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키에르케고르는 "불안과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라고 말했다. 물질만능과 과도한 경쟁의 사회에서 불안과 능력의 한계 앞에서 절망을 느끼는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절망에서 벗어나는 길은 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 그가 들오리 한 마리가 집오리들 속에서 사는 것을 보고 수개월 동안 관찰 끝에 남긴 이야기가 있다.

지중해 연안에서 서식을 하는 들오리들이 여름동안 노르웨이로 이동하는데 마침 네덜란드의 상공을 지나게 되었다. 하늘을 날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 농가의 뜰에서 집오리들이 개울에서 평화롭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때 들오리 무리중 한 마리가 갈 길은 아득하기만 하고 날갯짓도 피곤하여 대열을 이탈하여 평화롭게 보이는 집오리 떼들이 있는 곳에 내려 앉았다. 그 집오리들은 들오리에게 융숭한 대접을 해 주었다. 얼마나 지난 후에 들오리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동료들을 찾아 가려고 날아 보았으나 이미 몸은 무거워지고 날개 근육에는 기름이 끼어 날 수가 없었다. 다시 겨울이 되어 남쪽하늘로 날아가는 동료들을 보자 마음이 허탈해지고 자책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런 날갯짓도 하지 못하고 단지 쳐다만 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들오리는 그러한 양심의 가책마저도 없어지고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게 되었고 들오리는 완전히 집오리가 되어 개울과 시궁창을 넘나들고 있었다.

해남군수의 구속소식을 접하면서 이 들오리 이야기가 생각났다.

군수의 자리는 속칭 가문의 영광이요, 지역민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막중한 자리이다.

박철환군수는 2010년 6월 제42대 해남군수 당선자 시절 해남신문 창립20주년 인터뷰에서 "우리 군이 직면한 문제는 부정부패 척결, 즉 청렴한 군정이며, 다음으로는 군민을 위한 봉사행정을 정착시키는 것, 마지막으로 군민의 화합입니다. 한 가지 더한다면 우리 공무원들의 의식을 변화하자고 요구할 것입니다. 군민을 위하고 군민의 편에 서서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돼 군민과 함께 여는 활기찬 해남건설을 호소할 것입니다" 라고 말했지만 6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신변구속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역발전과 군민의 행복, 그리고 공직사회의 개혁이라는 지난한 목표항로를 벗어나 날갯짓을 접고 추락한 일탈행위를 한 것은 군수 본인의 책임이다. 그러나 군민을 위한 행정 보다는 군수의 심기를 살펴서 오히려 한 술 더 뜨는 일부 공무원들, 낮에는 언론 밤에는 브로커와 같은 박쥐행태의 일부언론, 지역사회의 정치적 폐쇄성도 일조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서 생각하고 우리 중에서 해야 한다는 정치적 폐쇄성을 타파해 나가야 한다. 군민의 행복과 지역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 언젠가는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될 행정구역 개편과 같은 상황에서 잰걸음을 하고 있는 타지역을 제치고 해남군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군민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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