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질에 청력 상실한 아버지
아버지 돕기 위해 아들이 이어
중국산 밀려와 전통방식 없어져
대장간 찾는 손님이 있어 힘난다

 

▲ '농어촌 농기구 제작소'라는 상호로 아버지 최금석 씨와 아들 최용호 씨가 3대째 대장간을 이어오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 대장간에서 만든 농기구이다.
▲ '농어촌 농기구 제작소'라는 상호로 아버지 최금석 씨와 아들 최용호 씨가 3대째 대장간을 이어오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 대장간에서 만든 농기구이다.

할아버지부터 이어져 온 대장간 농기구부터 닻까지 못 만드는 것 없어

대장간이라는 말이 잊혀져가는 지금 옥천면 신죽리에 위치한 농어촌 농기구 제작소에는 쇠를 다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호미, 괭이, 낫, 조쇠, 닻 등 농어촌 농기구들이 쇳소리와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 쇠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이 대장간은 아버지 최금석(71) 씨와 아들 최용호(40) 씨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대장간의 역사는 최금석 씨의 아버지인 최태식 씨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남읍 호천리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보며 자란 최금석 씨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5살때부터 사촌형과 함께 대장간을 운영했다. 매일 뜨거운 화덕 옆에서 망치를 두드려 농기구를 만들어낸 시간이 55년이 넘었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었던 당시 대장간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었다. 농기구를 만들고 수리해주는 대장간은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여름에는 바쁜 농사일을 위해 찾고 겨울에는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찾는 등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다.

송지면 산정리로 대장간을 옮겨 형제대장간을 운영했다. 그러다 다시 처음 대장간을 시작했던 읍 호천리로 이사했다. 장어, 개불 잡는 도구부터 시작해 자신에게 맞는 물품을 주문하는 손님들을 위해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 판매했다.

최금석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정신없이 바빠서 8~9명의 직원을 두고 일할 때도 있었다"며 "지금은 아버지 도와주겠다고 함께 있어주는 아들과 직원 1명이 전부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 종일 망치를 두드려 농기구를 만들어 내면 그걸 사러 오는 손님들 보는 게 좋았다"며 "대장간에서 들리는 쇠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지난 1997년 지금 위치인 옥천면 신죽리로 대장간을 옮기면서 상호를 농어촌 농기구 제작소로 바꿨다.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귀를 울리는 망치소리에 최금석 씨는 한쪽 귀가 멀고 다른 쪽은 보청기 없이는 들리지가 않는다. 이런 아버지를 돕기 위해 건축사 자격증을 따고 건축회사에 다니던 최용호 씨가 15년 전부터 아버지의 기술을 배우며 곁을 지키고 있다.

최용호 씨는 "처음 내려와서 5~6년간은 아버지가 만든 물품을 배달하는 일만 하다가 본격적으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아버지가 이틀 일하시면 하루는 병원에 가셔야 해서 편히 쉬시라고 하는데 아직도 손을 놓지 않으신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대장간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최금석 씨는 반대했다. 힘들게 일했던 지난날이 생각나고 미래에 전망이 없는 일을 하겠다는 아들이 한편으로는 기특했지만 안타까워 가르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최용호 씨는 부모가 없으면 자식도 없다고 말하며 아버지 곁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옛날처럼 망치로 두들기는 대신 스프링 해머로 망치질을 대신하지만 섭씨 1000도가 넘는 화덕 옆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직도 고된 일이다.

점차 농사가 기계화되고 중국산 농기구가 밀려오면서 대장간은 하나둘 없어져갔다. 최금석 씨의 대장간도 찾는 사람들이 점차 줄면서 농기구만으로는 운영하기가 힘들어 다양한 닻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닻도 종류가 다양해 배를 고정시키거나 양식이나 그물 등을 고정시키는 닻 등을 만들고 있다.

저렴한 중국산 농기구에 밀려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대장간 농기구는 10년전 가격과 다름없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닻은 종류와 크기별로 가격이 다르지만 농기구는 개당 2000원에 납품하고 있다. 강철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산에 비해 튼튼하고 휘어지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장간이 점차 사라져 물건을 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이 곳을 찾는다.

최 씨 부자는 아직도 주문을 해주는 고객들이 있어 대장간을 멈출 수 없다. 대장간을 찾아온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만든 제품을 사용할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마지막 한 사람의 손님을 위해서 농어촌 농기구 제작소의 화덕에는 불이 꺼지지 않고 1년 내내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 이 대장간에서 만든 농기구이다.
▲ 이 대장간에서 만든 농기구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