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정치의 난세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나는 이에 대한 답으로 대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생각한다. 하나는 지난 시대의 양김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요, 또 하나는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해관계가 다른 각계각층의 의견을 조율할 때 정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으리 만큼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특히 야당의 정치 행태는 목불인견이다. 이른바 양김 시대에도 첨예한 정쟁과 대립은 많았지만 오늘처럼 불투명하지는 않았다. 정쟁의 대상과 목적이 뚜렷했고 명분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싸우고 갈라섰다가도 명분이 서면 곧 바로 힘을 합해 공동대처했다. 이는 군사독재도 무너뜨리는 큰 힘이 되었다. 그렇지만 요즘의 정치적 상황은 그 때와는 전혀 다르다. 특히 야당의 사분오열은 야당 지도자의 리더십 부족뿐만 아니라 명분 없는 싸움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의 정치인들은 진실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대선 때 여당에 몸담아 박근혜 정권 탄생에 일등 공신이 이제는 야당의 수장이 되어 시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코메디가 아닌가. 특히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대통령을 앞세우고 호가호위했던 고위직 인사 가운데 종편 TV에 나와 떠드는 모습에서 정치의 속성과 덧없음을 실감하기도 한다. 나 역시 30년 야당의 당원과 당료로서 문화예술위원장 자리를 맡고 있지만 양지를 쫓는 명분 없는 행동을 해본적은 없다.

정치와 명분의 관계를 논어<자로>편에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자로가 공자께 '정치를 맡기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명분을 바로 세우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너무 동떨어진 대답이라고 힐난했다. 이에 '군자는 명분을 바르게 해야 말할 수 있고, 말이 통하면 반드시 실행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나는 요즘 명분을 잊은 체 정치일선에 나서는 노 정객들에게 들려주는 경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정치일선에 나선 노정객의 과거의 언행이 낱낱이 드러나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 그 때마다 변명하기에 급급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국민은 언제나 참신한 정치와 정치인을 원한다. 요즘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가 등장했다. 그런데 정치와 정치인은 왜 정년이 없을까? 지난 과오에 대한 자숙하는 의미에서라도 노 정객들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