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헌중(좋은농협만들기 전국운동본부 집행위원장)

 
 

한국농업·농촌의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쌀 시장개방과 한중자유무역협정 등 전면적 농업개방이 우리 농업·농촌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사상 최초로 치러지는 3·11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는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의 활로를 농협개혁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농협개혁 대장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농민은 물론 일반 국민들조차 농협이 제 구실을 한다면 우리 농업·농촌문제 절반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농업생산과 농촌경제, 나아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농협의 비중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농협이 제 역할을 한다면, 매년 과잉 생산과 가격파동으로 애써 거둔 농산물을 갈아엎는 일이 없을 것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적정가격에 안전하고 질 좋은 우리 먹거리를 가능한 직거래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도시·농촌, 소비자·생산자 간 연대와 공생의 지역먹거리체계가 구축될 것이고, 산지 조직화로 단결해 대형유통업체와 식품대기업에 교섭력을 확보할 것이고, 농약·화학비료와 석유에 의존한 관행농법에서 탈피, 생명이 살아숨쉬는 자연순환형 생명농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고, 특히 무엇보다 정부가 농민과 국민의 이해에 반하는 전면 개방농정을 함부로 강행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면 농협개혁은 누가 할 수 있는가. 사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개혁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고, 이에 농민단체들도 나름의 개혁안을 제시하였지만, 늘 용두사미로, 중앙회 비대화로 끝나버렸다. 그동안 수많은 개혁 바람도 변죽만 울린 채 '임직원의 것이다', '판매사업은 뒷전이고 돈장사만 한다' 등 비판을 벗지 못했다. 이제는 정부나 외부에 맡길 것이 아니라 조합원이 지역농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곧 '깨어 있는 조합원의 조직된 힘 만들기'가 3·11 동시 선거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농협개혁은 농협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즉, 그 존립 목적(농협법 1조 : 자주적 협동조직으로서 농민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과 운영 원칙(5조 : 조합과 중앙회는 조합원과 회원을 위하여 최대한 봉사해야 한다)을 잘 실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조합을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에 따라, 중앙회를 중앙회의 주인인 회원조합의 건전한 발전과 공동이익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

우리 조합원은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첫째 무엇보다 돈 쓰는 후보가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선거로 승부를 거는 후보를 택해야 한다. 둘째, 조합원이 조합의 주인이며 그래서 책임을 다하도록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알게 해주는 조합원교육(대의원과 이감사 및 직원 교육 포함)을 상시적으로 추진하는 후보를 택해야 한다. 셋째, 전면적인 농업개방과 장기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과연 우리 조합이 5년 뒤 10년 뒤 어떻게 살아남고 지속가능할지 조합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실행전략을 조합원들과 함께 추진하고자 하는 후보를 택해야 한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선거 이후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당선자가 내세운 정책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그 이행 여부를 감시·평가하고, 조합원의 필요와 열망이 제대로 경영에 반영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 농민단체나 언론, 사회단체가 연대하여 조합원들의 일상적, 지속적, 조직적 농협개혁운동을 추동하고 활성화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로써 3·11 선거가 농협개혁 대장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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