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쪽이 뜨면 다른 한쪽은 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를 이어 가업을 잇기란 쉽지 않다. 한때는 호황을 이뤘던 직종도, 직업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차츰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다양한 분야에서 대를 이어 가업을 잇고 있는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고운 한복을 입은 매일상회 이경애 씨가 포목점을 소개하며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고운 한복을 입은 매일상회 이경애 씨가 포목점을 소개하며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해남읍 읍내리 매일시장 앞 도로변에서 6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매일상회.

매일상회는 한복과 이불을 파는 포목점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형형색색 예쁜 색을 한 이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왼쪽에는 고운 자태를 뽐내는 수백여벌의 한복이 있다.

창업주인 손양례(92) 여사가 읍 읍내리에 포목집인 매일상회를 연 것은 6·25가 발발한 지난 1950년이다.

처음에는 같은 장소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다가 돈도 많이 벌고 자신의 특기인 바느질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포목집을 열었다.

지금은 사양길에 접어든 포목점이지만 한복을 주로 입었던 80~90년대까지는 장사가 잘됐다.

손양례 여사의 한복을 입은 모습이 너무도 곱고 단아해 이쁜사람 점방으로 통하며 늘 사람들로 붐볐다.

황산면 연호리와 산이 상공리 항구를 통해 보름에 한번 씩 목포에서 한복 천을 사왔는데 새 한복천이 오는 날에는 고운 한복 천을 먼저 사겠다는 손님들로 가게는 늘 북적거렸다.

시간이 지나 손양례 여사는 백발의 노인이 됐고 지금은 며느리인 이경애(56) 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 1983년 손 여사는 아들인 임영오 씨와 결혼한 이 씨가 지난 1985년부터 손 여사으로부터 포목점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해남에 내려와 어머니와 살다보니 자연스레 포목점 일을 배우고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이 씨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포목집이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이후 시장이 점차 생기를 잃어가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포목점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명절이나 결혼식, 칠순잔치 등 대소사가 있으면 한복을 맞춰 입고 이불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은 한복을 맞춰 입는 사람보다 필요할 때 와서 대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포목점은 사양길을 걷고 있지만 매일상회는 여전히 찾아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지인들이 오가며 마음 편히 커피한잔 하고 가는 이야기 터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물건을 파는 재미로 장사를 했지만 요즘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로 장사를 한다.

포목점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한때 유치원 등 다른 업종을 해볼까 고민했다는 이 씨는 경기불황에 대한 불안감과 수십년간 해온 일에 대한 애정 때문에 힘 닿는데까지 계속해서 매일상회를 운영할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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