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뜬 달이 베시시 웃음 보내는 한가위다. 모두들 한 해 농사를 돌아보고 넉넉한 마음으로 성묘하고 가족 친지들 모여 정담을 나누는 때가 한가위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욱 가슴이 아파오는 올 이도 갈곳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넉넉하다는 한가위에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도 가졌으면 한다.
 현재 해남군 사회복지과 통계에 의하면 해남에는 부랑아 시설 251명, 노인복지 시설 98명, 아동시설 63명, 정신요양 시설에 367명 등 779명이 수용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이 겪어야 할 이번 한가위가 어떨지 생각을 해보자. 하지만 올 해는 유독 이런 시설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닿지를 않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봄부터 이어진 농산물 값 하락과 흉작 그리고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해남의 경기 전반을 침체시켜 그 손길을 그나마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버렸다는 분석이다.
 사회복지시설 외에도 우리 주위에는 소년소녀 가장 가정이 20세대 25명에 이르고, 독거노인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마을 단위에서 함께 부대끼기에 상대적인 외로움이 더욱 피부에 와 닿으리라 생각이 든다. 부모 없이 그리고 자식들 없이 보낼 명절이 이들에게 어떤 상처로 다가올지 상상해보자. 마을 단위에서도 이런 가정을 찾아 넉넉한 인심을 나누어 보자.
 가난이나 외로움은 상대적인 것이다. 자신들 보다 넉넉해 보이는 우리가 있음으로 인해 그들은 더 외롭고 가난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모두들 같은 처지라면 굳이 가슴이 아프지도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최소한 그들은 우리가 가진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가족, 그리고 바라만 봐도 훈훈해지는 가족들에게서 오는 인정을 그들은 목말라 하고 있다. 고운 옷 입혀 아이들과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 선물 사들고 부모님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구석진 방 한귀퉁이에서 갈곳 없어 눈물을 짓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적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시설에 의탁한 사람들,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들은 최소한의 자립기반 마저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눠가져야 한다고 우리는 입에 발리듯 말해왔다. 우리 모두는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듯이 우리는 공동체로서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다.
 감이 빨갛게 익어가듯 가을이 점차 무르 익어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이 바람이 차거워지면 엄동설한이 찾아온다.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겨울은 또 하나의 시련이다. 사회적 관심이 일회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한가윗날 떠오르는 둥근 달이 모든 이들에게 이지러진 달이 아닌 둥글게 웃는 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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