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불교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중학 시절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뚜렷이 남는다. "기독교에서는 내가 신이 될 수 없고, 불교는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일견 그럴듯해 보여 뇌리에 남은 것 같다.기독교와 불교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구원'과 '해탈'로 구분된다. 이런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기독교는 '믿음', 불교는 '깨달음'의 길을 걸어야 한다. 여기서 믿음의 대상은 하나님이고, 깨달음의 주체는 자신이다. '으뜸의 가르침'이라는 뜻의
영화 '킹메이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선거 참모인 엄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DJ에 김운범(설경구), 엄창록에 서창대(이선균)가 재가공되어 등장한다. 이 영화는 20대 대선(3월 9일)을 40여 일 앞두고 개봉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해남시네마에서도 오는 22일까지 상영된다.영화는 김운범이 1961년 강원 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약재상 서창대와 선거 참모로 인연을 맺은 뒤 1967년 목포 국회의원 선거, 1970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유진산 총재와 DJ, 김영삼, 이철승 후보가 가명으로 등
농촌의 급격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일손 부족과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마다 춤을 추는 농산물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장단을 맞춰야 하는 고충도 있다. 이도 문제이지만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당장 필요한 일손을 못 구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그래서 "농사 못해 먹겠다"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나온다.해남은 전국 최대의 농군(農郡)이다. 우선 땅덩어리가 넓다. 해남의 면적은 1044㎢. 전남에서 압도적으로 넓을 뿐 아니라 1000만명이 산다는 서울 면적의 2배에 가깝다. 논도 많지만 좋은 기후 여건과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50대 이상이라면 어릴 적 농번기 풍경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80, 90년대 이전까지 농번기는 주식인 보리와 벼를 심고 수확하는 논농사로 바쁜 시기이다. 고추나 배추 등 양념과 반찬류인 부식(副食)을 생산하는 밭농사 일은 주로 아낙네의 몫이다. 남정네는 밭에 거름 뿌리는 정도만 거들었을 뿐이다. 밭작물에 손이 더 가더라도 숫제 '농사축'에도 끼지 못했다. 나홀로 밭일에 나서는 우리의 어머니들은 눈물도 많이 쏟아냈을 것이다.그 시대의 농번기는 보리를 베고 벼농사로 이어지는 5월 중순께 시작된다.
오래전 어느 초등학교 시험 답안지가 유머로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있다. '곤충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이란 문제에 '(죽) (는) (다)'라고 써냈다는 이야기이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이뤄지고 가슴에 세 쌍의 다리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곤충은 대략 80만 종에 달해 모든 동물 종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확인되지 않는 종을 포함하면 많게는 300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어 지구는 가히 '곤충의 행성'이라 할 만하다.곤충 중에 벌은 10만 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고,
새해 벽두 언론사들이 앞다퉈 쏟아내는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정치의 계절을 실감하게 한다.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앞서고 있다. 오차범위 안팎이지만 여론의 추이를 읽는데 어려움은 없는 듯하다. 광주지역 한 일간지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광주와 전남의 경우 이 후보에게 60%대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이대로 가면 실제 투표에서 또다시 90%가 넘는 몰표도 어렴풋이 상상된다.영국의 어느 정치인은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과 함께 통계(여론조사)를 세상에 있는 3개의 거짓말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은 아주 먼 옛날, 옛적의 이야기를 꺼낼 때 단골로 끄집어내는 표현이다. 어릴 적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의아하게 여겼다. 담배는 임진왜란(1592년)을 계기로 전래했다는데, '까마득한 옛날'이 고작 400년 남짓밖에 안 된다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까마득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가장 최근의 왕조(조선)보다는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최소한 고려나 삼국시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400년 전이라면 15대 할아버지 정도의 시대로 까마득하기는 하다
해남군청사 앞 군민광장의 엊그제 모습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시계열(時系列)의 현장이었다.가림막 너머에서 구청사의 막바지 철거작업을 알려주는 둔탁한 소리가 퍼져 나오고, 천막으로 만든 3개의 이동선별검사소 앞에는 몇몇 군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고 기다린다.코로나가 해남읍을 강타하자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마치 수험생처럼 걱정과 긴장감이 묻어있다. 하염없는 침묵에 터파기 소리만 무심하게 들려온다. 연말을 맞은 해남의 자화상이다. 조금 멀찍이 서 있는 성탄트리가 희망을 노래하며 이를 지켜보는 듯하다.해남군 옛
교수신문은 교수사회를 대변하기 위해 3개 교수 단체가 뜻을 모아 지난 92년 창간된 주간지이다. 교수신문은 매년 연말이면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처음 시작한 2001년의 사자성어는 오리무중(五里霧中). 깊은 안개 속에 들어서게 되면 길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무슨 일에 대해 알 길이 없다는 의미이다.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처음엔 그런대로 쉬웠으나 2004년(당동벌이·黨同伐異·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뜻이 같으면 한패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배척)부터 어려워졌다.
'조개 패(貝)'가 들어간 한자는 대체로 재물이나 어떤 귀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재화(財貨)나 화폐(貨幣), 임대(賃貸) 등이 그렇고, 그걸 나누면 가난(貧)을 뜻한다. 이는 고대 중국(은나라)에서 상인이 조개를 화폐로 사용한 역사에서 비롯됐다. 당시 바다에서 나는 마노조개는 내륙에서 아주 귀했다. 패의 한자도 마노조개를 본떠 만들어졌다. 한자의 화(貨)는 돈과 상품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돈을 매개로 상품을 구입하거나 상품 제공을 대가로 돈을 받는 것처럼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래서 조개 위에 붙은
전두환은 더 오래 살다 갈 줄 알았다. 90살이면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워낙 욕을 많이 먹은 탓에 덤으로 얹힌 목숨이 아주 끈질길 거라 여겼다. 하기야 한 살 아래의 노태우보다 2년 가까이 더 살았다. 두 사람은 바늘과 실의 관계이다. 전두환이 바늘이라면 노태우는 실이다. 육사 동기로 출발은 같았으나 군대의 숱한 보직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줄곧 뒤를 따랐다. 이런 전철을 밟은 노태우가 마지막에는 앞서갔다. 불과 28일 간격이지만 먼저 저세상으로 떠났다. 그것도 박정희가 시해된 10월 26일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박정희,
해남에는 미남이 있다. 세 돌을 갓 넘겼다. 두 돌과 세 돌을 맞이할 때 홍역을 치렀다. 홍역의 사전에는 '두 번'이란 없는데, 미남은 벌써 두 번의 홍역을 치러냈다. 코로나19라는 역병이 걸음마 단계에서 연거푸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올해로 세 번째 맞은 해남미남축제가 '해남에서 맛나요'라는 주제로 지난 주말 두륜산도립공원 일원에서 사흘간 펼쳐졌다.'미남'이라는 이름을 두고 여전히 말들이 오간다. 한쪽에서는 '미남'이 당최 와닿지 않고 낯설다고 한다. 하기야 1년에 한 번 만
네덜란드는 유럽의 강소국이다. 국토 면적이 영호남보다 좁고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규모는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다. 우리나라가 올해 10개월에 걸쳐 무역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8위에 올랐지만, 네덜란드는 8개월 만에 달성할 정도로 경제대국이다. 주식회사 제도를 만들어낸 나라이기도 하다.'네덜란드' 하면 풍차가 떠오른다. '낮은(Neder) 땅(Land)'이라는 뜻의 나라 이름이 말해주듯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다. 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인류가 지구가 아닌 천체에 첫발을 내디딘 사건이다.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인 1969년 7월 20일이다. 이를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 중 하나가 공기도 없는 달에서 미국 국기(성조기)가 왜 주름지고 펄럭이느냐는 것이다. 이는 사전에 볼품 있도록 깃대 가로에도 봉을 달아 펼쳐져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달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라고 했다.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지난 21일 누리호의 발사는 비록 '절반의 성공'이지만
국적을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는 '학적 불변의 원칙'이라는 피상적인 의미에 더해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학창 시절의 깊이가 내재된다. 인생의 방향타를 잡아주는 모교(母校)는 꿈의 산실로서 정신세계를 줄곧 지배한다.이런 모교가 사라져간다. 대도시에서 도심 공동화에 따른 폐교도 있지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농촌에서는 아주 흔하다. 모교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졸업생에게는 학교를 떠나자마자 모교가 사라진다.10년 전 해남에는 분교장 5곳을 포함해 27개 초
고향이 해남이라고 하는 지인이 있다. 그의 부친은 매년 새로운 임지로 부임하는 공무원이었다. 그는 초등 시절 부친을 따라 해마다 군 단위를 달리하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여섯 군데의 초등학교를 다닌 셈이다. 해남은 그에게 태어난 곳도, 영유아기를 보낸 곳도 아니다. 그에게 고향을 물어보면 해남이라고 한다. 이유는 두 가지. 부친의 고향이고 학창 시절 1년을 보낸 것이다.주변을 둘러보면 콕 찍어 고향이라고 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성장기에 어느 한 곳을 정착지로 삼지 못한 때문이다. 이들의 고향은 애매하다. 반면 생
내일(9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1446년 9월 상한(上澣)에 반포했다'는 기록에 근거해 이를 양력으로 환산해 제정됐다.세종대왕이 시간여행으로 한글날을 찾아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엉? 1446년 반포했으니 575년이 흐른 게 맞긴 한데 한글은 뭐지? 훈민정음을 만들어 반포했는데…."그러면서 온통 처음 접하는 글과 말에 혼란스러움과 착잡함을 가질 것이다. 세종대왕에게는 시쳇말로 모든 게 '듣보잡'(듣지도 본적도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나 물건 등)이다.요즘 사람이
딱지치기, 구슬치기, 술래잡기(숨바꼭질), 오징어 놀이, 줄다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등. 1960~1980년대에 유년기와 초중등 시절을 보낸 40~50대 이상 연령층에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의 놀이다. 기억의 한 켠에는 초등학교 문방구 앞에서 연탄불을 이용한 즉석 과자인 달고나도 있다. 부모들은 설탕에 소다를 섞어 막대기로 휘저어 만든 달고나가 비위생적인 불량식품이라며 자녀에게 접근 금지를 당부하기도 했다.농촌을 고향으로 가진 중장년층 이상에게 이런 소중한 추억거리가 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되씹을수록 달콤하다. 집 앞마당, 골목
다소 오래된 일이지만 공직사회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 하나를 소환해본다. 편의상 '그'라는 3인칭을 붙인다. 그는 7년 전쯤 공직에서 물러나 지금은 야인이 되어 고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관선 시대인 90년대 초 40대 초반의 나이에 전남지역 두 곳의 군수를 지냈을 때이다. 군청 직원들의 관사 출입을 아예 금지했다. 그의 어머니를 통해 인사청탁이 들어오자 간부회의에서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관행이던 전별금도 일체 거절했다.민선 시대 들어 전남도청에서 국장(3급)으로 재직시 광주의 시민사회단체가 선정한 청백리
예전에 광주에 '우다방'이라는 게 있었다. 차 마시는 다방이 아니다. 한때 광주에서 가장 번화가인 충장로2가 사거리에 위치한 광주우체국(현 광주충장로우체국)의 애칭이다. '시원한 여름과 따뜻한 겨울'을 선사하는 우체국 객장이나 우체국 앞을 흔히 우다방이라고 불렀다.젊은 시절 광주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면, 나이 40대 이상은 누구나 한 번쯤 우다방을 이용했을 것이다. 개인 간 통신수단이 거의 없던 70~90년대에 '시내에서 만나자'고 하면 선뜻 떠올리는 약속 장소가 바로 우다방이다.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