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호(헌정회 원로회의 부의장)

 
 

8·15 광복 70주년이다. 광복 고희맞이라는 역사적 시점에서 그 진정한 의미를 새김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오늘의 뜻을 일제압정에서 해방된 날로 기념하는데 길들여져 있다. 맞다. 잃었던 빛을 되찾은 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의 광복 속에는 환희와 회한이란 얼룩진 영욕의 두 얼굴이 함께 자리하고 있음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왜 나라를 빼앗겼는지에 대한 치열한 자기성찰의 대반성이 빠져버린 기쁨의 축배는 무의미하다.

국권상실의 치욕적인 그 아픔을 되새기는 '피눈물'의 참뜻을 오늘에 되살리는 각고의 다짐이 있어 마땅하다. 무릇 어떠한 기념일의 의의는 우리 모두의 마음 중심에 그 화두를 올려놓고 그 참뜻을 기리고 그 진정성을 똑바로 재발견하는데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한다.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서 있는가? 그 진실된 까닭을 잠시라도 망각하거나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먼 훗날 우리는 제2, 제3의 굴욕을 강요당할지 모른다. 망국적인 비운을 거부할 권리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반면에 약육강식의 패권은 언제든지 우리의 허점을 노릴 것이다. 만고불변, 냉엄한 국제정치의 법칙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의 민감한 지정학적인 안보환경을 직시할 때, 우리가 다짐해야 할 한 가지 명제는 확실하다.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우리 내부에 도사린 분열증후군을 극복하여야 한다. 세대 간, 지역 간,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간의 갈등을 치유하는 문제야 말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적인 대통합을 향한 우리 모두의 도전은 결코 멈추어 설 수 없는 절대적인 과업이다. 광복 70년사를 회고할 때 우리는 숱한 어려움을 딛고 놀라운 성취를 이뤄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군민 여러분께서도 여러가지 일과 그에 따른 갈등으로 밤새워 가슴을 열고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픈 일들이 수없이 많았으리라 여긴다.

하지만 저마다 주어진 자리마다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할 때 사회통합을 위한 우리들의 염원이 탐스러운 포도알처럼 송이송이 열매 맺게 될 것이다. 모든 역경은 새로운 성공을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뜻 깊은 오늘을 맞아 8·15 광복절에 함축되는 두 얼굴을 우리 마음속에 확실히 간직할 때 우리의 도전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다부진 결의만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모든 가시적인 시련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값진 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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