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구약성경의 1권인 창세기는 야곱의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이집트(애굽)로 이주하고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인 요셉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2권인 출애굽기는 35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전후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야곱의 후손은 이집트에 정착한 430년간 200만 명 정도로 늘어나 하나의 민족을 이루게 된다, 출애굽은 이들이 이집트를 빠져나와 시나이 산에 이르기까지 과정이다. 헬라어 성경의 원제(原題)는 대탈출이란 뜻의 엑소더스(Exodus)이다. 엑소더스는 ex(밖으로)와 hod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매사에 세밀하고 철두철미한 업무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동아일보 기자 시절의 꼼꼼한 일 처리는 신문사 안팎에 익히 알려져 있다. 취재 현장의 메모장인 취재수첩과 기사를 작성한 원고지를 담당 데스크가 받아보면 완벽주의에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연설문에 꼼꼼하기 이를 데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가 작성한 취임사를 보고 한 번에 '오케이'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메모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그의 말처럼 기자 시절의 메모 습관은 여전히 몸에
우리나라는 1948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4회 하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전의 제10회 미국 LA올림픽(1932년)에 김은배·권태하(권투에 황을수 출전), 제11회 독일 베를린올림픽(1936년)에 손기정·남승룡이 마라톤에 출전했지만 일장기를 달고 뛰었다. 당시 나라를 잃은 일제 치하에서도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 대표 선발전에서 1, 2위를 차지하자 경성(서울)이 떠들썩했다고 한다.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서 줄곧 변방 신세를 면치 못하던 우리나라는 1976년 제21회 캐나다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
수목원은 각종 식물자원을 발굴해 전시함으로써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자연학습 체험장이다. 그래서 식물마다 이름표를 붙이고 일반인에게 공개한다.우리나라 수목원의 효시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서울대 수원수목원이다. 산림청이 조선 세조가 묻힌 광릉숲(경기 남양주·포천 일원)에 80년대 중반 조성한 국립수목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전남도가 만든 완도수목원도 난대림의 대표 수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수목원이 자연과 어울리는 힐링공간으로 주목받은 지는 오래다. 코로나19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자본력(?
제헌절인 17일(내일) 서울에서 결혼 예정이던 지인의 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결혼식 날짜를 부랴부랴 연기했다. 예식을 불과 1주일 남기고 갑작스레 발표된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예비 신부에게 날벼락으로 다가왔다.다행히 같은 예식장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개천절 대체휴일인 10월 4일로 날짜를 다시 잡았다. 결혼식 연기는 어찌 보면 당사자에게 불가피한 선택이다. 가족과 친지 등 친족만 49명으로 참석이 제한되면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에 친구 얼굴도 보지 못한다. 친족마저 예식장 참석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인천공항에서 미국 하와이나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시간은 반대노선보다 보통 2시간 정도 덜 걸린다. 런던을 오갈 경우엔 올 때 비행시간이 더 짧다. 이는 비행고도인 9~10㎞의 상공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정하게 부는 편서풍인 제트기류라는 뒷바람을 타고 가기 때문이다.제트기류는 지구의 자전과 위도별로 차이가 나는 대기의 가열로 생긴다. 제트기류의 속도는 극지방과 열대의 온도 차가 클수록 빨라진다. 그래서 여름보다 겨울철에 훨씬 더 강한 바람이 분다.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방에서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고루 섞어 순환시킴으로써 기온을 조
80년대와 90년대 대학가는 민주화 운동과 교육투쟁(등록금)으로 혼란기를 겪었다. 희뿌연 최루가스와 돌멩이가 시위 현장을 지배했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진압에 나선 전경(전투경찰)은 또래이다. 돌멩이와 화염병, 최루탄, 방패 등이 뒤엉킨 전장에서 맞선 젊은이의 모습은 시대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시장이기도 했다.당시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하는 임무를 맡은 백골단이라는 별칭을 가진 사복중대가 악명을 떨쳤다. 대오를 맞춰 진압하는 일반 전의경과 달리 이들은 가벼운 복장으로 종횡무진 누비면서 시위대를 흩뜨려놓았다. 백골단(白骨
대흥사를 찾으면 경내로 들어서기에 앞서 피안교 아래 유선관을 먼저 만난다. 천년고찰 대흥사와 100년이 넘는 역사의 전통 한옥여관 유선관은 불교에서 일컫는 인연(因緣)으로 맺어진 듯하다.크게 흥한다는 뜻의 대흥사(大興寺)는 근대 이전까지 대둔사(大芚寺)로 불리었다. 대흥사 창건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경내 삼층석탑의 제작 연대로 미루어 늦게 잡아도 통일신라 말 이전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를 이은 고려가 918년 세워졌기에 대흥사는 100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천년고찰이라고 한다.대흥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로 해남 미
주변에서 가끔 "○○ 국민학교를 졸업했다"는 표현을 듣는다. 자신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나왔다는 말이다. 초등교육기관은 일제 강점기 보통학교, 소학교(일본인 자녀)에서 심상소학교를 거쳐 1941년부터 1996년 2월까지 국민학교라고 불렀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독일어에서 따왔다고 하더라도 일제 전체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1996년부터 초등학교로 변경된 것을 따져보면 현재 서른여덟 살 이상은 '국민학교 졸업생'인 셈이다.예전에 '쌍팔년도(雙八年度) 군대'라는 말도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가혹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가 1947년 발표한 장편소설 '페스트'는 전염병이 창궐한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해변도시(오랑)를 무대로 1년간의 절망에 빠진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다. 봉쇄된 도시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도 자신과 무관한 일로 여기는 방관형(도피형), 신에게 기대는 초월형, 적극 대응에 나서는 참여형(반항형) 등 여러 군상(群像)이 묘사된다. 작가는 절망과 부조리의 현실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의연히 맞서는 것이 진정한 '반항'이며, 인간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한다.페스트는
많은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영화배우를 흔히 '은막의 스타'라고 한다. 은막(銀幕)은 영화의 화면이 비추는 영사막으로, 영화계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예전에 화상이 밝아지도록 빛의 반사율이 높은 하얀색의 도료를 칠한 데서 유래한다. 실제 은이 사용되기도 했다.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지난 4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제93회 아카데미(일명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74살의 나이에 한국이 이제껏 명함도 내밀지 못한 세계 최고의 '은막의 스타' 반열에
10년 전 출간된 '만약에 한국사'(김연철 등 4인 공저)는 100년의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장식한 34건의 결정적인 순간에 가정법을 대입해 '가지 않았던 길'을 묻는다. 저자는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다지만 우리가 갈 길을 내다보는 데 중요한 의미를 던져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5·16 군사 쿠데타가 불발되었다면', '일본에서 납치된 김대중이 암살됐다면' 등의 역사적 사건과 이슈를 다뤘다. 저자는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지 않았다면', 즉 10·26 사건이
작년 이맘때 해남 마산의 한적한 시골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남편이 자신이 몰던 승용차로 아내의 차를 정면충돌해 아내를 숨지게 한 사고였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지난달 남편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들 부부는 당시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3개월 가까이 별거 중이었다. 남편은 상습 폭행 등으로 법원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으나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만나려고 했다.사고 당일에도 헛걸음을 하자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뒤, 마침 맞은편 차선에서 낯익은 아내의 승용차를
'보리'라는 이름의 딸을 둔 지인에게 무슨 사연이 있느냐고 물었다. 들녘에 펼쳐진 푸른 보리밭의 풍경이 가슴을 확 트이게 하면서 서정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고 했다. 이때 감동이 첫째 아이 이름을 무조건 '보리'로 작정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 딸은 지금 '들녘의 보리밭과 동떨어진' 서울에서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저녁놀 빈 하늘
요즘 풀뿌리 민주주의, 곧 주민자치회가 화두이다. 비단 해남뿐 아니라 전국에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속속 전환되거나 곧바로 주민자치회가 출범하고 있다.해남에서는 14개 읍·면 가운데 북일면 주민자치회가 지난 22일 첫 출범한 데 이어, 창립총회를 마친 삼산면이 다음 달 13일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북평면도 지난주 주민자치회장 선거를 치렀고 연내 계곡, 황산면에 이어 내년까지 나머지 9개 면에서도 주민자치회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말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주민자치회 조항(설치 및 운영 근거)이 빠지면서 '
2년 전 한 공중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 로 세 가지 사례가 소개된 적이 있다.자판기에 손 넣고 기다리거나 승강기 닫힘 버튼 계속 누르기는 흔히 예시되곤 한다. 또 하나로 소개된 게 카드 결제 서명을 대신하는 것. 외국인에게 급하거나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하는 대리 서명이 꽤 이상하게 보인 모양이다. '빨리빨리'는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고, 해외 관광지에서도 현지인이 가장 잘 알아듣는 한국말이라고 한다. 입에 달고 살아왔기에 이런 이야기가
'씨름은 영남, 바둑은 호남' 이라는 말이 있다. 60~70년대 모래판을 주름잡은 김성률(작고), 80년대 출범한 프로씨름계를 '이만 가지 기술'로 호령한 이만기, 혜성같이 나타나 전성기에 돌연 은퇴, 예능 분야로 행로를 바꾼 강호동이 모두 영남이 낳은 걸출한 씨름선수이다.우리나라 바둑은 해방 이후 70년 이상 5명의 호남 출신이 1인자 계보를 이어왔다. '한국바둑의 아버지' 조남철(부안), '영원한 국수' 김인(강진), '바둑황제' 조훈현(영암), '돌
이양하(1904~1963)는 수필 '신록예찬'에서 5월을 이렇게 노래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서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색하게 하는 '신록예찬'은 수필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중고교 교과서에도 수록돼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영화 '이장과 군수'(2007년 개봉)는 사사건건 맞서는 군수와 이장의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초등학교 시절 단골 반장을 지낸 노총각 조춘삼(차승원 분)은 얼떨결에 최연소 마을 이장에 선출되고, 만년 부반장만 하던 이대규(유해진 분)는 최연소 군수에 당선된다. 20년 만에 인생이 역전된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면서 '딴지걸기'가 시작된다.대규는 어린 시절 당한 기억에 '군수 감투'의 생색을 더 내고, 춘삼은 자존심을 못 버리고 맞서기만 한다. 방사성 폐기물 유치 문제로 대규가 군수직을
해남시민사회단체가 어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5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성명에서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종식되고 평화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는 연대 인증샷 캠페인과 모금운동도 해나가기로 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이 41년 전 광주와 해남 등 전남 일원을 무대로 한 5·18민중항쟁과 시공(時空)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과정으로 진행되면서 동병상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와 미얀마의 현대사에서 정치군인들의 궤적은 일란성 쌍둥이를 떠올린 만큼 닮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