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남(전라남도의회 농수산위원장)

 
 

올해도 어김없이 풍년이 들어 온 들녘에서 풍년가가 울려 퍼져야 할 텐데 쌀값이 폭락에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

지난 8월 산지쌀값은 4만28원(20kg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4.2%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벼 재배면적은 79만9000ha로 지난해 보다 2% 감소했음에도 생육상황이 양호해 쌀 생산량은 전년과 비슷한 420~440만 톤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 양곡연도 말(10월말) 쌀 재고량은 적정량의 2배인 135만2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2015년산 공공비축미를 지난해 보다 2.7% 감소한 50만 톤(조곡 기준) 매입할 것으로 알려져 쌀값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쌀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식량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쌀농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중심의 생활 공동체 근간이 되었다.

6·25전쟁 직후 배고픔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다수확 품종 '통일벼' 개발은 새로운 희망과 풍요로운 삶의 기회를 줬다. 오늘날 경제의 초석이 되어준 것이 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게 소중한 쌀이 우리식탁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밥 대신 빵과 커피 등 간편식이 차지하고 있다.

2013년 우리나라 성인인구(20세 이상)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38kg이다. 커피 한잔(10g) 기준으로 1년에 338잔을 마신다. 매일 1잔을 끼니처럼 마신다. 이에 반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5.1kg(2014년 기준)이다. 밥 한 공기를 쌀 100g으로 가정하면 하루에 밥 두 공기도 먹지 않는다.

밥 한 공기의 쌀값은 200원 정도이다. 자판기 커피 한잔은 300원, 담배 한 개비는 225원(4500원 기준)이다. 밥 한 공기의 쌀값이 담배 한 개비 보다 낮다.

소비자 물가는 2000년 이후 연평균 2.9% 상승했지만 쌀값은 2000년도 대비 6.4% 폭락했다. 쌀값이 폭락해도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는 철학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농업인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농사를 접지 않는다.

쌀은 우리나라 농업생산액의 18.1%, 농업수입의 7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농가의 42.1%가 쌀농사를 짓는다. 이렇듯 쌀은 여전히 농촌과 농민의 생명줄이다.

특히 올해는 쌀 관세화 원년이다. 저율관세할당(TQR) 밥쌀용 쌀 수입 등으로 인한 재고량 증가와 소비 감소로 인해 수확기철 산지쌀값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2015년산 공공비축미 매입을 확대하고 대북 쌀 지원 등을 통해 국내산 쌀값 안정화에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쌀 산업 기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쌀소득보전직불금 지원을 확대하고 수입쌀 부정유통 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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