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현산면 만안리)

독일의 미래학자 군돌라 엥리슈는 21세기가 잡노마드(jobnomad) 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정보, 통신, 교통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하나의 직업으로 묶어놓지 못하게 됨을 뜻한다. 빠르게 다양한 공간을 이동 점유하며 시장자본주의라는 룰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해 내는 것이 현대 사회의 노마드적 작동 원리이다. 그런데 세상의 다양한 직업들 중 현대 사회의 작동 방식을 따라 갈 수 없는 직업이 하나 있다. 바로 농업이다.

농업은 한 지역, 한 마을에 정착하는 것을 전제로 선택해야 하는 직업이다. 농업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라질 수 없는 직업이지만 노마드적 원리와는 달리 한 곳에 정착하여 이동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존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농촌의 변화는 느릴 수 밖에 없고 그 느리고 굳건한 지킴이 한 사회의 뿌리가 되어준다. 그러나 인류 역사 속에 농경문화가 시작된 후 서민의 지위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것 또한 농민이다.

해남은 농군이다. 한국 사회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민의 숫자가 5%대로 내려갔다지만 해남의 농지면적은 35만ha로 전국에서 가장 넓은 농지를 가지고 있고 군민 절반 가량이 농어업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다. 그런 해남 땅에 사는 나의 직업 또한 농부다. 내 아이들 또한 이 곳 해남에서 나고 자라 해남을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남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016년의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잡았다. 몇몇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한국 사회의 불황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1% 성장률로 거의 제로 성장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 진보 보수를 가릴 것 없이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 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이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불통의 정부는 국민들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창조 경제를 부르짖으며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는 부자 만들기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2016년의 농업 정책은 66년 박정희 정권하의 민주공화당에서 만든 농업정책 기본법안의 기조인 '사회적으로 타당한 이윤이 실현되는 형태의 농업경영으로 농업을 자본주의화 시키는 것으로 개념되어지는 중농정책의 시행'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고 있다. 이 정책의 다른 말이 요즘 농민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6차산업이니 ICT, BT 융복합 첨단산업화니 스마트팜이니 하는 정책들이다.

이 와중에 해남군은 651명의 억대 부자를 만들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물론 피땀 어린 노력으로 그 결실을 만들어 낸 해남의 동료 농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해남의 수천 농가 모두를 기업적 경쟁의 구도로 밀어 넣는 해남군의 농정 철학은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부자되세요' 수준의 그것과 같아 보여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해남은 농군이다. 이제 성장은 끝나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 해남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나마 있는 젊은 농부들을 저리 대출을 미끼로 기업농화 산업 농화하여 제로섬 게임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인가? 아니면 더불어 다 함께 잘 살아갈 해남만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볼 것인가?

앞으로 국내외 농업 흐름을 짚어보고 농촌 농업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실제적 문제들을 진단해 해남의 미래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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