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날 기념 정태인 교수 초청강의

'협동의 경제학' 저자인 정태인 교수는 주류경제학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협동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협동의 경제학' 저자인 정태인 교수는 주류경제학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협동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오는 6일은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지난 1923년부터 매년 7월 첫째주 토요일을 협동조합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UN도 지난 1995년 특별결의를 통해 UN공식 협동조합의 날을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날 이전 1주간은 협동조합 주간이라 불린다.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협동조합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주간이다.

한울남도생협과 해남신문, 새롬교회(초록가계), 해남친환경농업협동조합이 주관하고 전교조 해남지회, 해남군농민회, 해남평통사, 해남지역자활센터, 해남 YMCA의 후원으로 '협동의 경제학'의 저자인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교수의 강의가 열렸다. 정 교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원장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정책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저녁 7시가 가까워지자 하나 둘 해남 문화원으로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인간이 왜 협동을 하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협동은 태어나면서 부터

인간의 아기와 원숭이를 놓고 한 사람이 종이 더미를 스테이플러로 묶는 작업을 한다. 종이를 다시 가져 왔을 때 스테이플러를 찾으러 두리번거린다면 두 개체 중 누가 스테이플러의 위치를 알려주는지 실험을 한다.

이 실험의 결과는 24명 중 22명의 아기들이 스테이플러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원숭이도 스테이플러의 위치를 알려주긴 하지만 그 행동에는 이유가 따른다.

위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 아기들이 돕기, 알려주기, 공유 등 이타적 행위를 보이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협동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현재의 주류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태어나면서부터 상호적이다. 먼 옛날부터 인간은 서로 협동하며 역사를 만들어왔다.

인간의 상호성이란

인간이 어떻게 협동하고 신뢰하는지 게임으로 설명했다. '최후통첩게임'은 두명이 한팀이 되어 A에게 1만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하는 게임이다.

A는 B에게 주고싶은 만큼의 금액을 제시한다. B는 그 금액을 수용할지 거절할지 택한다. 만약 B가 거절한다면 둘 다 돈을 받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A는 40%의 금액인 4000원 가량의 돈을 B에게 제시한다. 인간을 이기적으로 보는 주류경제학에 대입하면 맞지 않는 상황이다.

B가 제안을 거절할 권리가 없는 '독재자게임'에서도 A는 2000원~3000원의 돈을 제시하는 걸로 나타났다. 시장경제의 예측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결과이다. 이 게임으로도 인간은 이타적이고 상호적임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게임을 통해 개인과 전체의 합리성이 불일치되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만약 점심값을 모아서 사람 수대로 나누어 계산하게 된다면 다들 비싼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볼 것이다. 이것은 점심 값의 딜레마라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협동보다는 배반을 해야 이익인 죄수의 딜레마, 상대의 행동에 따라 협동과 배반이 나뉘는 사슴사냥게임, 상대의 행동과 관계없이 협동하는 치킨게임 등 다양한 실험들을 보여줬다.

이러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라 협동이 가능한 인간으로서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네박사 경제 중요

협동을 하기 위해서는 5가지의 조건이 있다. 혈연관계, 직접상호성, 간접상호성, 네트워크상호성, 집단선택 등이 협동을 하며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뢰는 모든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으로 보고 있다.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바라는 시장경제. 신뢰와 협동으로 인간의 상호성에 의존해 연대하는 사회적경제, 민주주의에 의한 합의로 공공성을 가지는 평등한 공공경제, 자연도 경제의 일부분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보는 생태경제가 조화를 이룬 네 박자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직적 협동조합으로써 한국 재벌들의 이상적인 개혁모델인 스페인의 몬드라곤, 수평적 사회경제네트워크로 중소기업 네트워크의 이상적 모델인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정부와 시민단체의 협업으로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케나다의 퀘벡 등 성공한 협동조합의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2시간의 짧은 강의는 끝이 났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협동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기적인 경제학을 토대로 성장했다. 주류경제학을 이겨낼 무기는 서로 신뢰하고 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