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나는 12월의 막바지에 서 있다. 다가올 5년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도 끝나고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함께 일말의 불안도 교차되는 시점이다. 지난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이란 말로 우리가 힘겹게 다져온 지난 시간들에 대해 폄하를 하면서 새 역사...
가을에 차를 타고 도시 밖을 조금만 빠져나가도 남도의 자연에서는 붉게 익은 감이며 향기로운 모과 같은 과목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잎을 다 떨어뜨리고 붉은 감만 매달고 있는 감나무는 단풍보다 더 아름답다. 사람의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있어도 눈으로만 감상할 뿐, 손으로...
은사명종(隱寺鳴鍾) 백려청(百慮淸) 달기원기(達基元氣) 욱천성(郁天聲)영사만호(令斯萬戶) 육시경(六時警) 홍제치치(弘濟蚩蚩) 고해맹(苦海氓)(은적사 울리는 종소리 잡념을 없애주니 원기에 도달하여 하늘에 빛나는 소릴세우리 고을 집집을 여섯시로 깨우치니 널리 어리석고 어리...
1919년 5월 24일 서울 서대문 감옥, 아침 분위기는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3·1운동 주역 33인 중 유일한 전남 사람이었던 해남 옥천면출신 芝江 양한묵선생(1862~1919)이 수감 중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날이다. 그의 나이 56세, 원숙의 경지에 이르러 국가...
해금은 실학운동의 전성기인 18세기 말보다 앞서 아직 미개척기인 18세기 초에 벌써 진보적인 사상을 품고 사회개혁 사상을 제시한 선각한 실학자였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캠프에서 쏟아져 나온 정책들에 관심이 가는 요즘이다. 워낙 불황이 오래가고 서민들 살기가 팍팍하니 혹시 눈에 띄는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 않는지 귀가 쫑긋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필자는 가까운 친구가 번역한 "해협"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민족이 겪었던 강제징용을 다룬 소설로, 하하키기 호세이란 의사이면서 소설가인 일본인이 쓴 책이다. 당시의 상황이 리얼하고 아프게 와 닿아서 왜 이런 소설이 우리나라...
남도의 가을 대표축제인 명량대첩축제가 곧 시작된다. 초요기를 올려라, 약무호남제례, 우수영 강강술래 공연, 수문장 교대식, 난장콘서트, 문화공연, 명량21품 공연, 수상오토쇼, 틴틴페스티벌, 해군 군악대·의장대 공연, 승전 퍼레이드, 명량해전 재현, 야간, LED 대형...
생각해보면 남의 나라 전쟁인데 출정 시 맹세한 왕과 나라에 대한 충성하나로 목숨을 바친 우직하고 용맹무쌍한 장수가 있다. 충의공 이유길(忠毅公 李有吉:1576-1619)은 해남군 삼산면 충리 에서 거주하며 무예를 닦고 평안도(平安道) 영유(永柔) 현령으로 있을 때 명(...
마하심보살이란 법명을 가진 후배가 최근 교통사고로 비명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뒤늦게 배운 서툰 자동차운전이 원인이었다 한다. 그 후배로 인해 송광사 불일암에 계시던 법정을 뵈러간 적이 있고 근 삼십 년 가까이 절이나 스님들의 생활을 엿보며 불교용어들이 낯설지 않게 ...
서산대사 휴정 서산대사 휴정(休靜, 1520~1604)의 본관은 완산(完山), 안주(安州) 출생으로 속명은 최현응(崔玄應), 법호는 청허(淸虛), 서산(西山)이다. 1534년(중종 29년) 진사시(進士試)에 낙방하자 지리산(智異山)에 입산, 숭인(崇仁) 문하에서 승려가...
요즘은 한풀 꺾였지만 녹차의 대중화라 할까. 차 마시는 일이 그야말로 다반사, 일상사가 되었다. 녹차이야기를 끄집어 낼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다성(茶聖)으로 일컫는 초의선사(艸衣禪師)다. 녹차를 어떻게 마셔야할지 난감할 때 다법을 제일 먼저 기록으로 남겼던 분...
지난달에 생애 처음으로 프랑스여행을 하게 되었다. 주로 파리에 머물며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하는 일정이었는데 한꺼번에 그 많은 그림과 유물들을 보려니 나중에는 지치고 어디에서 무엇을 보았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거렸다. 그러나 모네가 생전에 살면서 그림을 그렸고 말년...
삶 자체가 문화콘텐츠인 사람들이 있다. 문화콘텐츠는 식상함이 부각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게 되므로 콘텐츠를 살리는 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이름만 들어도 이야기가 따라 나오고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하는 사람. 나는 몇 안 되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로 고...
문병란 시인은 일찍이 "이 혼란과 변절의 시대에 김남주시인(1946~1994)을 말한다는 것은 큰 고통이다. 그의 벅찬 삶을 감당한다는 것은 그와 비슷한 흉내라도 내야만 자격이 생길 터인데, 지금 이 땅에 전개되고 있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추태를 멀거니 바라보고...
고산(孤山)과 초의(草依)를 모르면 해남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오우가, 어부사시사, 산중신곡 등 일찍이 우리말 우리 언어로 한 세계를 열었던 고산과, 사라져 가던 한국의 다(茶)문화를 새롭게 개발하고 드높인 고승 초의선사, 그들을 잇는 또 한사람 해남인이 있다. 남도...
자연에서 완성된 은유와 풍자의 문학고산의 삶을 조명할 때 도대체 이 천재적 재능을 가진 조선선비를 어떻게 한마디로 규정해야할지 난감해진다. 그는 학문만이 아니고 철학을 위시해서 경사서 제자백가(經史書 諸子百家)에 통달하여 정치, 학문, 예술 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었고 ...
무너진 선비의 기풍 통렬히 비판 상소1515년 12월(광해군8년), 이제 막 30세에 접어든 성균관 유생 선도(善道)는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귀를 막고 싶었지만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조차 공공연히 떠도는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
1567년(선조 즉위년) 11월 5일 이른 새벽, 멀리서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파루의 종소리가 울리자 이미 잠에서 깬 미암은 이불 속에서 그 종소리를 헤아리고 있었다. 오늘은 미암이 오랜 유배에서 풀려 복직해 임금 앞에서 첫 강론을 하는 날. 명종 후기로 들어서 명종의 ...
풍랑에 맞서서는 승리했으나 사약으로 마감해야 했던 최부의 삶은 드라마틱 하면서도 극적이다. 사진은 그의 신위가 모셔져있는 해남 해촌사. 조선 성종 19년(1488년) 정월 그믐 날, 제주도에 파견되어 일을 하고 있던 조정의 관료 한 사람이 부친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그는 전라도 나주로 초상을 치르러 가기 위해 급히 배를 띄웠다. 그런데 군관, 향리, 관노
문화원형을 간직한 보물창고와 같은 해남. 금강산 위에서 조망한 해남읍 전경,<천기철 남도산악연구소 소장 제공> 2012년, 왜 문화콘텐츠인가?문화콘텐츠(Culture Content)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문화적 요소'를 다시 가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종의 문화상품이다. 문화콘텐츠의 창작 원천인 '문화적 요소'에는 생활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