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한(농업인)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크게 보면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작게 보면 농협감사 선출이 있다.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 모두가 유권자이지만 농협감사 선거는 마을대의원이 유권자다. 두 선거 모두 오늘을 사는 우리 농업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농업개방의 파고에서 농업, 농촌, 농민을 지키기 위하여 머리싸매줄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고, 수입 농산물에 의한 농산물 가격이 널뛰기를 하면서 조합원들의 농협 의존도가 높아지게 돼 1000억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농협의 감사를 잘 뽑아 내 자산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 임원이나 감사선거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금품살포, 혹여 금품살포자를 알더라도 자주 얼굴을 접하게 되어 쉽게 발설 할 수 없다는 지역정서 때문에 우리 주위에서는 지금도 불법선거가 만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 저러한 경로를 통해서 간접 검증이라도 할 수 있지만 농협 임원 및 감사 선거는 더욱 깜깜이다. 농협 특성상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등등 업무와 관련된 기초적인 내용을 검증한다거나 수년간 진행된 말 많은 부실 운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는 하나도 없고 대의원 개개인의 인성과 품성에만 기대다보니 몇 명 안 되는 대의원표를 분석하여 은밀하게 금품살포 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이다.

농협은 말 그대로 조합원들이 협동하여 구매 판매를 위한 조직이지 조합원들에게 갑질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임원이나 감사는 투철한 봉사정신이 우선해야 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자신의 능력을 판단해 출마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농업의 현실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수입개방과 환경변화 소비자들의 선택과 권리 등이 농업경영인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식의 경영과 금품살포가 판치는 임원 및 감사 선거행태는 하루빨리 사라져야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능력이나 농협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다는 말보다는 "형님만 믿습니다", "동생 잘 부탁하네"하며 열심히 악수하러 다니고 공짜커피 심부름이나 하면서 아양을 떠는 행위를 하다가, 막상 당선되고 나면 임기 내내 공개적으로 대의원들이나 조합원들의 의견 한 번 듣지 않는 그런 후보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이제까지의 잘잘못을 엄밀히 분석할 수 있는 감사 후보자가 당선된다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조합장과 발을 맞춰서 투명한 경영을 하는 '생산적인 농협', '시대흐름을 따르는 농협'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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