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단(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4월 20일은 36회째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이다. UN에서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선포하면서, 우리나라도 4월 20일마다 민간단체에서 기념하던 '재활의 날'을 이어받아 장애인의 날을 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년 4월 20일이 되면 보건복지부가 주축이 되어 많은 장애인관련기관 및 단체들이 다양한 기념행사와 장애인식개선 행사들을 실시한다.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에서도 4월 20일을 전후하여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과 관련된 아름다운 미담들이 소개된다. 감동을 주는 사연임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장애를 극복해야만 하는 무언가로 보고자 하는 시선이 숨어있는 것만 같다. 혹은 극복하지 못한 대다수의 장애인들에게 왜 극복하지 못하느냐고 하는 힐난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는 극복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그 무언가가 아니다.장애를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될 때, 장애는 개인적인 영역, 곧 장애당사자나 가족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비추어지게 된다. 그러나, 장애는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사회의 보편적 다수가 보편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일상-예를 들면, 불편함 없이 길을 다니고, 영화관을 가고, 일을 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상태를 장애라고 할 때, 사회는 사회의 구성원 중의 일부라도 보편적인 일상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그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한 방책을 마련해 가야할 책무가 있다. 국가라는 사회의 존재이유이다. 장애가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의 영역인 이유이며, 극복의 대상이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여러 지원정책이 시혜처럼 보여져서는 안되는 이유이며, 보편적 일상에 대한 요구가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되어 눈살 찌푸려져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장애당사자는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고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사회는 비장애당사자 수준의 보편적인 일상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요소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을 당위로 받아들일 때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닐 수 있다.

사회에는 무수히 많은 보편적 '일상'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고, 각자가 필요한 배려들을 당당히 주고 받을 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장애인의 날을 제정하여 기념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런 이유로 장애인의 날이 없어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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