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농민약국 약사)

김은숙(농민약국 약사)
김은숙(농민약국 약사)

벌써 오래전의 고추장 광고가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신당동 떡볶이 집에서 찍었는데 거기 할머니가 (떡볶이 양념고추장의 비밀은)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이렇게 말해서 유명해졌다.

며느리가 시집을 오면 시어머니가 자기 집의 김장하는 법, 음식 만드는 법 등을 가르친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가진 기술을 이어 받으며 시어머니의 기술을 습득한 유일한 사람이 된다.

시어머니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중요한 기술 같은 것은 쉽게 가르쳐 주지 않으며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며느리가 많은 배움을 얻었을 때 가르쳐 준다. 시어머니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을 때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을 쓰게 된다.

나는 마을에 건강교육을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이 말을 쓴다. 원래의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과는 뜻이 좀 다르지만 내가 아픈 건 같이 살지 않는 아들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부모님 목소리만으로도 아프신지를 잘 아는 자식도 물론 있겠지만 아프면서도 자식들 걱정할까봐 티를 안내는 게 부모님 마음이다. 내 몸이 많이 아프기 전에, 아프더라도 내가 조금 노력해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게 건강교육의 목적이다.

마을에 건강상담과 투약활동을 하고나서 열흘정도 있다가 다시 그 마을에 들어가서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불편하지는 않으셨는지도 알아보고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건강교육을 해드린다.

그런데 막상 건강교육 왔다하면 시큰둥(?) 하신 분들이 많다. "왜 오늘은 혼자 왔느냐?" "약은 안 가져왔느냐?" 잠깐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얼른 가다듬고 왜 왔는지 말씀을 드린다. "제가 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건강관리 하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어른들은 오랜만의 공부에 눈을 빛내신다. 주로 점심 후 나른한 오후에 하는 1시간 정도의 공부이지만 졸지 않고 열심히 따라와 주신다.

알기 쉬운 혈자리도 가르쳐 드리고 간단한 요가동작이나 민간요법도 가르쳐드린다. 체할 때 누르는 자리가 멀미할 때도 쓰인다고 알려드리고 다음에 옆자리에 멀미하는 분 있으면 알려주라고 하면 정말 좋아하신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손가락 지압법에는 관심이 특히 많으시다. 약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의 손톱뿌리 끝을 눌러주는 지압법은 면역력을 올려주는 것으로, 자주 지압해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료집을 가지고 가는데 안 오신 분들 드린다고 더 달라고 하신다. 동네 회관에서 잘 모여 노시는 분들은 끝나고서도 한참이나 복습도 하신다. 짝을 지어서 서로 알려주고 지압도 서로 해주시는 모습은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르게 한다.

교육 마지막에 가지고 간 약차를 끓여서 같이 마시고 나오는데 그때까지 질문도 하시고 자료집도 보시는 분들이 많다. 처음에 시큰둥하던 반응은 간데없고 배움의 기쁨과 실천의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참 많이 고마워하신다.

자신의 몸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몸에서 하는 소리를 들으며 고통의 소리를 알아듣고 제때에 처치를 해준다면 훨씬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며느리가 알 수 없는 내 몸의 신호는 내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손톱지압이나 붕어운동, 모관운동이라도 열심히 해보자. 지난번에 쓴 웃음요법과 함께하면 효과 백배다.

참, 신당동 할머니는 작년에 별세하셨다고 한다. 그 광고가 1996년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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