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창간 76주년을 맞아 내놓은 기획기사 중 '기렉시트'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기렉시트는 기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기레기'와 출구를 뜻하는 '엑시트'의 합성어로, 기자들의 전직을 뜻한다.경향신문은 그 원인을 언론사가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에 실패했고,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첫 번째로 지적했다. 두 번째로 언론이 고소·고발 당사자가 된 상황을 되짚었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파문에 따른 MBC 검찰 고발, 국회의원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한 기자에 대한 법적 대응
명량대첩축제를 취재하던 중 유난히 따사로운 가을볕을 피할 겸 우수영관광지내 판옥선 그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한 무리 외국인들도 이순신 장군상을 본 후 볕을 피하려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외국인들은 명량대첩축제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이들은 독일, 영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로 그중 독일 학생의 한마디가 머리를 울렸다."Soulless." 의미는 '삭막하다, 마음에 끌리지 않는다란 말로 요즘 유행처럼 말하는 '소울(Soul)'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
아주 어렸을 때 시골을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맡게 되는 냄새를 두고 어른들은 '시골의 향기야, 괜찮아'라고 말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더이상 시골의 향기 같은 것은 없게 됐다. 땅값이 싼 농촌에 폐기물업체와 퇴비공장이 몰려들고 노후화된 축사와 돈사가 여전히 농촌환경에 자리하면서 시골의 향기는 향기가 아닌 악취가 됐다.수십, 수백 년, 수 대에 걸쳐 생활해온 시골마을 주민들도, 그리고 새 활력을 위해 도시에서 귀농, 귀촌한 사람들에게도 악취는 생활행복권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젯거리가 됐다.해남에서도 곳곳에서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농협 등의 벼 창고마다 재고가 가득 차 이대로라면 신곡의 수매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다. 농민들은 정성껏 키운 농작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팔 수나 있을지 근심만 쌓여간다.지난해 해남의 벼 재배면적은 2만1170㏊로 전국 최대 규모이다. 올해도 1.1% 감소한 2만944㏊로 전국의 2.9%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농군이라 할 수 있다.쌀 작황과 수매가 등 농업 경기는 해남군 지역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전 면지역은 농민 소득에 따라 다방의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할 정도였다.하지만 국
얼마 전 인기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공연장이 바뀐 사건이 있었다. '공연장이 변경될 수도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소셜 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가 협력해 관계 당국을 움직인 아주 드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내용은 이렇다. BTS가 부산 기장군 특설무대에서 무료 콘서트를 한다고 밝혔다. 엄청난 관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고, TV와 신문은 인근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을 일제히 보도했다. 레거시 미디어가 악덕 숙박업소에 초점을 맞출 때, 특설무대에 직접 다녀온 팬이 콘서트 장소
지난 5일 해남지역자활센터에서 만난 이윤택 씨. 센터에서 몇 번의 설득을 거쳐 그와 인터뷰할 수 있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집에 숨어지내다 청년도전사업단을 통해 세상에 다시 나온 그다. 인터뷰에 응하는 자체가 사람 만나는 걸 싫어하고 부정적 생각만 하던 그가 많이 변했다는 반증이라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한참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사무실 안이 더웠는지 그의 티셔츠가 젖어 있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더우니 에어컨 틀자고 편하게 말할 수 없는 쑥스러움과 순수함이 아직 그에게 남아 있어서이다.은둔형 청년은 새로운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로 폭락하고 소비부진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촌은 신곡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 재고쌀이 창고마다 가득 차 신곡에 대한 수매 대란까지 우려되고 있다.이렇다 보니 농작물을 키워야 할 농민들이 또다시 아스팔트 위에 섰다. 지난달 29일 전국의 농민들이 서울에 모여 농민 총궐기 대회를 갖고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농민들의 요구대로 2021년산 재고미에 대한 전량 시장격리, 2022년산 신곡에 대한 선제적 시장격리에 따른 쌀값 보장, 쌀 수급에 실패한 양곡관리
최근 SNS에서 '반값 치킨'이 화제다.반값 치킨이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6000원대 치킨인데 '오픈런'을 해야 살 수 있는 '희귀템'이 되고 있다고 한다. 12년 전 골목상권을 해친다는 오명을 쓰고 쫓겨난 '통큰치킨' 경우와 상반된다. 배달비를 포함한 치킨값이 무려 3만 원에 육박하면서 마트 치킨은 고물가 시대에 역행하는 핫 트렌드가 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체 할인 행사를 강화하는 등 반격에 나섰지만, 워낙 가격 경쟁력이 없다 보니 신통치 않아 보인다.외신에서도
해남군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보수를 받고 있는 영리사업체 대표나 관계자인 것으로 나타나 이해충돌 시비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몇몇 직종을 제외하고 겸직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일부는 4~5군데에서 겸직을 하고 보수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의원도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민들은 '저렇게 많은 겸직을 하고 있으면서 의정활동이 가능하겠나', '군의원이 단순히 명함용이나 취미활동이구만', '이해충돌 시비가 불가피할텐데 앞으로 시끄럽겠다' 등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해당 의원들은 법에서
해남군이 공룡화석지 내 기존의 조류생태관을 어린이 공룡과학체험관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20여 년간 대규모 투자만 벌써 3번째다.조류생태관은 지난 2003년 18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됐다. 하지만 찾는 이 하나 없어 방치되다시피 하다 활성화를 위해 2010년 또다시 20억 원을 들여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황새알의 부화 모습을 상징화해 외관을 디자인하고 갯벌과 조류 등에 대한 설명패널이 전시됐다. 하지만 패널 전시만으론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해 여전히 외면받아야 했다.2016년에는 실제 조류를 볼 수 있도록 하고자
뉴욕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들이 '내가 틀렸다'(I Was Wrong About…)라는 주제로, 과거 칼럼에 스스로 잘못된 점을 밝히는 기획에 참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코너에 8명의 '정정' 칼럼을 게재했다.이 코너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언론이 먼저 모범을 보인다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한다.뉴욕타임스는 "양극화의 시대, 확증 편향을 확대하는 소셜 미디어 속에 점점 빠져들어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자신이 틀렸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일이
열정페이는 무급 또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로 그동안 청년 취업난을 빗대 각종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그런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도 열정페이를 강요당하고 있다. 착취라는 표현은 그렇지만 그만큼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와 교육, 건전한 놀이 제공 등 아동의 건전 육성을 위해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2의 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학원도 없고 특히 갈 곳이나 놀 곳도 없는 면 지역의 경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열악한 여건에도 지역
모처럼 어제 새벽 해남에 비가 내렸지만 가뭄을 해갈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해남지역은 올해 들어 유독 비가 내리지 않아 하늘을 바라보며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들의 속까지 태웠다. 지난해에는 시간당 최고 110㎜까지 내리는 등 이틀간 392㎜의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상 현상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올 5~6월 해남지역 강수량은 72.5㎜로 전년보다 133.7㎜가 적었다. 낮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가는 때 이른 폭염으로 농작물의 이상 생육과 병해충 발생 등 피해가 우
오랜만에 친한 형과 가진 술자리에서 요즘 자신의 유일한 취미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는 푸념을 들었다. 가게가 쉬는 날이면 해남 곳곳을 누비며 낚시를 하는 게 낙인데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가 다 말라 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논에 물대기를 하는 농민이나 가축을 키우는 축산농가의 경우 가뭄과 폭염이 얼마나 크게 느껴질지 한숨 섞인 대화가 오간다.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경우 극심한 가뭄에 산불까지 발생했고, 유럽 남부 강들은 메말라가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의 한 도시에서는 물 낭비를 막기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두 번 감기면 한화로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고 동네 놀이터가 관광 아이템이 된 도시. 순천의 기적의 놀이터를 두고 하는 말이다.지난 2016년 기적의 놀이터 1호를 연 데 이어 현재 7호까지 만들어졌다. 기적의 놀이터는 기존의 틀에 박힌 시설물 위주에서 벗어나 전문가와 학교, 어린이들, 주민이 함께 기획하고 이들의 생각을 설계에 직접 반영해 색다름과 특별함을 추구했다. 또 대부분 아파트나 상가 중심지 등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만들어졌다.1호는 놀이기구 없이 자연소재인 돌, 통나무, 언덕, 잔디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언덕을 한참 올라간
일주일 뒤인 오는 7월 1일이면 제9대 해남군의회 전반기를 이끌 의장단이 구성된다.9대 군의회는 11석 중 민주당이 9석을 차지해 사실상 민주당 내부 협의만으로 군의회의 모든 사안을 처리할 수 있는 독점 구조가 됐다. 아무리 진지한 논쟁을 하더라도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투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렇다 보니 9대 군의회는 내부에서 민주당을 감시·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의 견제 장치는 2명의 무소속 의원의 몫이다.의장과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 선출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 소속 9대 해남군의회 당선인
지난 12일 한 방송사가 주민들에게 외면받는 지역신문의 현실을 다룬 짧은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서울시 25개 구에서 지역신문에 지출한 예산이 32억 원이 넘는데 정작 주민들은 신문을 알지 못하고, 지자체에서 제공한 자료로 만든 기사들에 시민들의 관심도 멀어졌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무료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가판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10분 남짓한 러닝타임에 지역신문에 대한 많은 내용이 담길 수 없어 아쉬웠다. 서울지역에 집중된 탓에 자칫 지역신문에 대한 오해의 시선이 걱정되기도 했다. 방송은 지자체에 비판 기사를 쓰는 언
공무원은 참 어려운 직업이다. 잘해야 본전이고 아홉을 잘하다가도 하나 잘못하면 난리가 난다. 민원은 넘쳐나고 제때 처리가 안 되거나 말도 안 되는 민원을 받아주지 않으면 생떼를 쓰거나 오히려 '갑질이니', '일을 안 하네' 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직업이 공무원이고, 공무원은 국민(군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자리이니.지난 4, 5일 화산에서는 배수갑문에서 바닷물이 역류해 농경지 침수 피해가 났고 지난달 말쯤에는 해남천에서 관로가 터져 오폐수가 유입되는 사고가 났다.바닷물
기초의원은 주민의 대표로서 자치단체가 일을 잘하도록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해남군이 편성한 예산을 심의해 통과시키거나 삭감하고, 행정사무감사와 조사를 통해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는다.특히 각종 정책의 기초가 되는 조례에 대한 제·개정 권한도 갖는다. 아무리 해남군이 주민을 위해 조례안을 마련해도 군의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조례는 실행되지 못한다.이 같은 막중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군의원을 뽑는 선거에 지역내 관심이 너무 떨어져 아쉬움이 든다.이번 지방선거는 도지사·교육감·군수·도의원·군의원 등을 뽑았다. 우리 지역으로서는 대
2009년 5월 23일, 토요일이고 날씨는 맑았다. 오전 10시 무렵 TV를 켰을 때 충격으로 할 말을 잃었던 그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하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아니나 다를까 선배 PD한테 호출이 왔고, 부랴부랴 촬영 장비를 들고 경남 봉하로 향했다. 가까운 정치인들을 정신없이 인터뷰했고, 월요일에 올라와 영상을 편집해 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영정 앞에 놓여 있던 그 담배를 피웠다.사람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을 때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을 '섬광기억'이라고 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