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 시작한 석공, 아들이 예술로 이어받아

아들이 전국 제일의 석장이 됐으면…

북평면 남창마을 도로변에 위치한 현대석재. 이곳에는 돌이 좋아 평생 돌만 깎고 살아온 임석종 씨와 그의 아들 임태희 씨가 살고 있다.

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높이 4m가 넘는 거대한 불상이 이곳을 찾는 손님을 반긴다. 그 외에도 용의 모습을 담은 용상과 인물상, 여인상, 거북이상, 비석 등 돌을 이용해 만든 수많은 조각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업장에 있는 대부분의 조각품이 임 씨와 그의 아들 태희 씨가 해남의 단단하고 딱딱한 돌에 따스한 온기와 생명을 불어 넣어 탄생시킨 것들이다.

임 씨가 돌과 인연을 맺고 석공예 일을 시작한 것은 42년 전 마을 돌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 손에 이끌려 돌 공장에 취직했다는 임 씨는 돌을 깎아 조각품을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 보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석공예가로서 임 씨의 길이 시작됐다.

비록 돌 공장 일이 힘들었지만 돌이 좋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는 임 씨는 17세가 되던 해부터 10여 년 동안 서울 동대문, 의정부, 포천 등 석공예 명장들을 찾아 전국곳곳을 돌며 기술을 배웠다.

"인물상 3년, 여인상 3년, 마리아상 3년. 한 스승 만나면 3년씩은 따라다니면서 기술을 배웠다"

10여 년간 전국의 석장을 만나 기술을 배우고 나서야 석공예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임 씨는 지난 1987년 전북 고창에 처음 자신의 돌 공장을 세웠다. 이후 지난 1999년 우연한 기회에 해남과 인연이 닿아 북평면 남창마을에 현대석재를 세우고 정착했다.

임 씨가 우연한 기회에 돌과 인연을 맺고 돌에 정착한 것처럼 아들 태희 씨도 아버지가 돌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며 자연스레 석공예의 길을 걷고 있다.

석공예가 힘들고 하향세에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 남들처럼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길 바랐다는 임 씨는 "나처럼 돌이 좋아 이 길을 걷고 싶다고 하니 말리지도 못하고 가르치게 됐다"며 "힘이 좋고 손재주가 있어 곧잘 따라 하더라. 그런걸 보면 천성이다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 전역 이후 본격적으로 석공예 일을 시작한 태희 씨는 지난 2010년 아버지와 함께 나간 전남기능대회 석공예 부문에서 우수상을 차지하며 돌 조각에 대한 재능을 보였다. 2011년에는 동 대회에서 아버지를 누르고 금상을 차지, 실력을 인정받아 아버지와 함께 미국, 호주, 일본 등 해외로 나가 돌 작업을 하는 등 돌 조각가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임 씨는 "지금은 일거리가 많이 없어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아들을 경기도에 있는 돌 공장으로 보냈다"면서 "아들이 현재 실력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해 꼭 전국 제일의 석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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