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평용줄다리기, 강강술래, 우수영 부녀농요는 각종 축제나 행사에서 해남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예술로서 공연되고 있다.
▲ 북평용줄다리기, 강강술래, 우수영 부녀농요는 각종 축제나 행사에서 해남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예술로서 공연되고 있다.
 
 

지역문화예술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면서 그 지역의 풍속, 사상, 자연, 역사 등이 함축되어있는 문화유산이다. 해남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예술이 곳곳에 남아있다. 해마다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해남의 지역문화예술은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문화예술의 계승과 발전을 통해 해남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과 해남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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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 문화예술 얼마나 알고 있나
2. 사라졌던 용줄다리기 다시 세상으로
3. 해남강강술래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4. 강원도의 색을 품은 매지농악
5. 조선시대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하회마을
6. 백제가요 정읍사 악극으로 전해져
7. 지역 문화예술 계승을 위한 방안 마련

무형문화재 전승, 발굴 필요
문화컨텐츠 활용 방안 마련

해남은 뛰어난 문화와 예술이 지역 곳곳에 남아있다. 국보, 보물, 사적, 명승 등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만 35건이고 전라남도 지정 42건, 향토문화유산 33건, 전통사찰 9곳 등이 보존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재의 대다수는 일정한 형태를 지닌 그림, 불상, 석탑, 사적, 천연기념물 등인 유형문화재이다. 유형문화재는 다양한 종류에 따라 다시 분류돼 보존 관리 되어오고 있다.

유형문화재에 비해 무형문화재는 그 수가 적다. 무형문화재는 일정한 형태로 구분할 수 없지만 보존해야하는 음악, 무용, 연극, 공예기술, 놀이 등을 지칭한다. 강강술래, 우수영 부녀농요, 해남 진양주, 판소리 고법, 대장장이, 옥공예, 도자기공예 등이 지정되어있다.

강강술래는 중요무형문화재 8호로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으로도 등록되었다. 전라남도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행해지던 민속놀이로 알려진 강강술래는 지역을 특정지지 않고 해남을 비롯해 진도에서도 전수관을 만들어 전수되고 있다. 우수영 강강술래는 해남을 대표하는 문화적 가치와 더불어 관광상품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지정 무형문화재 20호인 우수영부녀농요는 강강술래와 함께 우수영에 전해 내려오는 소리로 아녀자들이 농사를 지으며 부른 노래가 이어져오고 있다. 해남 진양주도 도지정 무형문화재 25호로 지정되어 있다. 기예능보유자인 최옥림 씨를 이어 자녀들이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판소리 고법도 도지정 무형문화재 29호로 보유자인 추정남 씨가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해 향토문화유산을 선정하면서 그동안 유형문화유산만 등록하던 것에서 벗어나 대장장이, 옥공예, 도자기 공예 등의 무형문화유산 6건을 지정했다.

이 외에도 지역의 색을 나타내는 우수영 용잽이놀이와 남자들소리, 북평 남창용줄다리기, 해남 오구굿 등이 복원되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민이 옛 것을 잊지 않고 힘을 합쳐 계승해오고 있다.

현대사회 전통문화 계승 어려워
후계자 없어 사라질 위기 처해

국가와 도에서 지정하는 무형문화재들은 보유자를 비롯한 전수자, 보유 단체 등에 일정부분 지원이 되지만 나머지 문화예술은 별다른 소득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며 명맥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기술의 발달과 집단의식에서 점점 개인주의적인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이란 고루하다는 인식이 박혀있다. 전통을 계승해나가는 연령은 높아지기만 하고 젊은층은 전통보다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해남만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화예술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실향민이었던 조현화 씨와 그의 부친인 조중삼 씨가 삼산면 나범리에 정착하면서 빚었던 녹산주는 진양주와 함께 해남의 특산주로 손꼽혔다. 하지만 조현화 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는 맛보지 못하는 술이 됐다.

지난해 향토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대장장이, 옥공예 등도 마찬가지다. 기술보유자는 나이를 먹어 가는데 이를 계승해 줄 사람은 없다. 자신이 가진 기술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 농사를 짓거나 다른 수입원을 모색하기도 한다.

황산면 옥동리는 인근 옥광산에서 나온 옥을 가공하기 위한 옥공예 공장과 기술자들이 북적였던 곳이다. 값싼 수입산 옥의 유입과 옥공예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며 하나 둘 떠나면서 이제는 4명 정도만 남아 지키고 있다. 진도로 향하는 4차선 도로가 개통되면서 지나가며 찾던 손님들도 발길이 끊겼다. 지난해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보다는 보존하고 계승해야하는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만 부여된 듯하다.

군에서는 이러한 무형 문화유산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과연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술 보유자들에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문화예술을 이어갈 수 있는 후계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대중화 전통성 어느것이 옳은가
대외적으로 알릴 방안 강구해야

무형의 문화유산은 지역의 공동체와 집단, 환경, 역사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람을 통해서 대대로 전수되어 이어져오는 살아있는 문화이다. 세계화, 산업화, 도시화 등으로 지역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 계승해 나가려는 움직임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의욕마저 꺾이고 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모습으로 인식된다. 현대사회에 타협하지 않고 오롯이 전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외부의 인식도 문제다.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무관심하고 그 존재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전통성과 대중화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하는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강강술래 대중화 및 문화관광 상품화' 사업의 일환으로 연령별 놀이형 강강술래를 만들어 보급했다. 지난 2014년 8월 북평면 해월루에서 대중화시킨 놀이형 강강술래와 전통 강강술래를 시연하는 공연이 열렸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노인 등 연령별로 나뉜 놀이형 강강술래는 친숙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를 두고 너무 전통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중화를 위한 노력과 방법이 나왔다면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지역안에서 즐기고 함께하며 소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에서만 즐기는 것이 아닌 외부의 사람들도 문화예술을 공유하기 위해 해남을 찾을 수 있도록 홍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앞으로 500년의 전통을 복원한 북평 용줄다리기, 해남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강강술래 등 해남의 이야기와 원주 매지농악, 안동 하회마을, 정읍사국악원 등의 사례를 살펴보며 우리의 문화예술을 새로이 발굴하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볼 계획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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