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저하 불합리한 규제다 주장
군, 타 지역과 경쟁 앞서기 위해

해남군내 고구마농가에게 우수한 우량묘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고구마 조직배양묘 지원사업이 실시되고 있지만 외부로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오히려 해남 고구마 순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해남의 종순산업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로 해남이 선점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고구마 종순시장을 타자치단체에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는 해남 고구마의 경쟁력 제고와 타 자치단체와의 품질 차별화를 위해 조직배양묘 분양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조직배양묘 분양사업은 바이러스에 강하고 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는 고구마 무병묘 20만본을 농가에 저렴하게 보급하는 사업이다.

군은 일부 농가에서 사업취지 인식 미흡으로 1, 2대 종자 및 종순을 타지역으로 유출(판매)할 우려가 있다며 고구마 조직배양묘 분양 농가에 '고구마 조직배양 종자 관리철저 및 외부 유출 방지 협조' 공문을 보냈다.

군의 고구마 조직배양묘 관리기준을 살펴보면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서 분양받은 고구마 조직배양묘와 이를 재배해 생산된 1, 2년차 종자와 종순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시군으로 반출(유출)해서는 안 된다. 단 2년차 종자 중 회원농가 및 관내지역 공급 후 잔량은 도매시장(택배, 인터넷판매 불가)에 식용으로 출하가 가능토록 했다.

또한 1년차에 생산된 모든 종자 및 종순은 100% 종자용으로 사용해야 하며 2년차에 생산된 종자 중 자율교환 후 남은 잔량은 판매가 가능하나 타지역에 종자용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 3년차 이상의 종자를 육묘해 생산된 종순을 조직배양묘(무균묘)로 표기해 판매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관리기준을 위반하면 해당 생산자단체와 소속회원에게는 3년간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양하는 고구마 조직배양묘 공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재 위반시에는 영구적으로 공급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군에서 제공한 우량묘를 경쟁지역에 판매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지역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해남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남에서 개발한 기술을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저렴하게 공급한 순이 외지로 나가 혈세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군은 700~800원 정도의 조직배양묘를 해남군 농가에 100원에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군의 고구마 조직배양묘 관리기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종순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해남군이 500억원 규모의 고구마종순시장을 선점할 수 있음에도 군의 외부 유출 방지 규정으로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것.

현재 고구마 종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익산에서는 종순하우스 1000평에서 1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해남은 1000평에서 3000만원의 소득밖에 거둘 수 없다는 것. 우수한 종순을 외지로 판매할 수 없다보니 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좋은 순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품질저하만 불러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익산은 순을 100개로 표준화해 판매하고 있지만 해남은 ㎏으로 판매되고 있어 일부 농가에서 ㎏을 늘리기 위해 순을 길게만 키워 밭에 심을 수 없는 상태도 거래되고 있다"며 "농가가 순을 저렴하게 구입함에 따라 발생하는 이득보다 고구마 종순을 시장에 판매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가 훨씬 더 큰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남의 고구마 종순은 자신이 쓰고 남으면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고구마 품질은 종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외지 판매 금지 규정이 종순산업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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