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아이들의 할머니
부모로부터 외면당한 아이를 친손주처럼

“나한테 맡긴 아인데 어떻게 고아원에 보낼 수 있어요.” 유아원을 운영할 때 자신에게 맡겨놓고 부모가 나타나지 않는 네명의 아이들을 거두어 키우고 있는 이영선씨(57)는 나이 먹은 자신에겐 애들이 있어 더 의지가 된다며 활짝 웃는다.
9년전 두 살 때 맡겨진 성종이는 IMF 이후 부모로부터 연락이 끊겼고 부모 주민등록도 말소돼 서울 동대문구청에까지 가서 호적을 살려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것이 벌써 4학년이 됐다.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울먹이는 성종이가 혹시나 잘못될까 항상 안아서 재우고 키웠는데 마음쓰는 것이 하도 착해 요즘은 자신이 더 고맙다.
성빈이 예진이 남매도 사정은 비슷하다. 천신만고 끝에 엄마를 찾았지만 부산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이를 거둘 형편이 못될 것 같아 자신이 맡아 키우고 있다. 가정사정이나 경제사정으로 피치 못해 아이를 데려가지 못하는 부모를 생각하면 돈 안보낸다고 애들을 고아원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그래도 자신이 돌보는 것이 애들에게 좋다고 믿었고 언젠가는 자신을 찾아와 애들을 데려가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현재 그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네 명과 양육비를 보내는 한 명 등 다섯명을 식구로 거느린 할머니로 살고 있다. 애들이 할머니라 부르면서 자연히 할머니가 됐고 출가해 나가사는 3남매의 손자 손녀 이상으로 애들이 예쁘다.
“농사 곡수받는 것도 있어 애들을 키우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요. 바른 길로만 잘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죠.” 하지만 애 한 명 학교 보내고 먹이고 재우는데 40만원 정도 들어간다며 군에서 소년소녀가장으로 지정해 약간의 지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성빈이는 공부도 잘해 항상 100점을 받아오는데 학원이라도 보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이씨.
그의 어릴 때 꿈은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이나 복지시설을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서 애들을 돌보는 보육원을 운영하게 됐고 부모로부터 떨어진 아이들을 돌보는 할머니가 돼 버렸다. 한 때는 100명이 넘는 아이들로 북적대는 보육원도 운영했지만 어려운 사람 사정 봐주다 보니 선생님과 통학버스 기사 월급주고 나면 마냥 적자라 4년전 남편이 작고한 뒤로는 부모가 데려가지 않은 애들만 거두고 있다.
“제 아이들만큼만 키울랍니다.” 공부 잘하라는 소린 않지만 “남의 것 탐내지 말라”는 소린 귀가 따갑도록 한단다. 부모 없이 자란 애들이라 비뚤어졌다는 소린 그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애가 생퉁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온다. “할머니 성종이 오빠가 책 안 읽어줘요.” 그에게 매달려 투정을 부리는 여섯 살 예진이의 모습이 친손녀처럼 살갑게 느껴진다. (532-7181)

<이영선씨에게 있어 다섯아이들은 친손주나 다름없는 소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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