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호(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 다시 군수가 구속됐다. 벌써 연속 3번째다. 군수 했다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돈 뿌려 구속된 사람까지 치면 4번째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뽑아만 놓으면 죄다 감옥을 가니, '감옥가고 싶으면 군수하라'는 우스개도 생겨났다 한다. 해남주민은 말할 것도 없고 향우들까지 '창피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 것도 당연하다.

이번 사건이 그간 각종 비리로 얼룩진 지방자치단체의 선거무용론에 다시 불을 지필지 모르겠다. 애먼 자치단체까지 도매금으로 의심받을 우려마저 있다.

지난 9일 열린 공판을 보면 박 군수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권남용죄와 허위공문서작성죄이다. 직권남용죄는 최고 5년의 징역, 허위공문서작성죄는 최고 7년의 징역에 처한다.

박군수는 부당한 공무원인사를 하기 위해 2013년과 2014년 사이 무려 50명의 직원근무성적 평정 순위를 조작하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뇌물수수죄다. 최고 5년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박군수가 군수취임 후 특채로 채용한 비서실장으로부터 펀드 투자금 명목으로 2천만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것이다.

두 가지 범죄혐의 모두 인사와 관련된 것이다. 먼저 근무성적 조작과 관련하여 박군수는 공판에서 조작 사실을 대부분 몰랐다며 담당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한다. 진실은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그의 진술을 믿는다고 해도 문제가 심각하다.

인사의 최고결정권자인 군수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내는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혐의내용이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인사가 만사인데, 인사를 불법으로 한 군수한테서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근무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박군수가 재선된 2014년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성적을 조작하면서까지 부당한 인사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 불법 인사를 하는 이유는 보통 선거에서의 줄서기 아니면 뇌물이다. 불법으로 승진한 공무원이 주민에게 봉사하는 행정능력이 있을 턱이 없다. 불법인사는 어려운 환경에도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꺾어서 더 큰 문제다. 능력과 상관없이 줄서기와 뇌물로 승진한다면 어떤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 그대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법인사를 나라가 망해가는 조짐으로 본다.

법과 제도가 없어서 인사비리·공사비리가 만연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창피해 하는 것은 아마도 군수를 잘못 선출한 자책감 때문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성공한 예를 보면 대체로 단체장이 공정한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능력 위주로 공정하게 인사를 하는데 어떤 공무원이 열심히 뛰지 않겠는가. 우리 해남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다. 다음 군수 선거에서는 혈연·지연·학연 등 다 무시하고 정말 깨끗하고 능력 있는 군수를 뽑아 지긋지긋한 부패의 사슬을 끊길 바란다.

진심으로 해남이 비상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