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졸업시즌이다. 학교 선생님들과 선후배들과의 아쉬운 인사를 나누는….
졸업식이 열리는 학교 교문 앞에는 여느 해와 같이 꽃을 파는 상인들이 전을 펴고 있다.

그런데 그 옆에는 쌩뚱맞게도 경찰차와 무전기를 손에 든 경찰들도 함께 교문을 지키고 서 있다.
학교앞 분위기가 무거워 보인다. 지난해 볼썽사나운 일련의 졸업식 뒤풀이 '졸업빵'에 대한 우려 때문인것 같다.

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졸업식이 집중된 8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중점 관리기간으로 정하고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 기동대와 방범순찰대 등 4만7000여명을 동원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는 졸업식장에 공원력투입은 어째 좀 어긋난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그들만의 문화',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한 이후 공권력이 투입된 터라 인재육성과 교육의 산실이라는 학교 졸업식 경찰동원은 학교문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해 보였다.

학부모들도 "어쩌다 이 지경까지…"라고 혀를 찼다.
네티즌들도 "경찰이 학교까지 들어와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 하는 것 같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뜻이겠지만 졸업식의 경찰은 불청객이며 이는 분명 과잉단속이다"고 비난했다.

잠시동안 학교앞을 지키는 것으로 학생들의 모든 일탈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일부학생들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의 소중한 추억에 생채기를 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행여 촌지와 선물 등의 논란으로 의미가 퇴색 돼 가고 있는 스승의 날 처럼 졸업식의 의미도 퇴색해 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해본다. 현 시점의 교육행정이 공권력까지 동원해야 할 만큼 무능한 것일까!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졸업식장에 교복을 입고 오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또한 교복과 교과서 물려주기 마당을 열거나 축제 형식으로 졸업식을 승화시킨 학교들도 생기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북평중학교가 방과후 교육활동 성과 발표회로 졸업식을 대신했다. 학교에서 배운 플룻, 기타 등을 연주하며 그들만의 축제로 승화시켜 나간 것.

학생선도는 언제까지 공권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교육계에서 스스로 대안을 찾고 해답을 구해야 하며 우리 사회도 다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 '졸업'이란 행사가 더 이상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