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은 해남녹청자 재현, 아들은 계승 발전

1대 정동윤 선생부터  4대째 도예가 길 걸어

4대째 대를 이어가며 해남 녹청자를 재현하고 그 맥을 계승·발전시켜가고 있는 도예가 부자가 있다. 황산면 연호리에 자리한 공방 '화원요'의 정기봉, 정병민 부자가 바로 그들이다. 비가 내리던 지난 17일 화원요를 찾아 남강 정기봉 선생을 만났다. 집에 들어서자 은은한 색을 뽐내는 도자기 등 청자들과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상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 정기봉, 정병민 부자의 작품들이다. 화원요에서는 일반 청자 뿐 아니라 국내에서 보기 드문 녹청자를 만들어 낸다. 해남 녹청자는 산이면에서 생산되는 황토로 만든 해남 대표 청자다.

화원요의 역사는 8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장흥에서 현대도예를 하던 1대 고향 정동윤 선생이 점토 등 입지조건이 좋은 해남으로 터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고향 선생은 옹기를 구으며 아들을 교육자로 만들었지만 화원 정형식 선생이 중간에 교직을 접고 도예가의 길을 걸으면서 대를 잇게 됐다.

3대째 대를 잇고 있는 남강 정기봉 선생은 조부와 부친께서 하는 도공 일을 보고 자라 전북 원광대학교 미대 응용미술과에서 도예를 전공하는 등 자연스레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러나 노력과 고생하는 것에 비해 성과가 미미해 힘든 도공 일을 중간에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 1990년대 초 도공 일을 하지 않고 전통 가마도 방치하다 다 없애버렸다. 그러다 지난 1995년 화원 선생이 작고하면서 해남녹청자 재현에 평생을 애써온 선친의 뜻을 잇기 위해 다시금 도공의 길을 걷게 됐다. 전통 가마도 새로 짓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도 다시 하는 등 해남 녹청자 재현을 위해 열정을 바친 지 어느덧 20여 년.

남강 선생은 지난 2006년 해남 녹청자 재현에 성공해 각종 초대전과 개인전 등 국내외 전시회를 통해 해남 녹청자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남강 선생은 지난 2012년 전남 공예명장으로 선정되는 등 이제는 한국현대 도자사에 녹청자의 전통을 잇는 인물로 주목 받고 있다.

남강 선생의 아들인 정병민 씨도 도예가의 길을 걷기 위해 호남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진학, 도예를 전공하는 등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대학재학시절부터 대한민국공예품대전, 전국관광기념품공모전, 녹청자현대도예공모전, 강진청자공모전 등 전국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평생 도예가 외길을 걸어온 부친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됐다는 병민 씨는 오는 9월 중국 경덕진 도자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남강 선생은 그런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도자문화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유학에서 견문을 넓히고 많은 것을 보고 배워오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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