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지참에 식당배달 급식까지
교사가 배식, 설거지해야 할 형편

전남도교육청이 25인 이하 소규모 분교에 대해 자체급식을 유도하면서 일부 분교에서는 학생들이 도시락을 지참하거나 점심시간에 집에가서 식사를 하는 등 교육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 수가 25인 이하인 해남군내 6개 분교는 학생 1인당 2500원씩을 지원해주는 대신 자체급식을 하도록 교육청에서 지침을 받았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는 조리사의 인건비 충당도 안되고 조리시설도 전혀 갖춰지지 않은 분교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방침이어서 대부분의 분교가 본교에서 이동급식을 계속하거나 학부모 위탁급식, 식당배달 급식을 하고 있다.
실제 10명이 다니는 분교의 경우 1인당 2500원을 지원 받아도 20일 기준으로 50만원에 불과하고 20명이라고 해도 100만원 밖에 안돼 조리사 인건비를 제하면 도저히 자체 급식을 할 수 없지만 교육청은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무조건적인 지침을 시달한 것.
학생수가 5명인 마산 용전분교는 자원봉사로 학부모 위탁급식을 하거나 식당에서 배달해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으며 화원 화봉분교(8명)는 지난해까지 학부모들이 갹출해 자체급식을 하다가 올해부터는 도시락을 지참하거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도록 하고 있다.
어불분교(11명)는 섬이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이동급식을 할 수도 없어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가정집에서 급식을 하는 실정이고 나머지 황산 징의·북일 산동· 송지 서정분교는 본교와 협의해 이동급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급식을 하는 분교도 지난해까지 조리사가 따라와서 배식과 설거지를 해주다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해결해주지 않아 본교에서 급식을 가져다 교사와 아이들이 배식을 하고 설거지를 해야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모 교사는 아이들은 평등한 환경에서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헌법에 보장돼 있고 국가도 차별없는 교육을 시킬 의무가 있다며 학생이 1명이라도 존재하는 한 불평등한 혜택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에 종사한다는 한 학부모는 “도시락을 싸주거나 점심때에 맞춰 밥을 챙겨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정부의 교육예산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불편도 해결해주지 않는 분교는 대한민국 학교가 아니냐”고 항변했다.
중고등학교까지 학교급식이 실시되는 마당에 분교에 대한 이런 처사는 성장기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이고 분교에서 자체급식을 하다 혹시 잘못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예산타령으로 분교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와같은 급식방침이 분교 통폐합을 촉진하기 위한 무언의 압력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항간에 제기되고 있어 교육당국의 명확한 해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해남교육청은 “교육청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장이 실정에 맞게 조리사와 이동급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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