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토지주택공사 감사)

 
 

고향의 사전적 풀이는 나고 자란 곳이요. 향우는 고향 친구라 했다.

지난 5월 22일 일요일, 서울 성동구 행당중학교 운동장에서 재경 해남군 향우회 제39회 총회 겸 체육대회가 열렸다.

계절의 여왕답게 황사나 미세먼지가 전혀 없는 화창한 5월 날씨에 1000여명의 재경 항우가 모였다. 같은 서울 아래 살지만 각자의 생업에 바빠서 오랜만에 만난 향우들은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그간의 안부를 주고받는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특히 수원시에서 2선 국회의원에 당선된 박광온 향우와 고향 해남, 완도, 진도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된 윤영일 향우도 참석해 오랜만에 우리들만의 잔치다운 향우회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준 명현관 전나남도의회 의장, 군수의 안타까운 부재로 해남군정을 이끌고 있는 양재승 부군수, 해남군의회 조광영 부의장, 해남신문사 이웅 대표이사 등 이외에도 많은 고향분들이 천리길을 달려, 한달음에 와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고향에서 온 반가운 손님들의 얼굴을 보니 서울안에서 해남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았다.

최근 수년간, 향우회가 제대로 서지 못해 많은 향우들이 실망하여 외면했던 사실은 향우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지금은 이은길 회장 이하 집행부의 공사를 분명히 하는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이번 잔치를 성황리에 마치게 된 점에 대해 대회준비위원장으로서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향우회 잔치마저도 몇 년이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문명 비평가 쟈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에서 태초에 인류가 살았던 모습 그대로 오늘의 정착민 시대가 지나고 나면 미래의 세계 역시 노마드(유목민)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노마디즘(유목주의)의 영향으로 고향의 의미는 무의미해 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고향이나 향우라는 말이 곧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는 두렵다.

실제로 향우들께서 요즘 자라나는 자녀들한테서 고향의 의미를 발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조에 대한 관심마저도 옛날 같지 않아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인류가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이요 역사의 물결이라면 우리는 순응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즐겁지 않은 고민이 어디 있던가. 즐거운 고민이란 반어적 표현은 이런 때 쓰나보다.

고향, 그리고 향우.

나는 내 고향 해남이 좋고 향우들이 좋다. 고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고향을 잃어버리고 떠도는 유목민이 되기를 걱정하기 보다, 유목민이 되지 않도록 고향과 향우들의 자긍심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즐거운 생각일 것이다.

그리운 동무가 있고, 부모님이 계셨던 해남. 그리고 해남인으로 살아가는 재경향우들. 이번 재경향우들의 한마당 잔치에 대한 자그만 술회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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