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한울남도아이쿱생협 조합원)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모든 방송에서 이 바둑 소식을 전하니 만나는 사람마다 바둑 이야기다. 교육열이 높은 어떤 학부모는 알파고가 어디에 있는 학교인지 묻고 다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들린다.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 '구글'의 뛰어난 인재와 천문학적 자금력으로 알파고가 탄생한 것이다. 알파고를 보면서 인간의 기술 발달이 어디까지이며,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귀 기울여 보면 좋겠다. 알파고를 만든 사람들이나 열광하는 사람들 모두가 '밥'을 먹고 있다. 반도체를 먹고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한미FTA를 앞두고 "휴대폰을 먹고 살 수 없다" 면서 정광훈 의장께서 "다운 다운 FTA" 라고 외치시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하다.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우리의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을 수출하고 식량은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이제 우리의 주식인 밥쌀용 쌀도 수입한다고 한다. 신토불이라고 했는데 캘리포니아나 태국 중국 쌀로 지은 밥을 먹고 '밥심'이 생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정명채 선생께서 지난해 녹색당 농민행사에서 한 말은 우리 농업의 아픈 과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954년 미국은 잉여농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PL480호를 만들어 무상으로 식량을 원조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식량을 자급하던(1957년 100.4%, 1965년 100%) 한국농업은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무상에서 차관으로, 이어 수입, 이제는 WTO와 FTA를 거치면서 관세장벽도 허물어지게 되었으니 한국농업은 살아나기 힘들게 되었다"

지금 식량자급률이 쌀을 포함해도 23% 정도이고, 쌀을 빼면 5%도 못 미친다고 한다. 수입농산물에는 GMO가 포함 여부를 안심할 수 없다. 개나 가축에 주는 사료에는 버젓이 '유전자 변형 원료 포함'이라는 문구가 적혀있기까지 하다. 또 토종종자도 사라지고, 외국 종묘사의 씨앗을 매년 새로 사서 심어야 하는 처지다.

먹을거리 자급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식량주권이기도 하다. 논에 농사를 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둠으로써 가뭄과 홍수를 예방하며, 물속에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등 환경을 살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런 효과가 있기에 농민들에게 직불금에 이어 환경 보전금을 지급해야 한다.

드넓은 농토를 가진 해남은 식량을 생산하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우리 모두의 생명을 이어가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녹색은 우리의 생명이고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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