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이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에 대한 걱정이 여기저기 쏟아진다. 머잖아 소멸될 거란 우울한 예측도 나온다. 사람들은 걱정한다지만 그저 걱정할 뿐이다. 대책이 없다. 정치권이든 지역행정이든 도대체 감을 잡지 못한다.어려울수록 기회가 많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기회만큼 탈도 많다. 지금 한국은 올드 보이들의 천국인양 쾌재와 한숨이 뒤엉킨다. 낡아도 너무 낡은 올드 보이들이 정치권과 정부의 행정을 장악하고 있다. 거기에 젊은 꼰대들 일부가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 젊은 꼰대들은 좌충우돌하다가 소모품으로 버려지기도 하는데, 젊은 꼰
최근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도 해남은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추세이다. 먹거리의 대명사인 발효식품의 중심지로 우뚝 서는 등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명소로 거듭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해남은 우리나라에서도 고온 다습하고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한 청정지역으로 도시에서 이주하여 살기 좋은 터전으로 인정받기에 손색이 없는 고장이다. 해남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미남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4회째 열릴 예정으로 대흥사의 두륜산 도립공원에서 매년 농수산물 수확시기에 맞춰 개최하는 음식 축제이다. 미남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정부가 무너졌고, 온갖 적폐가 일시에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의 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물러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쏘아야 했던 공정과 정의의 칼이 제대로 작동한 시절이었다.그런데 1% 미만의 믿기 힘든 표 차이로 대통령이 바뀌면서 어이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반복되고 있다. 권력을 잡은 자신들이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을 못 하는 아주 뻔뻔한 거짓말을 일상화하고 있고, 무속인의 말을 신
우리집은 안방 발코니에 세탁기와 건조기의 자리가 있다. 그런 까닭으로 발코니에 종종 마른 세탁물이 널브러져 있고 때때로 욕실에 마른 수건이 떨어져서야 빨래를 갤 때도 있다. 밀려서 하는 일이니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난다. 빨래를 개어주는 기계가 나오기만 하면 그것부터 사리라 또 다짐하면서 양말을 개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대상포진에 걸려 입원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대상포진은 좋아지고 있는데 약이 독해서 그런지 멀쩡하던 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독성,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는 명제는 참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휴양이나 관광목적의 여행이 아니라 엄청난 재난·재해가 일어난 곳이나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신조어를 만들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흑역사 여행이라 한다. 블랙 투어리즘이라고도 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역사교훈여행'이라고 순화해 표현했다.세계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현재 박물관으로 바뀐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폴란드에 있는 이곳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이 학살당했다. 생체실험실과 가스
김누리 교수(중앙대)는 한국 사람들이 형용모순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검은 백마'가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 상황을 누리고 있고, 국제 위상도 날로 높아간다.그런데도 이 사회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한국은 3050클럽(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한 세계 7대 경제대국이다. 그런데 자살률은 해석이 어려울 정도로 높다. 특히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뒷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잣대다. 소득 상위 1%가 가진 부의 비율이 전체 인구
농민은 가족 노동을 기반으로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데 종사함으로써 생계를 영위해 나가는 사람들이다. 또한 생계 활동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농업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다.누구나 알 수 있는 농민의 개념이지만 귀촌해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필자에게는 올해가 새삼스럽다. 모든 농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풍작을 이룰 줄 알고 있었는데 강력한 태풍 '힌남노'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히고 지나가 걱정스럽다. 이렇게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상이 일 년이면 몇 차례씩 일어나곤 한다.우리나라의 농민들은 과거 박정희
원불교 경전에 불가마에 올려진 솥을 말하는 대목이 있다. 물이 끓는 솥을 식히려고 찬물을 부으면 잠시만 식다가 다시 끓는 일을 우리는 어리석게 반복하면서 살고 있다고. 불을 꺼야 제대로 식는데도 솥만 바라보면서 물을 계속 부은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근본을 보지 못하니 어리석은 짓임을 모르는 인생을 산다는 뜻이다.이해하기 아주 쉬운 경구이지만 사실 우리 인생이 대부분 그렇듯 어리석음의 범벅인 듯하다. 모자람을 채우고 또 채우다가 끝에 다다르는 인생, 근본을 보겠다고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또 시작하다가 끝에 다다르는 인생, 그
필자는 해남에 대한 소식 대부분을 '해남소통넷'을 통해서 얻는데 얼마 전에는 아주 반가운 내용을 접했다. '해남군, 200만 그루 나무심기 탄소흡수원 확보한다'는 제목의 기사였다.해남군이 민선 7기 말 무렵부터 집중하는 정책 기조 중 하나가 친환경, 사회적 책임과 협치의 의미를 담고 있는 영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그런대로 익숙한 이에스지(ESG)인데 친환경 활동은 자원순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캔이나 페트병 등의 수집도 대단히 중요하다.그러나 우리 대부분이
가끔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기에 애매한 명칭들이 있다. 물론 일부러 영어나 외국어를 쓰면서 전문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바이오블리츠도 그럴 것이다.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번개를 뜻하는 독일어인 블리츠(Blitz)의 합성어다. 블리츠는 2차 세계대전에 독일군이 보여준 전격전의 어원이기도 하다. 생물다양성 탐사 대작전으로도 불리는 일종의 생물종 조사 행사다. 생물다양성 보물찾기라는 이름도 멋있어 보이지만 생물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오블리츠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되는 생물다양성 탐사의 대명사로 쓰인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왜 아이가 묻지 않는지를 얘기해 볼까 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질문하는 걸 잊게 됩니다. 학부모님도 지켜보셨으니 알고 계실 테지만 초등학교 때는 이것저것 관심과 질문을 쏟아냅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며 그 빈도는 줄어들지요.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 간간이 질문을 합니다. 질문 습관이 약하게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죠.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질문하는 건 자칫 불온한 행위로 비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주는 대로 받아 적고 외우기를 습관화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질문으로 시간 낭비를 한다고 생각하죠. 또 다른 애들
필자가 사는 동네에서는 유두나 초복을 전후해서 마을여행을 떠나곤 한다. 일 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삼복이 그래도 농촌에서는 가장 한가한 날이기 때문이다.삼복은 흔히 초복, 중복, 말복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초복은 농촌에서 모내기가 끝나고 잠깐 여유를 갖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기이다. 농번기에 바쁜 일상을 달래고 피로에 지친 몸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을의 초복 관련 행사는 주로 부녀회에서 주관한다. 예전에는 마을 대동계가 있어서 큰 규모로 진행했지만 요즘은 농촌 인구가 줄면서 소수가 참여하는 부녀회와 청년회, 그리고 노인
"할머니, 이 집에 몇 분이 사세요?""보면 몰러? 나 혼자여.""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뭐라구?""할머니, 띠가 무엇이세요?""말띠여.""와, 곧 100세이시네요.""고향은요?""일본서 시집왔제.""그러시구나. 언제 오셨는데요?""해방되고. 혼자 왔제.""결혼은 언제 하셨는지 기억나세요?""몰러.""몇 살 때 시집가셨어요?""해방되고 이렇게 저렇게 살다가 글씨 더운 여름에 고모부한테 끌려가서 군인 얼굴 한 번 보고 그렇게 방에 갇혔지.""그때가 스무 살 때쯤일까요?""전
영상에서는 한 여자가 길거리에서 담배꽁초를 줍고 있었다. 그녀는 버려진 담배꽁초가 하나라도 있는 곳은 곧 담배꽁초의 무덤이 된다며 깨진 유리창 이론을 언급했다.해리 512번지는 골목 안, 허물어진 집터였다. 세월이 흘러 풀이 자라면서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곳에 여러 종류의 꽃을 심었더니 쓰레기가 현저하게 줄었다. 쓰레기에 관해서라면, 깨진 유리창 이론을 극복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계속된 가뭄을 겪으며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하는 올해와 같은 날씨에 물을 줄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없는 해리 512번지에 심은
안녕하세요? 오랜 가뭄 뒤 장맛비가 '내린 듯 만 듯' 합니다. 그 가뭄은 우리 이웃들의 속을 마르게 하고 속이 갈라지는 고통을 주기도 하였죠. 우리가 늘 그 고마움을 잊거나, 함부로 대하거나, 심지어는 파괴하기도 하는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학부모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주십시오. 어떠셨습니까? 돌이켜 보니 만족스러우신가요? 만족스러운 분은 참 복 받은 분일 겁니다. 제 짐작으론 대부분 학교생활이 어려웠을 겁니다.학교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설이 조금 좋아졌다는 것과 학급당 학생 수가
한달살이라는 용어는 특정 지역에서 한 달 이상 장기체류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서 도시생활에서 변화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한달살이는 기존 삶의 방식을 모두 버려야 하는 부담이 없으면서도 현지 주민이 된 느낌을 갖고 생활할 수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주춤했으나 요즘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달살이를 하기 위해 떠나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달살이는 그동안 제주도에 집중되었으나 사람들 사이에서 해남이 가고 싶은 지역의 하나로 조용히 떠오르고 있다.해남은 대표적인 청정지역으로 맑은 공기
어느 종교는 인간이 신을 닮았다고 한다. 나는 신이 인간을 닮아서 종교가 많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모두 다르듯이 신도 모두 다르다. 믿는 신이 다르니 종교가 다르고 많다.인간다움은 다름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종교다움은 다름을 존중하고 차별하지 않는다.미국 중심의 극우 기독교가 설파하는 증오는 넘지 말아야 할 정치 영역까지 넘어와서 그들이 지지하지 않는 반대 정파를 적대시하고 증오하라고 부추긴다. 정치의 영역은 보편성이 전혀 없는 이전투구의 판이다. 종교가 정치를 가까이 할수록 타락하고 부패한다.미국의 극우 개신교
며칠 전, 집으로 돌아오는 길가 논에서 가종하는 농부를 봤다. 예전에는 모내기가 끝나고 일주일쯤 지나면 어머니는 늘 논으로 출동 준비를 하고 오랫동안 출정했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주황색 물신을 신고 물속에서 흘러내릴까 녹색 노끈 허리띠에 물신의 고무줄을 묶고 가볍고 물이 잘 빠지는 선물용 플라스틱 과일바구니를 한 손에 들었다.그러면 아버지는 어머니와 같은 복장을 한 동네 사람 대여섯 명을 태우고, 논으로 가기 위해 경운기 시동을 걸었다. 어머니와 동네 아짐들은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며 모가 빠진 자리를 메꾸며 나아갔다. 그 때는
1805년생인 프랑스 정치철학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일찌감치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다. 3월 대통령선거가 끝나자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지역민이 부지기수다. 아마 자신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정부를 가질 수밖에 없는 절망 때문일 것이다. 6월 지방선거로 갖게 된 새로운 지방정부가 지역민들의 수준에 맞는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지역민들에게는 이번 지방선거만큼 맥 빠진 선거가 없었다고 한다.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순탄하게 재선을 노리는 도지사 후보의 선거운동은 형식 수준에 그쳤
고향 해남에 터를 잡기 전 이곳저곳 떠돌았다. 소위 '좋은 곳'도 몇 군데는 거친 것 같다. 그럼에도 굳이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이보다 나은 선택지를 찾지 못하였던 탓이다. 필자의 달마산 사랑이 심각(?)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어릴 적 떠났던 산을 해마다 찾아봐야 만족했을 정도다.이 산이 너무 좋다. 이곳에 터를 잡겠다고 했을 때 몇몇이 그랬더랬다. "그 깡촌 오지에 들어가 어찌 살겠다는 거냐?" 나는 늘 그랬었다. "달마산의 별이나 바람처럼 살지 뭐."그런 달마산인데, 입구인 현산면 월송마을에서 미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