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업무 태만·부실 시공이 부른 행정착오
5개월간 사실 몰라…죄없는 주민들만 의심
정확한 기름량 파악 못해 책임소재 논란

화산면 삼마도 농어촌 폐기물종합처리시설의 기름 절도사건이 소각장 담당 직원의 행정업무 태만과 소각장 설비 부실시공으로 인한 착오로 밝혀졌다.

특히 애꿎은 주민들을 절도범으로 오해받게 하는 등 해남군의 부실한 업무처리가 화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해남군의회는 행정사무감사 현장조사 중 삼마도 소각장 기름탱크에 기름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조사를 요구했으며, 군은 해남경찰서에 소각장 유류 4000ℓ가 도난당했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본지 2014년 12월 19일 '삼마도 쓰레기 소각장 기름분실 수사의뢰' 참조>

경찰 조사결과 절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소각장 직원과 발전소 직원의 업무태만과 기름탱크 연결 시공업체, 조달청 기름탱크 제조업체의 설비 결함으로 인한 착오로 밝혀져 군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도마위에 올랐다.

삼마도 쓰레기 소각장의 기름탱크의 총 용량은 5000ℓ, 유조선에서 기름을 받아올 수 없는 적은 용량이다. 때문에 군은 약 2만ℓ를 보관할 수 있는 삼마도주민자가발전소의 기름탱크에서 기름 4000ℓ를 받아 사용하기로 결정했고, 호스로 두 탱크를 연결해 지난해 7월 15일 발전소에서 소각장으로 기름을 내보냈다.

그러나 1시간 40분동안 4000ℓ의 기름을 옮겼다는 한전 소속의 발전소 직원들과 환경교통과 소각장 직원들의 입장과는 다르게 10차례의 시범운전 이후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소각장 기름탱크에 남아있어야 할 기름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절도의 흔적이나 정황이 없자 지난 13일 2차 현장조사에서 기름을 다시 내보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 발전소에서 소각장으로 기름을 내보내는 호스에서 기름이 제대로 흘러나오지 않는데다 소각장 기름탱크의 계량추가 고장나 탱크 내부의 기름양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할 때부터 설비 결함이 있는 상태였으나 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여기에 환경교통과 직원이 5개월간 한 번도 기름 총량을 실측하지 않아 행정사무조사가 열릴 때까지 기름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발전소 직원과 환경교통과 직원이 기름을 주고받았다는 확인작업과 서류작성을 하지 않고 구두로 작업을 진행해 양측 주장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도 얼마만큼의 기름이 남아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사라진 기름에 대한 확인 및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다.

환경교통과 관계자는 "기름을 넣은 날은 지난해 7월 15일이었으며 이틀 뒤 시공업체가 기름추를 교체한 후 기름추가 가리키는 총량의 눈금이 발전소측이 말한 양과 비슷한 것 같아 그 말을 믿은 것이다"며 "기름의 양을 실제로 측정하려고 했으나 당시 장비가 부족해 기름탱크 뚜껑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각장 기름탱크에서 기름띠를 확인했는데 초기에 1000ℓ가량의 기름이 들어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름탱크에서 발견됐다는 기름띠는 녹이 슬어있는 부분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시공업체에서는 기름탱크에 물을 넣어 탱크의 기밀상태를 확인한 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삼마도 주민들은 기계 결함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수사를 의뢰한 해남군의 안일한 태도때문에 주민들이 도둑취급을 당했는데도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시설에 이상이 있는지부터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업무과실을 회피하려고 무작정 수사를 의뢰해 주민들을 도둑으로 몰았다"며 "삼마 주민 내부에서도 갈등이 생겼을 뿐만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이 우리가 기름을 훔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담당 계장이 일부 주민들에게 비공식으로 사과했을 뿐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잘못된 행정으로 억울하게 도둑취급 당한 모든 삼마주민들의 명예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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