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신천지 대구교회를 거점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되자 발표된 지 70년이 넘은 한 소설이 주목 받았다.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페스트'(1947년 발간)는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오랑이라는 중소도시를 무대로 1년간 창궐한 전염병과의 사투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이 화제가 된 이유는 전염병 이야기가 지금의 코로나19와 닮은꼴이기 때문이다.페스트가 도시에 퍼지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기심, 현실 도피, 공포, 절망, 저항과 전염 경로 등이 시공(時空)을 떠나 아주 흡사하다. 자원봉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민심을 요동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미래통합당에 역전됐다.새 부동산법은 다주택자나 최고가 아파트의 세금을 올리고, 임차인(세입자)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한다. 그럼에도 민심 이반의 주범으로 몰린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론을 과점(寡占)하는 이른바 조·중·동과 경제지가 주도하는 언론의 융단폭격식 선동이 한 몫 한다. 이들 언론은 부유층과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보수편향 일색의 논조로 일관한다.중국 진시황의 환관이던 조고(
비는 안정감과 낭만의 요소이면서 칙칙함과 우울함도 던져주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비를 소재로 한 대중가요나 문학작품은 애수를 자극하고, 결말도 대개 비극으로 끝난다.비를 소재로 한 노래는 수 천곡에 이른다. 심금을 울리는 데 그만인 까닭이다.'목이 메인 이별가를 불러야 옳으냐/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려야 옳으냐/사랑이란 이런가요/비 내리는 호남선에/헤어지던 그 인사가 야속도 하더란다//' 1956년 발표된 '비 내리는 호남선'(노래 손인호)은 그 해 호남선(대전~목포) 열차에서 타계한 신익희 민주당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영어로는 vacation)는 한적한 곳에 가서 한 달 정도 푹 쉬는 휴가를 일컫는다. 우리에겐 여름바다의 낭만이 물씬 풍기는 뉘앙스로 다가온다.하루하루 먹고 살기에 바빴던 70년대, 산업화의 일선에 선 샐러리맨(봉급생활자)에게 바캉스는 머나먼 이국(異國) 땅에서나 있음직한 동화 속의 판타지(공상)일 뿐이다. 낯설기만 한 이런 외래문화는 그래도 젊은이들에게 낭만과 꿈의 무대로 점차 그 실체를 드러냈다. 여기에 불을 지핀 노래가 있다. 바로 1970년에 발표된 '해변으로 가요'.'별이
동양권에서 황제라는 호칭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이 사용했다. 여섯 나라(전국시대 칠웅 중 진나라 제외)를 차례로 멸망시키고 기원전 221년 천하통일을 한 그는 자신을 첫 번째 황제라는 뜻의 시황제(始皇帝)로 부르게 한 것이다.진시황이 죽은 지 100년 정도 흐른 뒤에 편찬된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황제의 어원(語源)을 이렇게 적었다. '신하에게 천하의 지배자를 지칭하는 적당한 명칭을 올리라고 명하자 천황(天皇), 지황(地皇), 태황(泰皇) 중 가장 존귀한 태황이라는 호칭을 바쳤다. 이를 거절하고 태황의
인류의 문명이 발전을 거듭해올 수 있는 바탕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인간의 지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창조 능력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세와 확인되지 않는 저 세상을 연결시켜주는 정신적인 매개, 즉 종교도 포함된다.종교(宗敎)는 으뜸가는 가르침이란 뜻이다. 이 말은 불교에서 생겨났다. 불교 경전은 인도의 고전어인 산스크리트어(범어·梵語)로 기록되어 지금 우리말에도 살아있다. 비구니, 우담바라(불교에서 3000년 만에 한 번 핀다는 상상의 꽃), 아수라, 사리, 가사(옷), 아바타(분신), 요가(결합),
"출장이 많은 부서에 근무하는 쫄병(졸병)들은 진짜 죽을 지경입니다. 주머니부터 먼저 만져봐야 하니까요. 나가면 의무적으로 쫄병(담당자)이 밥을 사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높으신 분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하위직은 맨날 마이너스 통장을 붙잡고 생활해야 하지요." 공무원노조 운동을 하다가 해고된 임종만(현재 창원 마산합포구청 수산산림 담당)씨가 2011년 출간한 '나는 공무원이다' 제목의 책에 나오는 글이다. 2년간의 법정소송을 거쳐 복직된 그는 '하급자가 밥을 사야하는'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고발
'신문 보기 어려운 세상에, 신문 이상으로 고마운 것은 이 삐라가 아닙니까. 신문에는 통 비치지도 않는 소리가 여기에는 쑥쑥 나오지 않습니까.' 해방 직후인 1946년 출간된 박노갑의 소설 '역사'에 나오는 구절이다.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워듣기가 좀체 어려웠던 시대에는 삐라가 좀 더 고급스런(?) 정보에 목마른 국민들에게 시원한 소식을 알려주는 고마운 소식통이었다. 외래어인 삐라의 어원(語源)은 불분명하다. 전단지나 고지서를 뜻하는 영어 'Bill'(빌)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30년의 세월은 흔히 세대(世代)의 신·구 교체 주기를 뜻한다. 30살 즈음에 대를 잇는 자손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1960년대 처음으로 개념이 등장한 세대 차이는 부모와 자식 간에 드러난 문화적 차이를 의미했다. 요즘에는 사회변화의 주기가 급격히 짧아지면서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세대 차이는 이젠 개인이나 집단 간의 서로 다른 경험에서 뚜렷이 구별되는 행동양식이나 가치관을 뜻한다. 그럼에도 한 직장에서 세대 차이는 생물학적 나이인 30살의 간격에서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 신·구세대의 차
지구의 대부분 에너지는 태양에 뿌리를 둔다. 모든 생물의 원천이 태양에서 비롯되고 인류가 사용하는 전통적인 에너지인 나무, 석탄, 석유도 태양열을 잠시 저장해놓은 매개체이다. 달의 인력에 의한 조력(潮力)이나 화산, 수소에너지, 원자력 등 극히 일부 에너지만 태양열에 의존하지 않으나, 이들도 거슬러 올라가면 태양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태양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태양이 단 1초에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인류가 100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태양은 지난 50억 년간 이런 규모의 에너지를 한
환경 재난영화 '투모로우'(Tomorrow, 내일)는 급격한 온난화로 지구가 빙하시대에 접어든다는 내용을 다룬다. 원래 타이틀(제목)은 'The Day After Tomorrow'(모레, 의역하면 가까운 미래)로 2004년 미국에서 1억2500만 달러(15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돼 10억 달러 가까이 벌어들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했다. 올해에도 국내 안방극장에서 수차례 방영돼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이다. 줄거리는 이렇다.어느 기후학자가 남극에서 빙하 코어(중심부)를 탐사하던 중 기상이변을 감지하
장발장은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 한다. 출소한 그는 몸을 의탁하던 주교의 은접시를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힌다. 주교는 자신이 줬다며 되레 은촛대를 얹어준다. 장발장은 자신을 배려하는 주교의 거짓말에 감복해 새 사람으로 거듭 난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에 나오는 주인공 장발장의 이야기이다.우리는 수 없는 거짓말 속에서 살아간다.길거리에서 오랜 만에 만난 지인에게 "언제 식사나 한 번 하자"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말
이번 주 초, 유독 보수 편향의 일간지에 '토사구팽(兎死狗烹·필요할 때 이용하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라는 고사성어와 뜻풀이를 한 다소 자극적인 광고가 실렸다. 김영삼(YS) 정권에서 공신 반열에 오른 김재순(2016년 작고) 전 국회의장이 부동산 과다 보유 사실이 빌미가 돼 정계은퇴(1993년)를 당하면서 이 말을 인용해 더 유명해졌다. 샘터 창간과 7선 국회의원이라는 화려한 이력의 그도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지는 '팽의 정치학'에 분루를 삼켰을 것이다.대한의사협회가 낸 이 광고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5·18 추모곡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이다. 저승으로 가는 '죽은 자'가 이승에 남아있는 '산 자'에게 남기는 비장한 내용이 역동을 가미한 단조(短調·단음계 가락)로 꾸며졌다.5·18을 상징하는 민중가요는 기실 2년 뒤인 1982년
피로 회복제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박카스의 이미지는 텔레비전 광고(CF)가 단단히 한 몫을 한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장수브랜드의 바탕에는 안방, 거실에 모인 가족들에게 전파된 일상의 감성적인 내용들이 켜켜이 쌓인 요인이 자리한다.6년 전인 2014년의 광고 '불효자로 산다는 것' 의 내용을 끄집어내본다. 비 오는 날, 택배기사인 아버지는 출근하던 딸을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다. 회사 동료들은 아버지의 초라한 행색과 땀 냄새에 고개를 돌리고, 딸도 아버지가 창피해 외면한다. 딸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서 '
전해 내려오는 수많은 솔로몬의 지혜 가운데 교과서에도 소개된 '다윗의 반지'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유대교 경전에 단 주석을 모아놓은 책인 지혜서 '미드라쉬'에 나오는 일화이다.솔로몬의 아버지인 고대 이스라엘 다윗 왕이 어느 날 세공사를 불러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글귀가 새겨진 반지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고, 전쟁에서 패하거나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을 새기라는 것. 세공사는 정반대의 두 상황을 모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쌀을 보관하는 곳간이 차야 주변 사람의 배고픔이 헤아려지고 도울 여유도 생겨난다는 말이다. 우리 선조에게 쌀은 곧 인정과 인심의 척도였다. 60∼70년대만 해도 제사 지내는 집에 친인척들이 쌀을 보냈다. 제사상에 쌀밥, 쌀떡, 쌀술을 올리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쌀을 보탰던 것이다.쌀(벼, 밥)과 관련된 속담도 유난히 많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봄비는 쌀비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등등. 영어
4월이 되면 내가 다니던 대학 교정에는 몇 그루의 목련이 하얀 꽃봉오리를 한껏 토해냈다. '나무에서 피는 연'을 연상하게 한다고 이름 붙여진 목련(木蓮). 그 고결한 기품의 목련이 자태를 뽐내던 교정. 학문의 전당이라는 캠퍼스의 여기저기서 난무하는 최루탄 연기는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진 박정희 유신독재의 아바타(분신)를 자처한 전두환 군부세력의 서막을 알렸다.새내기 대학생에게 드리워진 혼돈과 황량함이 '4월의 노래'가 되어 가슴에 울려 퍼졌다.'목련꽃 그늘 아래서/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구름 꽃 피
'지방소멸위험지수'라는 것이 있다.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과 고령화를 서로 비교해 어느 지역이, 어느 마을이 쇠퇴하거나 심지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보다 앞서 심각한 고령화에 직면했던 일본의 총무대신(우리나라의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가 개발한 이 지표는 소멸위험도를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지수는 특정 지역의 젊은 여성(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지수가 낮을 수록 소멸위험은 그만큼 높아진다. 1
국회의원 선거철을 맞아 되새김해보는 두 가지 얘깃거리가 있다.첫 번째 이야기. 해남 출신으로 16~17대 총선(해남·진도선거구)에서 당선된 고(故) 이정일 전 국회의원. 그가 여의도에 입성한 후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위에 전한 소감이다."그 많은 국회의원 중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자는 단 한 명도 없더라. 모두가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다"라고. 20년 가까이 지난 얘기지만 이 전 의원의 한탄은 지금도 나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한다. 그런 그가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동료 의원들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