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아(새날을여는집 요양보호사)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부귀영화를 누리는디~ 내 팔자는 어이하야 길 품 팔러 나서는가~' 오늘도 어김없이 96세 어르신께서 부르시는 춘향가의 한 대목으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저는 마산면 신기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주간보호시설인 '새날을 여는 집'에서 만 4년 째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저희 새날을 여는 집은 매일 아침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처음 만나는 친구들처럼 반가워하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생활 나눔 시간이 끝나면 간편한 복장으로 건강 체조를 하고 핫 팩을 하면서 밤새 긴장되었던 근육들을 풀어 줍니다. 그리고는 어르신들의 건강과 영양을 고려하여 보건소에서 권장하는 식단에 맞춰 맛있게 식사를 하십니다.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나면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리치료 시간입니다. 각종 운동기구와 강압기, 저주파치료기, 한방 족욕기, 안마 의자 등을 이용하여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까지 이완시켜줍니다. 또한 매일 진행되는 인지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기억력 향상과 치매예방에 도움이 되는 종이접기, 퀼트, 노래교실, 장구 치기, 구연동화, 도안 색칠, 퍼즐 맞추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뇌에 긴장감을 준답니다. 그 외에도 신체프로그램으로 치매예방체조, 명상호흡요가, 근력운동, 산책, 볼링, 요리 등을 하고 소일거리로 콩 고르기, 화단 가꾸기도 한답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특히 요리시간을 좋아하는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으며 젊은 날을 회상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어르신들께 배울 것이 많은 요리 시간이 즐겁습니다. 바깥나들이가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매월 진행하는 나들이는 어린 아이들이 소풍을 기다리듯 특별한 날입니다. 4월 가학산에 만발했던 철쭉꽃을 보시고 어린아이 마냥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뵐 때 마다 요양보호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젊기 때문에 누리는 당연한 것들이 어르신들에게는 큰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외에도 은행업무, 장보기, 민원접수 등 사회적응훈련과 매주 목욕서비스를 해드리며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50대 중반인 저를 예쁜 아가씨라고 불러주시며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따뜻한 정을 주시는 어르신들이 매일 아침 저를 반기며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홀로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드리는 서비스가 더 많이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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