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잘못 운영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퇴출

지난 2003년 예산을 잘못다뤄 382여억원의 적자를 발생시킨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주지사가 주민들에 의해 소환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청사)
지난 2003년 예산을 잘못다뤄 382여억원의 적자를 발생시킨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주지사가 주민들에 의해 소환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청사)
미국 캘리포니아, 4000여만 명이 살며 1년 예산은 주 예산 1455억불(145조원)과 연방정부 예산 600억불(60조원) 등 총 2055억불(205조원)이다.

캘리포니아 예산은 우리나라 전체 예산 보다 많으며 세계 5대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 2003년 205여 조원의 예산을 잘못 운영한 주지사가 주민들에게 소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투표 결과 당시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해직되고,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즈네거가 신임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됐다.

데이비스가 주지사로 있던 2001년 당시 캘리포니아 재정은 70억 달러 흑자였으나 3년 여 만에 5배가 넘는 382억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재정적자원인 중 예산낭비도 많은 부분이 차지했다.
데이비스는 주 재정 적자를 메꾸기 위해 Sales Tax(물품세) 1% 인상 가능성을 주 의회 연설에서 내비쳤다. 

캘리포니아 예산프로젝트(Calforn ia Budget Project) 진 로스 사무총장은 "캘리포니아에서 세금을 올리려면 주민의 2/3가 찬성해야 하는데 40%가 넘는 주민들은 절대 반대를 보였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예산을 잘못 운영해 생긴 380억 달러의 재정적자로 주민들의 불신이 누적돼 결국 1921년 물러난 린프레지어 노스타코다 주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퇴출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가 재정 위기를 맞은 지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캘리포니아는 매년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힘써왔지만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수입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주 재정구조의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결과 조금씩 나아졌고 지난해에는 100억 불의 흑자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 주 재무부 마이클 제네스트는 2001~2002년 재정상황을 "수입 예측선과 지출 예측선을 높게 잡은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거둬들인 세금은 여기에 크게 못 미쳤으며 주정부는 6월까지 처음 수립한 수입 예측선에 따라 지출해왔던 것이다. 즉, 실제 세입은 많이 줄었지만 지출은 예정대로 집행돼 많은 재정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수입 예상치와 실제 거둬들인 세금의 차이는 146억 달러에 이르렀다.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정부는 첫째 92억불의 공채를 발행 수입을 늘렸다. 이후 고속도로 건설 지출비를 줄였으며 사회복지 지출예산을 일시 보류하고 학교 교육관련 예산을 20억불 줄여나갔다.

이러한 노력을 몇 년간 계속하는 동안 수입도 동시에 늘어 재정이 안정돼 갔다. 노력과 동시에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낭비 요인은 없는지 감독을 강화했다.

회계전문가를 둬 의도한 효과가 나오는지 체크했고 건설현장, 학교 등 예산이 집행되는 현장을 직접 둘러봐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체크했다.

또한 웹사이트에 예산 내역을 모두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 주민들은 어떤 사업이 진행·예정 중인지, 어떤 사업에 얼마나 예산이 집행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이 낸 세금이 무엇을 위해, 얼마나,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는 당연한 논리로 주민들이 직접 예산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해 예산낭비의 요인을 미리 막은 것이다.

예산을 세우기 전 열리는 공청회 등에도 주민들의 참여를 늘렸으며 주지사는 이슈와 관련해 매일 많은 이해그룹을 만나 대화를 했다.

제네스트 재무국장은 “주 의회 의원들 역시 예산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보좌관들의 상당수가 재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아 의회의 예산에 대한 감시가 높다”고 말해 의회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예산 낭비를 사전에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들도 눈에 띄었다.

대통령부 관리 예산처(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는 정부의 사령탑으로 매년 대통령의 예산을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모든 기관을 운영하도록 돕고 있다.

OMB에는 500여명의 직원이 있지만 그중 60%가 예산관련 일을 하고 있어 예산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OMB는 각 기관의 예산을 평가하고 조사한다.

OMB 대니 워펠 부감사관은 "우리는 한정된 예산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며 각 기관은 모두 점점 더 많은 예산을 받길 원하기 때문에 어떤 기관에 얼마의 예산을 주는 것이 합당한가를 판단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계책임성, 내부조사, 사기, 낭비, 실수 등 위험성이 있는 부분을 감시·규정해 실제로 능률적으로 예산이 사용됐는지도 조사한다고 말했다.

OMB는 감사를 통한 재정보고서 제출을 요구한다. 재정보고서 평가에 통과한 기관은 다음해 더 많은 예산을 내려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평가는 정부감사가 아닌 외부의 독립된 심사를 통해 이루어져 정확하고 신빙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MB가 이같은 일에 주력하는 이유는 예산의 투명성을 위해서이다. 시민과 납세자들이 그들의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볼 수 있게 해, 예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OMB는 2004년 이후 정부의 불필요한 부동산을 조사, 매각해 45억불의 예산을 늘렸다.

또한 사적으로 사용된 정부카드 사용액, 취업이 됐는데도 계속 지급된 실업수당, 노인들의 치료비 보조액 등 450억불의 부적절하게 지불된 예산을 찾아냈다.

예산낭비를 유발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고의적인지 사기인지, 실수인지에 따라 차등적인 제제를 가하며 재무보고서 등 예산낭비를 줄인 기관과 공무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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