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나타나면 당구장이 난리난다

해남에서 당구를 가장 잘 치는 사람은 누구일까.
주위에 물어물어 당구 고수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알게 된 이진웅(43)씨. 이 씨는 (주)남향레미콘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구 몇 치세요”
“1000점이요”
“제일 많이 친 게 몇 점인가요”
“4구는 당구대를 타고 몇 바퀴씩 돌며 하루 종일이라도 치죠”

해남에 내려오기 전, 3년간 당구 선수생활을 한 이 씨의 실력은 가히 해남 최고라 할 만 했다.
이 씨는 18년 전 선수생활을 접고 해남으로 왔다. 선수생활을 접은 데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부인인 하효정(평동리 연세입시속셈학원)씨가 당구를 끊어야 결혼을 한다고 한 협박(?)이 가장 유효했다.

이 씨가 당구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지금의 실력이 말해주듯 그 당시에는 당구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부인인 하 씨와도 당구장에서 인연을 맺었다. 하 씨는 당구장을 운영하던 부모님의 일을 잠깐 도와주다 이 씨를 만난 것이다.

이 씨가 당구장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치던 당구를 내팽개치고 이 씨의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얼마 전에는 이 씨의 실력을 보고 한게임 치고 싶다며 새벽까지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당구를 칠 줄 아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고수와의 한게임이 자신의 당구실력을 얼마나 올려주는지.이 씨의 실력을 몰라 4구를 한게임 치자던 직장 동료는 이 씨가 친 개수만 세다 공 한번 못 쳐보고 졌다고 한다.

1000점을 치는 이 씨와 700점을 치는 설광호(두륜산약초집)씨와 추흥태씨, 500점을 치는 김수현(해록)씨 등은 한때 해남에 당구 고수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서로의 일들로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이들이 당구대를 잡으면 주위에서 '굿 샷'이라는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이 씨는 주로 3쿠션을 친다. 500점, 700점을 치는 사람들과 주로 당구를 치지만 집중이 잘 안 될 때가 많다며 비슷한 실력의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은근히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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