀향인들의 공동육아 - 완주군 '숟가락'
5. 마을공동체로 확대 - 부산 북구 '쿵쿵어린이집'

"우리아이 함께 키우기,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를 비전으로 삼는 단체가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이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핵가족 단위에서 경쟁적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가 아니라, 비슷한 해결 과제를 갖고 있는 가족들 간에 소통과 협력을 이루어야 하는 일로 인식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육아 환경과 기틀을 다져야 하는 공동체의 문제로 생각한다. 부모의 선택도, 아이를 돌보는 교사도, 지역사회도 행복하고 건강해야 비로소 행복한 아이를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활동 중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지난 1978년 가난한 아이를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 걱정모임과 야간 해송보육학교에서 시작됐다. 이후 '탁아제도와 미래의 어린이 양육을 걱정하는 모임'을 거쳐 지난 1996년 사단법인 공동육아연구원이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이 제안됐다. 아이의 부모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자는 새로운 모델이 나타난 것이다. 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자치적인 조직을 만들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가치관을 나누며 아이를 키우는 형태가 공동육아의 지향하는 점과 어우러진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전국 70여곳의 공동육아 방식 어린이집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2100여가족과 450여명의 교사·연구자가 함께 교육운동을 펼치는 중이다.

영유아보육법 개정 이후 보호자나 보육교직원이 조합을 결성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부모협동어린이집 유형이 나타나 최근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처음부터 부모협동어린이집으로 인가받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에 가입되지 않은 부모협동어린이집도 전국 70여곳에 달한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공동으로 자산을 형성하는 출자금이 핵심이다. 어린이집을 설립할 때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보니 출자금과 운영비로 아이들을 돌볼 공간과 자재 마련 등을 모두 충당해야 해 '돈이 있어야만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실상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참여하는 부모들은 전세를 줄이는 등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공동육아의 이념을 저버리지 않고 여러 방안을 모색하며 출자금을 돌려받을 때 일부를 기금으로 내는 등 공적기금 형성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조합원들의 노력 이외에도 정책적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입장이다.

협동조합 방식이 아니더라도 공동육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여러 모델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서울 성산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자치위원회와 협력해 '무지개 육아사랑방'을 운영하며 돌봄 문화 소통의 장을 열었다.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노인정과 어린이집을 함께 지은 공간에서 '뿌리와 새싹 커뮤니티센터'사업을 시작하기도 했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받아 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방식을 적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신념을 확산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경란 사무총장은 "아이는 혼자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함께 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매년 보육공동체로서 교사대회도 열고 있다"며 "함께 아이를 기르는 길들을 만들다보면 아이도, 부모도, 지역사회 구성원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인터뷰 | 이경란(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사무총장)

"함께 살아가기 위한 소통의 장 필요하다"

 
 

- 왜 공동육아를 해야하는가.

아이들은 미래세대의 주인이다. 이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을 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지 등을 고민하며 부모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게 된다.

경제적 상황상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있는데 사회 통념은 엄마가 아이를 돌봐야한다는 인식이 크다. 이런 통념은 부모들과 특히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핵가족 사회가 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대가족사회에서는 어른들이 아이를 기르는 모습을 보며 배울 수도 있었고, 일하러 나가는 대신 다른 가족들이 아이를 돌보기도 했다.

일하는 게 당연해진 사회 속에서, 아이를 혼자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아이에게 더 행복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공동육아가 필요하다. 엄마만이 아이를 돌보고,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아동학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한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먹는지 부모가 자세히 알지 못하기 쉽다. 부모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부모가 소외당하는 것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가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 맞벌이 부부 참여도는.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도 많이 참여한다. 부모 참여방식은 고정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함께 운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한 달에 한 번 부모와 교사가 함께 모여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완할 수 있으므로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면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아빠들의 참여도 굉장히 좋다. 비슷한 연령대이고 직장 서열을 떠나 육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스트레스를 푸는 계기도 된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아빠들만의 축구팀이나 밴드 등이 구성되기도 했을 정도다.

- 시행착오나 갈등은 없었나.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조합이 깨지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 싸움이 부모 싸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핵심은 갈등이 벌어질 때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이다. 갈등은 당연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해야 한다. 공동육아를 위해 모인 부모들은 성장과정, 관심사, 아이를 보는 방식 등이 다르므로 완전히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나와 같기를 기대하지 않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훈련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연습이 부족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통과 민주적 의사소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 해남에서 공동육아를 실현하려면.

현재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 등에 집중돼 있어 농촌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할 공동육아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설립이 어렵다면, 품앗이 공동육아 유형으로 공동육아를 해보는 방안이 있다. 매일 만나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2~3번, 혹은 한달에 2~3번 만나 육아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모임활동을 하는 것이다.

혹은 지자체가 나서서 마을이나 읍면 단위로 마을공동체 등의 사업을 신청토록 하거나, 마을단위 아이돌보미 파견, 경로당에 아이들의 공간을 마련해 지역주민이 직접 돌보는 방법 등도 있다.
해남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산과 들이 많고, 동네 탐험 등을 통해 지역사회를 알아가는 데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엮일 수 있는 환경, 소통할 수 있는 기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