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자(83) 할머니는 40년 넘게 좌일시장을 지키고 있다."40살 갓 넘어 난장(5일장)에서 장사를 했응께 80년부터나 시작했을 거요." 그 세월에 줄곧 과일과 잡화를 팔아오고 있다. 예전엔 해남읍과 완도 5일장에서도 장사를 했으나 지금은 시장 바로 옆에서 가게를 하면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좌일장과 남창장을 찾는다. 인근에 사는 아들이 팔 물건을 5일장으로 옮겨준다.안 할머니는 북일이 고향이지만 진도로 시집을 갔다. 하지만 친정에 아들이 없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홀로 계신 친정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남편과 함께 고향으로 돌
북일 좌일시장 김문성(75) 상인회장은 상인회가 구성된 10여 년 전부터 줄곧 시장관리를 맡고 있다."40년 전만 하더라도 여느 5일장보다 풍성했죠. 김을 비롯해 내동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낙지, 바지락 등 신선한 농수산물을 사기 위해 타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김 회장은 좌일시장이 쇠락한 이유로 교통 발달과 인구감소, 농촌인구 고령화를 꼽는다. 이런 요인들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5일장을 찾는 손님이 없으니 상인들도 오지 않는다."농수산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좌일장에 와서
시끌벅적한 시장통은 역사 뒤안길손님 없으니 상인도 외면 '악순환'자가생산 팔라고 호소해도 어려워오전 9시면 어김없이 파장 분위기 해남에는 '시'(市)가 포함된 지명이 많다. 북일 좌일시를 비롯 옥천 이일시, 현산 구리시, 마산 육일시가 있다. 황산, 삼산, 현산, 산이면에는 '시등'이라는 같은 이름의 마을이 있다. 이 곳에는 한때 장이 섰다.북일 면소재지인 신월리는 신월, 월송, 만월의 세 개 마을로 이뤄진다. 좌일 5일시장이 열리는 만월리(晩月里)는 예부터 장터, 좌일시로 불렸다. 좌일(
송지 산정장을 줄곧 지키고 있는 이안례(73·과일가게)·오형덕(67·반찬가게) 씨를 만났다.이 씨는 친정 아버지(이삼석·작고)가 70여년 전 산정마을을 지금도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 인근 옛 송지우체국 옆집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장사도 했다. 산정장의 산파역을 했던 선친의 장사를 이어받았다. 23살에 결혼하자마자 남편(이일수·4년 전 작고)과 함께 과일, 제수용품을 팔았다. 장사를 한 세월만 50년. 사과나 배 등의 과일을 도매로 구입하기 위해 경북 영천 등지를 숱하게 다녔다. 옛날에는 5일장이 하루 내내 열렸다.지
"문화공간·나눔장터로 옛 영화 되찾아야"송지 사람들은 원래 현산면에 편입된 월송리의 '송지장'을 이용했다. 근데 월송리의 거리가 멀어 60년대 중반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이 지금의 산정장이다. 당시 중앙시장이나 산정장으로 불렸다.산정장 상인회는 다른 재래시장보다 늦은 지난해 2월 말에야 구성됐다. 당시 총회를 거쳐 상인회를 발족시키고 김연옥(72) 회장과 부회장, 이사, 감사를 선출했다. 명칭도 땅끝 산정시장 상인회로 결정했다. 상인회 명칭을 두고 송지 중앙시장, 땅끝 희망시장 등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총회 참석자
'땅끝' 품은 큰 장터가 이젠 쇠락의 길 진입로 등 열악한 여건에 젊은층 외면 유동인구·외국인 흡수가 활성화 관건 현대화 사업 추진 통한 활성화 기대도 송지는 한반도 최남단인 땅끝을 품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 사이에 송지면 이름을 땅끝면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땅끝이 해남을 일컫는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송지 주민의 의견만을 좇을 수는 없게 되었다. 송호리 갈두마을이 곧 땅끝마을이다.칡이 많이 나 갈두(葛頭·칡머리)라 불렸고, 토말(土末)이라고도 했다. 송지면은 해남읍을 제외하면 13개 면 가운데
김유심(64·황산면 한자리) 씨는 나주에서 잠시 사업을 한 외도(?)를 빼면 남리 5일장에서 40년 가까이 생선을 팔아오고 있다.남리를 비롯해 읍, 우수영, 남창 등 4곳의 5일장을 돌며 장사를 한다. 고향은 진도이지만 어려서 황산으로 이사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2남 1녀를 둔 그는 지난 2004년부터 7년째 막둥이 아들(김문길·39) 부부와 함께 5일장을 지키고 있다. 옆집에서 사는 며느리는 출산 때문에 요즘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해남에서 나 모르면 간첩이여."걸쭉한 말솜씨가 5일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생을 고스란히 토해
"관광객 와야 시장도 활기 낮12시 이전 폐장 아쉬워""금호방조제로 바다는 막히고 진도로 가는 4차선 도로가 뚫리면서 유동인구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그 흔하던 낙지도 줄어들고, 이젠 성산 앞바다에서 생선도 조금밖에 잡히지 않습니다."김점환(54) 남리시장 상인회장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남리시장의 현실을 이렇게 말했다.김 회장은 시장 입구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다 5년 전부터 전파사도 함께 하고 있다. 전파사를 운영하던 형이 건강이 나빠지면서 가게를 전세로 내놓아도 상권이 없어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마지못해 형의 가
예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왕래가 빈번한 곳에는 장터가 들어섰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면 큰 장 서고, 적게 모이면 조그만 장이 섰을 뿐이다.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이러한 장터는 고려시대에 나타났다가 조선 초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중반 이후 전라도를 중심으로 다시 등장했다.5일이나 10일 간격으로 지방의 교통 요충지에 들어선 게 향시(鄕市)이다. 그래서 '시'라는 지명이 들어간 곳에는 한때 상품거래가 이뤄지던 장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해남에도 '시'가 포함된 여러 지명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7일 남창 5일장에서 만난 노순금(59·북평 안평) 씨는 30년 넘게 철 따라 문어, 전어, 숭어, 낙지 등을 시장에서 팔고 있다.남편(문원도·63)이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을 남창장은 물론 해남읍, 북일 좌일, 완도, 강진 등 5일장에 가서 판다. 낙지는 주로 수협에 위판한다.며칠 째 전어 잡이가 신통치 않아 이날 장에는 선보이지 못했다. 지난 추석 때는 전어가 한창 잡혔다고. 5일장에 나오면 1~2시간이면 다 팔렸다. 늦어도 오전 11시면 집에 돌아간다. 남편 문 씨도 시장에 자주 나온다.35년째 고기를 잡아 팔아온 문 씨
북평 남창(南倉)은 완도로 들어가는 곡물 등 각종 물품이 잠시 비축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다. 남창은 해남, 강진과 완도를 이어주는 교통 길목이다. 이 곳과 완도를 이어주는 다리가 생기기 이전에서 모든 물동량이 모였다.완도에서 배에 싣고 나오는 각종 생선도 모여 들었다. 남창 5일장은 완도 사람이 육지로 나오거나 들어가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성시를 이뤘다. 남창 시장은 해방 공간인 1945년 즈음 시작됐다. 5일장으로서는 1964년 개설된 것으로 공식 기록되어 있으나 이전부터 농수산물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자연스럽게 거
이유헌(66)·정춘홍(60) 씨 부부는 지난해부터 우수영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도로변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고 있다. 그는 조그만 트럭에 뻥튀기 장비를 설치해 손님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튀밥을 튄다. 아내는 옆에서 만든 튀밥 등을 파는 일을 한다.황산 신흥리에서 살고 있는 그는 우수영장은 물론 해남읍, 남창, 남리, 완도 5일장을 순회하며 뻥튀기 장사를 하고 있다. 이 일을 위해 4~5년 전 장비를 구입했다. 뻥튀기 기계값만 1000만원. 여기에다 트럭과 발전기 등 이 일을 하기 위해 3000만원 정도 들어갔단다.그는 장날인 지난 1
장옥 단장하고 청년몰 등 준비이용기(64) 씨는 우수영 5일장을 해남군으로부터 위탁관리하고 있는 상인회의 총무이다. 상인회는 종전 상가 번영회의 후속으로 5일장이 열리는 날, 상인들로부터 1000~2000원을 갹출해 시장 관리비로 충당하고 있다.이 씨는 "올해 4월 장옥을 단장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며 "다만 놀이터, 화장실, 청년몰 등에 대한 공사가 예산이 이미 세워졌음에도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영 5일장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문내 우수영 5일장은 조선시대 우수영
5일 시장은 만남의 장소이다. 닷새 만에 서는 장터는 부대끼는 삶의 현장이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워들을 수 있는 공동체의 현장이기도 하다. 한때 서커스 공연도 펼쳐지는 문화공간이다. 5일장이 점차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일부 5일장은 아예 자취를 감추었는가 하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곳도 있다. 그래도 5일장에 가면 시골 정취와 삶의 냄새를 만끽할 수 있다. 구수한 사투리와 정이 넘쳐난다. 우수영(4, 9)을 시작으로 황산 남리(3, 8), 북평 남창(2, 7), 현산 월송(4, 9), 북일 좌일(3, 8), 송지 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