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두륜산과 달마산 사이에 자리한 마을의 한 빈집으로 이주한 지 1년이 되어 간다. 우연과 행운으로 만난 이곳에서 사계절을 지냈다. 아침 새소리에 깨고 주변의 논·밭작물을 배우고 동네 마실 다니며 참 행복하다. 가장 먼저 생겨난 곳부터 추가된 집안 공간을 보며 옛 주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빈집. 빈집은 타의든 자의든 '방치'의 결과로 나타난다. 전국의 88%의 빈집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분포한다고 한다. 그중 해남의 빈집 수는 열 집 중 세 집에 이른다. 이도 3년 전인 2019년도 통계다.
지난 2월, 대선 TV 토론 때의 일이다. A 후보가 'RE100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B 후보는 'RE100이 뭐냐'고 되물었다. '100% 재생에너지'라고 하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활발한 토론은 없었다. 사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후환경 분야의 쟁점 토론은 거의 없었다.금세기 중엽 'RE100이 가능할까, 아니면 불가능할까.' 지난해까지 한국, EU(유럽연합, 27개국),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2050 탄소중립
선거철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번 대선에는 유독 흑색선동이 난무했다. 비호감 대선이 된 이유가 주요 후보들의 캐릭터에서 기인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각 진영들이 선거전략 차원에서 흑색선동 프레임을 과도하게 사용한 측면이 매우 컸다. 왜 이러한 흑색선동이 난무할까?우리의 뇌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에 능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사건이나 대상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진실에 다가가려 노력하기보다는 주변에 흘러다니는 파편적 정보나 소문을 근거로 빠르게 판단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냉철하게 따지면서 진실에 접근하려면 그만큼
2021년산 시장격리곡 예가이하 입찰(최저가 낙찰방식)…. 지난 2월 8일 시장격리곡 입찰이 진행되었다. 입찰에 참여한 농민들은 예시가격이 얼마인지 알지도 못한 채 입찰에 참여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입찰에 응한 농민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농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양파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양파밭을 갈아엎고 겨울 무, 당근 등 겨울 농작물 가격이 하락하는데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보리, 밀, 대파, 마늘, 시금치 등 월동작물은 겨울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하여 농심은 타들어간다.농업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김난도 교수)는 2007년 이래 매년 다음 해의 소비 트렌드를 발표한다. 대한민국 대표 트렌드인 '트렌드 코리아 2022'는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 키워드의 첫 글자를 따서 'TIGER OR CAT'로 삼았다. 거침없이 포효하는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큰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의미이다.첫 번째 키워드는 나노사회(Nano Society)이다. 극소단위로 파편화된 사회로서 공동체가 개인으로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며 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화예술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라는 사슬을 끊고 문화예술을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문화예술 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밀레니얼과 더불어 시작된 디지털 시대는 PC통신을 거쳐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전화기, 오디오, 카메라, PC 등 모든 전자기기가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됐고, 개인화된 미디어가 보편화되어 앱과 콘텐츠에 따른 문화취향이 손안에서 이루어지게 됐다.미술품 구매는 전통적 투자 방식 중 하나다. 미술품 거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더니 최근에는 이
필자는 오랜 시간 프랑스와 인도 및 제3세계를 오가며 다양한 문화유산정책을 연구했다. '문화'를 담는 공간으로 정의한 도시의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보존하여 오늘날의 파리를 이루어 낸 프랑스에서 출발했다. 그 후 개발도상국들의 '문화' 도시 현장을 거쳐 해남에서 정체된 원도심과 지역의 재생을 '문화'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해남은 무분별한 개발에 노출되지 않은 단아하고 정갈한 모습이다. 반면 매년 진행되는 인구감소와 청년의 부재, 전 연령층을 위한 문화가 부족하다. 지난해 정부는 안타깝
기후위기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이고, 전남이나 해남이 이겨내야 할 과제이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범정부위원회)의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기후변화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해남에서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해수 온도의 상승에 따라 어장 생태계의 심대한 악영향을 받고 있고, 각종 농산물의 작황에도 직접적 타격을 목격한다. 언제든지 극심한 폭염이나 태풍, 홍수 그리고 가뭄이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고,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메타버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디지털 트윈, 사물인터넷, 자율운행자동차,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스마트 공장, 스마트 농장, 플랫폼경제, 긱 경제 등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매우 생소하던 기술과 개념들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들고 있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격변기를 통과하고 있다. 이 기간을 통과하고 나면 이전의 경제사회적 질서로 복귀하는 일시적 혼란기가 아니라, 머지않아 우리를 매우 낯선 경제사회적 조건 및 질서와 맞닥뜨리게 할 불연속적 대변혁기이다.1950년대 중반부터 19
일제가 패망하고 미군이 점령한 한국 사회는 혼란의 시대였다. 1945년 8월을 기준으로 소매 물가는 17배나 상승하고 도매 물가는 33배 뛰었다. 생산성은 후퇴하고 국내로 들어오는 귀환인구가 급증하였다. 일제가 패망 직전 찍어낸 37억 원 때문에 통화량이 급증한데다 귀환 동포들의 환전을 위해 찍어낸 통화량과 일반은행 대출 증대로 통화량이 많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물가가 상승했다. 곡물가격의 상승은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였다. 미군정은 미곡가격 안정책으로 미곡 자유시장을 개설하였으나 쌀을 비롯한 곡물가격은 오히려 폭등하는
해가 바뀌어도 코로나19라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이 우리의 일상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지치고 힘든 세상살이에 기쁨과 희망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임인년(壬寅年) 새해, 용기와 성공을 상징하는 호랑이한테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 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지난해 10월 정부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곳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여 집중적으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은 전남과 경북에 특히 많아 각각 16곳이 지정됐으며, 그 중에 해남군도 포함됐다
지난 한 해 해남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기후변화대응센터' 유치, 솔라시도에 '유럽마을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 우수영은 울돌목 스카이워크·명량해상케이블카 개통, 생활 속 역사 체험이 가능한 역사관광촌 조성, 유스호스텔을 지역특화형 친환경 숙박시설로 조성하는 등 새로운 활기를 띠면서 체류형 관광 랜드마크로의 새 전기를 맞고 있다.또한 땅끝을 찾는 관광객들의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고, 최근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체류형 관광 거점으로 황토나라테마촌을 '땅끝 해남을 리폼하다&
필리핀은 1960년대부터 기술혁신을 통해 획기적인 식량 증산을 달성한 녹색혁명에 성공했다. 1980년대에는 남아도는 쌀을 수출할 정도로 수확량이 늘어났다.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필리핀 정부는 쌀의 생산 증대보다 쌀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수입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었다. 농업 부문 투자는 절반으로 줄었다. 경작지는 감소했고, 쌀 생산은 정체되었다. 필리핀은 2000년대 들어 국제 쌀값 폭등의 직격탄을 맞았고, 지금은 세계 최대의 쌀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책 실패가 빚은 비극이다.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낙관적이지 않다.
송사에서 법의 부지(不知)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법령이나 법리를 모르고 있었다고 하여 그 적용을 피하거나 그 위반으로 인한 처벌이나 책임을 모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듣고 볼 수 있는 사례들이 있는 영역에서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혹시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정도의 생각은 할 수도 있다.필로폰 같은 마약은 섭취는 물론 소지하고만 있어도 처벌 대상임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성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음란물의 경우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물론 이러한 물건을 유포하는 행위라면 단순히 부도덕하다는 정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계절의 변화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도 같이 빠르게 느껴진다. 논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던 것이 마치 어제인 양 또렷한 영상으로 남아 있는데 벌써 새해 영농계획을 세우고 내년 농사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은 출구 없는 길을 걷는 것같이 어둡고 무겁기만 하다.올해 농민들은 치솟는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상승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는데 다가오는 새해에도 요소수 사태로 인한 비료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인한 여파 또한 우리 농
어렵고 힘들었던 2021년 신축년 한해도 저물어간다. 마지막 달인 12월은 그동안 희망을 안고 열심히 살아왔던 일을 추억해 보고, 다가오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의 새로운 포부와 희망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퇴직한 후에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배우면서 익힌다는 생각으로 올 한해 열심히 해왔다. 생활하면서 무슨 큰 실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쉼 없이 이런저런 일을 해 오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으라면, 퇴직 후의 새로운 직업이 된 농사의 기
화창한 봄날, 그리고 단풍 물드는 가을빛과 함께 열리던 지역의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다. 코로나19로 시행해온 거리두기는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활동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제약해 왔다.누가 뭐래도 축제는 직접 참여해야 재미있다. 세계화에 성공한 대부분 축제들은 참가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성공의 바탕을 두고 있고, 참여 관광객들의 사후평가 SNS 입소문을 통해 축제의 성공과 지속성을 좌우한다고 볼 수도 있다.지역 축제의 특성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업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그 지역 농산물 및 특산물에 독특한
이제는 도시의 넘쳐나는 청년이 농촌으로, 농촌으로 내려와야 한다. 지역소멸과 다양한 농촌 문제의 시작은 생산성과 창조성을 책임져야 할 청장년층의 부재이다. 한국의 농촌은 빠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농촌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농촌인구의 선별적 유출이 있었다.1990년대 이후 농가의 빈곤화와 함께 농촌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농촌인구의 급감과 노동력의 고령화 현상을 들 수 있다. 국내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46.4%이며, 실질적 면단위 마을의 고령화는 50%를 넘고 있다.이러한 고
대진표는 완성됐다. 여야 모두 대통령 후보를 확정하고 4개월간의 대선 대장정에 들어갔다. 국민은 또 다시 선택의 순간을 맞았다.성공한 대통령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통령제의 원조격인 미국을 살펴보자. 미국은 '대통령학'이라고 부를 정도로 연구가 깊고,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 또한 가혹할 정도로 매섭다. 2000년대 초 미국과 캐나다의 미국사 전공자 7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역대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평가가 이뤄졌다. 평가 분야는 지도력, 업적 및 위기관리 능력, 정치력, 인사, 도덕성 등 5개 분야.
변호사들이 일하는 법무법인의 업무는 법원의 재판절차에서 의뢰인을 위하여 소송행위를 대리하는 업무인 송무업무와 송무의 전후 단계에서 분쟁에 대한 대비 또는 예방을 위하거나 분쟁 상태에서의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하여 조언을 해주는 자문업무가 대부분이다.아무래도 법관 재직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은 민사사건의 준비서면 등이나 형사사건의 변론서 등을 작성하고 법정에 출석하여 변론을 수행하는 송무업무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사회의 발전에 따라 경제활동에서 필연적으로 초래될 수밖에 없는 법적 분쟁에 대한 사전 대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