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에 많은 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그곳은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곳이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엔 시간당 4종씩, 해마다 최소한 3만여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고 21세기말에는 지구상 생물종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경고는 생물종다양성의 파괴가 경제적 가치나 심미적 즐거움을 앗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전체 생물계의 일원인 인류 자신도 그 희생자가 된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생물종 보존을 위해 지난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채택돼 99년 발효된 생물다양성협약에는 우리나라도 가입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시행한 종다양성계약에서 정부는 많은 부분의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려는 경향을 보였고 해남군은 지방재정을 이유로 결국 올해 사업예산을 대폭 축소하는 사태로 이어져 농민 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종다양성사업은 위에서 언급한 인류생존이라는 거창한 문제를 떠나 우리군의 농업과 관광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봐도 중요한 부문이다. 철새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호수를 오염시킨다는 인식은 철새를 브랜드화하고 관광상품화해서 어려운 농촌현실을 타개 할 수 있는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사고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종다양성계약으로 우리는 3년만에 철새의 군무를 보게 됐고 가창오리와 고니, 쇠기러기, 이를 먹이사슬로 하는 매 등도 해남에 나타난 것이 목격됐다. 지금은 개체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한 종이 풍부해지면 그에 따른 먹이사슬은 당연히 만들어져 얼마 지나지 않으면 다양한 종이 서식하게 될 것이고 두륜산이나 달마산의 난대림과 함께 해남의 커다란 자원이 되는 것이다.
농산물시장의 개방으로 우리농업은 해가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외국의 철새를 이용한 친환경농업과 생태관광사례는 우리농업을 살릴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군도 철새보호의 성급한 후퇴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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