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리듬 살린 '화단' 한옥과 어우러져
받쳐준 뒷산, 앞 들녁의 풍요... 선조의 집초 철학 계승

“양옥은 지은 순간부터 자연과의 단절을, 한 집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단절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한옥은 방과 방 사이, 집안과 집밖 사이를 창호지 문으로 처리함으로서 서로간의 연계선을 확보합니다.”
창호지 문을 통해 숨결을 교환하고 가족간의 일치성을 자연스럽게 확보하는 한옥은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인 삶의 유형에서 비롯된 건축물이라고 강조하는 유용씨(65 북일면 삼성리).
유용씨는 자연과 단절하지 않고 자연과 일치성을 추구하는 한옥건물이야 말로 우리민족의 정서에 맞는 건물이라고 애써 강조한다.
북일면 삼성리, 두륜산 자락이 시작되는 지점에 자리한 유용씨의 한옥은 집 뒤로는 힘차게 뻗어있는 두륜산이, 집 앞쪽으로는 북일면의 넓은 들녘과 강진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곳에 우뚝 서 있다. 뒷산의 힘찬 기상, 앞의 넓은 들녘이 주는 안정감, 그의 집은 위치에서부터 선조들의 집터 사상이 베여있는 듯하다.
유용씨가 내놓은 차를 마시며 바라본, 마루 넘어 펼쳐진 북일 들녘이 가을바람만큼이나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의 집은 한옥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있다. 처마와 서까래, 용머리, 내림마루 등 지붕이 주는 곡선과 리듬, 숫기와와, 암기와가 서로 엉키어 하나의 지붕을 완성시켜내는 음양의 조화 등….
유용씨의 집에 첫발을 내딛으면 그가 직접 꾸며 놓은 화단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1월에 집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1년생을 중심으로 마당의 공허감을 우선 메웠다.
 봉선화 분꽃 채송화 백일홍 금잔화 국화 철쭉 진달래 목련 해바라기 등. 온갖가지 꽃들이 심어진 그의 화단에는 사계절의 흐름이 있다.
 봄에는 핑크색과 하얀색이 화단을 장식하고 여름에는 원색 계통의 꽃들이, 가을에는 차분하고 청초함을 주는 코스모스와 들국화 구절초 등으로 사계절의 흐름을 그는 화단에 담아냈다.
또 다양한 화초들이 담긴 화분들을 마당 한켠에 모듬 해 놓아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마당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것도 그는 잊지 않았다.
장독대 위의 항아리 옆에 살짝 놓아둔 화분, 절구 속에 담겨진 물옥잠과 쓰다버린 녹차잔과의 조화, 약간의 변화와 파격으로 리듬감을 살려내고 있는 그의 화단은 다양한 변화가 있는 한옥과 닮아있는 모습이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북일 삼성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유씨는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추구한다. 그가 직접 고안하고 지은 해우소(화장실)는 자동적으로 소변과 대변이 분리되는 시스템으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배출된 분뇨는 그대로 밭으로 가 식물의 자양분이 된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에 역행되는 행위는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는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걸 너무도 환영한다.
 한옥이 자연과 교감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적이 듯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그도 모든 만물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활화 된 듯 하다.
양옥은 짓는 순간부터 더러워지지만 한옥은 지은 순간부터 고풍스러운 맛을 지니게 되고 획일성을 추구하는 양옥과 달리 한옥은 리듬감이 있는데다 습기를 머금고 내뿜는 등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 말하는 그의 한옥을 한번 찾아 가봄직하다.
<두륜산 자락이 머무는 곳에 집을 지은 유용씨는 방과 방의 단절이 없고 집밖의 자연과 연계선을 확보하는 한옥을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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