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에도 연일 고온에 피해 늘어, 농가 조기수확 선택

 

벼멸구 폭탄   수확을 앞둔 논에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피해를 막고자 추수를 서두르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원안은 벼에 달라붙어 있는 벼멸구)
벼멸구 폭탄   수확을 앞둔 논에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피해를 막고자 추수를 서두르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원안은 벼에 달라붙어 있는 벼멸구)

"벼멸구만 잡는다면 올해는 대풍이다" 불과 보름 전 얘기다. 추석이 지난 뒤 빠르게 확산되는 벼멸구에 대풍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금들녘으로 물들어야할 논은 벼멸구로 인해 말라버린 벼와 익은 벼가 대조를 이루며 확연히 벼멸구 피해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수를 서두르고 있다. 예상했던 수확일은 10월 중순이었지만 추석이 지난 후 눈에 띄게 늘어난 벼멸구로 벼 조기 수확을 하는 농가들도 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는 피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조기수확을 선택하고 있다.

올해 여름 고온이 지속되면서 벼멸구가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어 벼멸구의 세대단축과 증식속도가 빨라지며 피해가 확산됐다. 벼가 익어가는 9월에도 늦더위가 계속됨에 따라 벼멸구의 활동이 활발해져 피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벼멸구는 침을 이용해 벼의 양분을 빨아먹어 영양공급이 되지 않아 하얗게 말라죽거나 벼가 여물지 못해 쭉정이로 변하게 한다.

군은 지난 8월부터 벼멸구 방제를 위해 각 마을을 순회하며 홍보에 나섰다. 지난 9월에는 긴급방제를 통해 일반답과 친환경답에 방제를 했다. 농가들도 벼멸구 방제에 나섰지만 벼멸구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전년도 벼멸구 피해지역 5465필지를 예찰한 결과 302필지가 변색되고 171필지에서 벼의 고사가 진행중이었다.

수확철을 앞두고 추수만 바라보던 농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 농가는 "벼멸구 약을 3번이나 했지만 벼멸구가 죽지 않는다"며 "아무리 약을 해도 벼멸구가 약에 대한 면역성이 있는지 시간이 지나면 또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전에만 해도 괜찮던 논이 추석이 지난 후부터 벼멸구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지금 약을 뿌리기에는 잔류농약 문제도 있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수확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벼멸구가 극성을 부리자 수차례 농약을 뿌리고 공동방제에 나섰지만 농약에 내성을 보이는 벼멸구는 박멸되지 않고 있다. 벼멸구를 박멸하기 위해 요즘 약을 뿌린다고 해도 15일가량이 지난 후에 수확해야 되기 때문에 방제에 나서지 못하는 농가들도 있다.

한편 벼멸구 피해로 농작물 재해보험을 받기 위해 농협에 신청했지만 실측과 계근을 통한 피해율 산정이 보상범위에 들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하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태풍·우박·호우를 비롯한 모든 자연재해와 조수해, 화재로 인한 피해와 특약에 가입했을 시 벼멸구, 흰잎마름병, 줄무늬마름병에 대한 병충해도 보상받을 수 있다.

피해율 산정은 면적 실측과 수확량 계근을 통해 이루어진다. 벼멸구의 경우는 전체 피해량 중 50%의 피해량만 보상해준다. 50%의 피해도 전부 보상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부담비율이 정해져 있어 20%와 30%의 자기부담비율은 제외된다. 실질적으로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피해량 중 20~30% 내외만 보상받게 된다.

한 농민은 "실측을 나와 무게를 재어보고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돌아갔다"며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보험에 들었지만 보상을 받기까지는 너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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