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밥풀꽃 물봉선화 익모초 앞다퉈 활짝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품어내며 마지막 꽃을 피우는 가을들꽃. 봄꽃처럼 싱싱하지도 않고 여름 꽃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그래도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대지에 마지막 꽃을 선사하는 가을들꽃은 가을날씨 만큼이나 청명하고 애잔하다.
가을들꽃을 탐사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현산면 덕흥마을, 우리지역 마지막 생태마을이라고도 불리우는 현산면 덕흥리 들녘에는 온통 가을꽃 물결이다.
이질꽃, 물봉선화, 쑥부쟁이, 익모초, 며느리 밥풀꽃, 며느리 밑씻개 꽃, 상사화 등, 온갖 꽃들이 앞다퉈 피우며 늦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현산면 덕흥마을은 들꽃뿐 아니라 볼거리가 다양하다. 우리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마을 여기저기에 군락을 형성하며 우람함을 자랑한다. 그 중 가장 큰 느티나무는 아이들 5명과 어른 3명이 빙둘러 껴안아야 겨우 안을 수 있을 만큼 크다. 또 마을 집 담은 모두 돌담으로 돼 있어 돌담길 사이길을 걷는 것도 제법 멋스럽다.
돌담 너머로 얼굴을 내밀며 빨갛게 익어가는 감이며 돌담을 휘감고 도는 덩쿨풀 등은 현산면 덕흥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마을을 돌아 마을과 오도고개를 연결하는 들녘에는 온통 들꽃과 억새풀이 어우려져 눈요기를 제공한다. 천천히 발길을 옮기면서 야생화 하나하나의 이름과 모양새를 눈여겨보며 가을꽃 탐사를 시작하자. 물속에서 크는 고마리, 물줄기 주변에서 군락하는 물봉선화, 여기저기 돌 사이로 붉은 입술을 내밀고 있는 상사화, 그 꽃들마다에는 꽃과 닮은 애잔한 전설들이 담겨있다.
가을들꽃 탐사 이후에는 덕흥마을과 대둔사를 잇는 오도재를 넘으며 가을철 산행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오도재는 가파른 길이 전혀 없는 오솔길을 걷는 듯, 가뿐한 발걸음으로 산행이 가능한 코스이다. 산행 도중에 만나는 어름열매가 너무도 반가워 한알 입에 물어보며 어릴적 생각을 키울 수 있어 좋은 곳이다. 30분이면 거뜬히 넘을 수 있는 오도재에는 어름나무며 도토리 나무, 키작은 산죽, 붉은 소나무 등 다양한 소재의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지인들과 함께 떠나는 가을철 여행, 현산면 덕흥마을과 그곳의 들녘, 오도재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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