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23일 현재 누적 확진자 수가 60만 명에 육박했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감염자도 전국적으로 230명을 웃돌고 있다. 코로나19가 온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고통을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저소득층, 실업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전국에서 청정지역으로 대표되는 해남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필자도 팬데믹 이전까지는 귀촌 이후의 자유로운 생활에 대해 자부해왔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로 멈추어버린 일상은 피할 수 없었다
"새로운 세계를 얻고자 하는 자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헤세)는 말이 있다. 결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매 순간. 그것이 인생이란다. 그래서 "인간이 존경스럽다면, 그것은 매 순간 결단하기 때문이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우리는 결단하지 못하고 칭칭 얽힌 실타래를 푼답시고 어영부영 살다가 대부분 그렇게 떠나간다. 묘비에라도 그걸 깨치고 쓴다면 다행이다.결단하기 위해서 우리는 낯선 길을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침묵할 것이다. 익숙한 길 위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떠들
지난 9월 초, 무료 요리강좌인 '소소한 쿠킹 클래스 시즌 2'에 참여했는데 생강을 갈아 즙을 내고 동량의 꿀과 섞은 후에 중약 불에 오랫동안 가열하는 방법인 새로운 생강청 만들기를 배웠지만 그것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그런데 바로 며칠 전, 남편이 농사지은 생강을 한 자루 가져왔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생강청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조각조각 떼어내 흙을 씻어 내고 있자니 생강을 캐던 날들이 떠오르며 고생한 남편이 새삼 고마웠다.남편은 마늘과 생강의 주산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그 작목을 재배하고 있다
얼마 전 땅끝권역의 마을들을 다녀왔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자연자원을 조사했지만 주로 마을숲과 수목을 살펴보았다. 마을숲은 산림임업사전에 산림문화의 보전과 지역주민의 생활환경 개선 등을 위해 마을 주변에 조성해 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전통적으로 마을 사람들의 삶과 관련하여 마을 주변에 조성되어 온 숲이라는 것이다. 마을숲은 대부분 방풍림처럼 사람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보완하여 실한 곳으로 바꾸려고 하는 방법인 '비보'가 목적이기도 하다.땅끝관광지 산책로의 시작지점인 땅
종종 시골 동네를 돌아본다. 오후의 햇살이 드리운 양짓녘은 고요함이 짙게 배어 있는 유화 같다. 이즈음 어느 동네이건 고즈넉하다.간간이 허리 굽은 노인네가 집 근처 밭에서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움직이고, 묵힌 밭을 점령한 갖가지 풀들이 날리는 씨앗에 햇살이 반짝거리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평화롭기까지 하다.골목에 들어서면 한결 을씨년스럽다. 예스러운 흙담벽에 담쟁이가 가을을 머금고 붉거나 누렇게 멈춰있기도 하고, 그 한쪽을 시멘트를 발라 희비덕덕한 곳도 있다.보려고 한 것은 아닌데도 집 마당엔 풀들이 잔뜩 들어와 삶의 흔적들을 분해하고
해남에서 정착하기 위한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는 단연코 자연환경을 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농경지가 넓은 편이고 온화한 기후를 가져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다. 그 덕택에 14개 읍·면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마을마다 일거리가 있어 일자리 찾는 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요즘의 농촌은 마을마다 고령화 이슈가 골칫거리이다. 고령화 때문에 늘 일손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조금이라도 나이가 젊은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다.따라서 농촌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귀농·귀촌할 사람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환경에 직면했다. 다행히 농사일도
가을이 다 갔다. 스산한 들녘에 남은 건 곡식을 거두고 남은 볏단과 깻대, 콩대 등이다. 옛날에 논에 떨어진 낟알들로 들짐승과 새들이 겨울나기를 했다. 지금은 콤바인이 지나간 자리에 깨끗하게 훑어진 볏짚만 남는다. 볏짚조차도 남김없이 비닐에 싸여 축사로 옮겨진다.코로나19 국민재난지원금의 해남 수급 비율이 신안 다음으로 높았다고 한다. 물산이 풍요롭다고 하지만 국가 표준으로 보면 소득이 낮다는 말이다. 소득이 누락 되어 세금으로 판정된 표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여간 길거리에 거지도 없고 극빈층도 없는 지역이다. 인심이 메마
며칠 전 어떤 코미디 쇼보다 더 재밌었는데 끝나서 아쉽다는 웃픈 댓글이 많았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회가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통령이 되려고 나온 사람들의 토론 내용은 저질이었고 그들의 말은 저급했다. 정책토론이 아닌 타 후보나 이미 정해진 다른 당의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조롱의 말뿐이었다. '제발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품격 있게 정제된 언어로 말해 봐.' 혼잣말을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른다. 매번 굳이 찾아서 봤는데 내내 부끄럽고 화가 나는 것은 시청자만의 몫이었을까. 그런
'한 달 살기' 열풍이 뜨겁다. 귀농 안착의 필수코스로 삼는 이, 코로나 피신의 수단으로 삼는 이, '한 달을 살아도 다르게'라는 여행 트렌드를 즐기는 이 등 다양하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교육체험농장 등 민간분야의 프로그램도 있다.심지어 제주도에서는 코로나 불황을 벗어나려는 펜션 등 여행업의 상품으로도 등장한다. 한 달 사용료가 38만 원이라는 광고를 쉽지 않게 검색할 수 있다. 매일 업로드하고 있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블로그도 인기가 많다. 특히 퇴직자들이 '쉼'을 위
오래 전 부모님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고향을 떠났었다. 달마산중에 태어나 참샘물을 먹고 자란 탓인지 늘 샘물 솟듯 향수가 뽀글거렸다. 어릴 적 떠났음에도 타향생활은 늘 이방인 티를 벗지 못했다. 달마산은 그리움이었고, 방학이라도 하면 곧장 달려들곤 했었다. 그래서였는지 그곳에서도 고향을 떠나 그곳으로 온 친구들과 교류가 많았다.그곳에서 대학을 다닐 때 고향 인근에서 유학 온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들과 향우회를 만들 정도였다. 향우회를 만든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 첫째는 향수였다. 또 다른 이유는 타지에 와서 쉽게 적응
해남의 가을은 고천암의 넓게 펼쳐진 벌판에서부터 시작한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황금 들녘은 해남의 가을에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올해는 태풍이 거의 없이 비가 적당히 내렸다. 일조량도 많아 병충해 피해가 적어 벼 작황이 순조롭다.벼 재배면적이 증가한 해남은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황금빛을 나타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재배면적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해남으로 전년보다 약 14.6%가 늘어난(2703㏊) 2만1170㏊에 달한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이다. 쌀 20㎏ 도매가격도 작년에 연평균 4만9872원에서
인간은 태어나서 꼭 죽는다는 불멸의 원칙이 있다. 이 불멸의 법칙을 무시하고 불사의 신이 되려는 인간들이 그동안 꽤 많았다. 그리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은 불사의 환영에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그것은 삶의 분명한 한 축이다. 피해 갈 수 없는 과정이다.죽음의 부작용, 죽은 사람이 누구에게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죽음에 이르는 당사자가 겪는 부작용을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오다가 죽음에 이르는 나이가 들었을 때, 죽음을 피하고자 부질없이 오래 살려
여성농민의 건강문제는 이미 나쁠 대로 악화됐다. 남편이 농사를 짓고 있는 송지면 삼마리는 20여 가구가 동네를 이루는 작은 마을이다. 필자가 처음 해남에 왔을 당시 사오십 대였던 아짐, 아재, 형님들도 이제는 모두 70대 중후반이거나 80대이다. 이제 내년이면 은수 아짐, 내장리 아짐과 요양원에 있는 대죽도 아짐도 90세가 된다. 또 90을 바라보는 아짐들이 줄을 잇는다. 이제 나이 90은 흔하다.그런데 20여 가구 중 다섯 집만 부부가 함께 산다. 중리 아짐처럼 귀촌한 아들과 함께 살기도 하지만 보기 드문 경우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지난해 초 농업기술센터의 '기후온난화 대응 새로운 소득과수 바나나재배단지 조성'사업에 응모해 처음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선정농가의 사업 반납으로 겨우 바나나 하우스를 지을 수가 있었다. 600평 규모로 정고 8m, 측고 6m의 비닐하우스인지라 일반 비닐하우스의 규모와 다르고 공법자체도 전혀 다르다.주변 농민들이 축사를 짓는 줄 알 정도로 철제 자재의 수량도 엄청나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렸다. 내재해 시설로 적설량 30cm, 초속 35m의 강풍에도 견뎌야 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영하의 날씨에도 시설하우스 안에는 20도의
막장이란 갱도의 막다른 곳이다. 갱도의 끝에 다다라야 석탄을 캘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막가는 인생을 막장 인생이라 부른다. 더이상 오갈 데가 없는 인생을 지칭한다. 갱도의 끝이 없으면 석탄은 캘 수 없다.그곳에서 일하는 광부는 최하층 인생으로 비하되어도 아무렇게나 막 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갱도의 끝에서 석탄을 캐서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고 자식 농사를 지었다.우리 인생의 막장은 어디인가. 죽을 때 들어가는 관인가. 그렇다면 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사라진 인생이다.끝에 다다르지 못한 인생, 꿈과 현실의 괴리가 클 것이다.
필자는 귀촌한 지가 10년이 지났지만 농사일에 관심을 갖고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일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힘들 때는 가끔 고천암을 중심으로 펼쳐진 넓은 벌판을 찾는다. 광활한 뜰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막혔던 가슴이 뚫리고 무언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는다.농사는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귀농·귀촌을 고려할 때는 바로 거주 주택과 농지를 구입하려고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임대부터 하는 것이 순서이다. 직접 농사일을 해보고 자신이 생긴 뒤에
9살 무렵 달마산 기슭을 떠났다. 부모님 따라 어쩔 수 없이 떠나기는 했어도 달마산은 나를 설레게 했고, 방학이면 늘 이 산을 찾을 정도로 특별했다. 그 어린 나이에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뭔가에 되게 끌렸던 모양이다.혹자들은 그런다. "그 나이에 무슨 생각이 있었다고?" 그래 뭐 대단한 생각이 있었을까마는 내게 달마산은 그리움을 키워주었고, 동시라도 쓰게 되면 이 산에 사는 나무나 풀이나 새들이 대상이 되곤 했다. 아마 이 시절의 정서가 글(비록 낙서에 지나지 않지만)을 쓰며 즐기는 삶으로 이끌지 않았나 싶기도 하
지난 해남읍 5일장 날, 운좋게(?) 코로나 백신 모더나를 1차 접종할 수 있었다. 전 주 접종자들은 모더나로 예약했는데 화이자를 맞았다고 했다. 모더나의 공급량이 정부가 예상한 만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화이자와 모더나는 EU에 납품하는 코로나 백신가격을 8월 초에 올렸다면서 다른 국가들에게도 도미노로 가격 인상이 우려된다며 가난한 나라들은 백신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고 주간경향이 보도했다. 다른 국가에는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될 것이니 코로나19로 횡재한 것 같은 제약회사가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재주는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행정기관의 문서에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몇 개월 전 최종 보고된 '2030 해남군 종합발전계획'에도 1부에서 4부까지 '기후위기 대응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소제목을 포함해 44개, 5부 사업계획에 81개 총 125개가 등장한다. 종합보고서 입수는 언감생심이고 대신 주민참여연구위원으로 활동한 덕택에 요약본은 받았다. 다행히 파일로 받은 PDF 파일을 검색한 결과다.사실 빅데이터라는 단어는 2013년 세계적인 스타인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의구심과 호
감히 신의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전파했던 프로메테우스, 제우스로부터 노여움을 사서 알코올 중독이 되어 간으로 고생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되는 프로메테우스, 그가 바로 인간의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간이 그립다.용감한 자만이 인간이다. 신은 용감하지 않다. 태생부터 용감할 필요가 없으니까. 인간은 용감한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원형을 보게 된다. 아담도 신이 만들어준 낙원에서 금지된 사과를 먹었기에 비로소 인간 대우를 받았다. 소소한 두려움에 자기를 잃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도 현재의 굴복을 한시적으로, 자위적으로 합리화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