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모임과 행사로 일정이 바빴다.
북평 화훼 작목반 월례모임, 북평면 농민관련단체 토론회, 해남군 농업경영인대회, 북평 친환경 우렁이쌀 작목반 모임 및 포장 순회 등 중간 평가, 평암 마을 청년회 활동으로 마을 저수지에 물고기 방류 행사 등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농촌에 살고 있다는 연유로 참여하고 행하는 일들이다.
근간에 무엇보다도 가장 큰 행사로 친다면 다름 아닌 태풍 루사의 손님맞이 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 지역은 타지방의 피해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산물 판매를 위해 무더운 땡볕 아래서 몇날 며칠을 고생해서 만든 초가지붕 원두막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하우스 한 동의 비닐이 찢겨져 날리고 2중 파이프가 주저앉았다.
안테나 기둥이 부러져 나가고 이의 여파로 지붕 슬레트가 구멍 났다. 더 큰 피해는 2년 전에 가파른 언덕을 깎아 내어 농장 진입로를 만들었는데 그 동안은 별 탈이 없다가 이번 폭우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진입로의 흔적을 잃고 말았다.
토사가 유실되어 배수로를 막아버렸고 관정용 모타를 덮쳤고 언덕 아래에 위치한 논의 일부분도 덮쳐버렸다. 없던 길을 만들어 놓으면 당연히 여러 사람이 유용하게 사용 하지만 나의 편의를 우선 생각해서 내가 없던 길을 만들었기에 피해 입은 논임자의 원망 섞인 눈총은 나에게 우선 쏟아졌다.
나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마음이 불편했고 원망도 듣고 싶지 않아서 바로 장비를 동원해 배수로와 유실된 토사를 치우고 훼손된 길도 복구했다. 우선 응급조치는 했으나 농장 진입로가 워낙 가파르고 토질이 황토라서 언제 또 망가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두 어깨를 누르고 있다. 포장을 하지 않고서는 그저 큰비나 오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대안이 없다.
 임오흉년! 이미 60년 전에 대 흉년을 겪었다고 하고 올해 또한 그런 조짐이 여러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류가 아무리 앞서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인류의 생존을 생각 한다면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한 부분임을 늘 염두에 둬야겠다. 산 속의 짐승들이나 들판의 풀벌레들도 지혜롭게 태풍을 극복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그 태풍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귀농한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자연을 배우고자 함에 있다. 자연을 바로 알아야 자연을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먼저 자연의 이치를 깨우쳐야 친환경농업의 실천이 가능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