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식 (해남공업고등학교 교사)

 
 

지난달 '비소 독물을 마셔야 하는가'란 제목으로 신문에 기고하였다. 신문이 발행된 날 인용된 논문을 지도한 교수로부터 전화 통화를 바란다는 연락이 와서 연락해보니 전화를 요구한 적이 없지만 기사는 읽어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재직하고 있는 학부가 '지구환경시스템학과'가 아니라 '지구시스템과학과'라고 정정해 주었다.

교수는 논문을 읽어 보았는지, 비산재와 바닥재의 차이와 각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 성분의 차이가 있는 것을 아는지 물었다. 각 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의 성분 차이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12월 논문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모를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석탄재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심지어 그 실험실에서 12월에 나올 정도의 정보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해남에 살고 있으면 그 정도는 모를 것으로 치부하는 질문의 어투에 기분이 나빴지만 기고문에 쓴 자료의 데이터가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원면 청자도요지 주변 석산 개발에 대하여 관련 공무원이 법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석산개발을 허가해도 괜찮다는 인터뷰가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없는 심청이도 홍길동도 만들어내고 있는 터에, 우리나라 최고의 청자도요지도 법적인 문제를 들먹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해남이고, 손상시켜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 해남이라는 것을 느꼈다. 또한 해남의 현재와 미래의 주요 산업이 농수산이면서 청정 이미지에 치명적이고 지하수 기준치를 넘어 우리의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석탄재를 수백만 톤씩이나 매립할 수 있는 곳이 해남이고 그런 문제에 대하여 어떤 정치인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곳이 해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5년 전 해남의 환경문제에 대해 전남의 몇 정치인들을 한 나절 동안 안내한 적이 있다. 안내 마지막에 지역의 환경에 '정치력'을 발휘하여 해결해 줄 것을 당부하는 멘트가 있었다. 화기애애한 안내가 끝나고 모두 헤어졌는데 어떤 정치인에게 불려 간 나는 "정치를 알기나 하냐" "정치를 알지도 못하면서 왜 '정치력'이라는 이야기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어야 했다. 아직도 그 사람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도 그들이 정말로 정치를 알기나 하는지 궁금하다.

법으로 하자가 없으니, 이미 허가가 났으니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석탄재를 매립해도 되는가? 만약 그런 논리가 맞다면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과 잘 집행되었는지 판단하는 법원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

그런데 법은 사회 갈등 조정의 마지막 수단이다. 법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가 막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다하다 안되면 법대로 하자고 하지 않는가. 건전하고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서로의 이해 대립의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역할을 정치가 하여야 할 것이다.

해남의 정상적인 정치인이라면 석탄재 매립 문제나 청자도요지에 석산을 개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법에 하자가 없으니 집행해도 된다는 논리를 펴는 공무원을 불러 꾸중을 해야 하고,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이 하여야 할 지역민에 대한 도리다.

다가오는 선거철을 맞이하여 해남의 정치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표를 요구할 것인가? 석탄재 매립 때문에 생길 문제를 한번이라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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