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주 기자
석정주 기자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끝내 이정확 의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단식 15일째부터 기운을 잃어간 채 대화도 거의 없이 누워만 있던 이 의원의 모습이 영화장면처럼 스쳐갔다.

카메라를 들쳐 메고 농성장으로 달렸다. 멀리서 초췌해 보이는 한 남자가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그의 얼굴을 봤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총선을 앞 둔 지역구 국회의원이 다가간다. 이 의원의 손을 잠시 잡으며 뭐라 이야기 한다.

무슨 말을 했을까? 미안하다 했을까? 고생이 많았다 했을까?

뭔가 어색한 만남이다.

화력발전소 유치와 관련해 지역민들이 찬반으로 갈렸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구인 진도에서도 부군수를 주축으로 한 대책위가 결성되는 등 반대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지난달 10일에는 목포와 신안, 진도, 해남 등 화력발전소 유치 반대를 위한 결의대회까지 열리면서 찬성측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군의원은 유치 반대를 위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연일 압박이 이어지자 국회의원은 지난달 26일 화력발전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은 MPC와 지경부 등이 성의없는 답변과 불분명한 정보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와 찬성입장의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충분한 토론과 검증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갈등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군의원도 갈등의 조정자일까?

아니다. 둘 다 모두 국민과 군민의 대변자다.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행정당국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군의원은 주민의 의견을 인지하고 유치 반대를 위해 목숨을 내걸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지자체나 지역주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를 지역주민과 지방자치의 뜻을 무시할 수 없다며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자처했다.

화력발전소 갈등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시작했다. 연일 이어지는 성명과 반대집회, 항의방문 등 많은 지역민의 목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갈등 시작 3개월만에 발표한 성명은 고작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하겠단다. 토론과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둘의 어색한 만남은 찰나처럼 끝난다. 구급차에 몸을 실은 군의원이 떠나간다. 떠나간 구급차를 보며 한 군민이 말한다. "주민의 의견이 뭔지는 알까? 다가올 총선이 급하겠지"라는 비아냥 거림이 들렸다. 아마 국회의원은 못들었나 보다. 구급차의 싸이렌 소리에 묻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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