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왔어도 봄같이 않다는 옛글이 어쩜 그리도 올 같은 봄을 두고 한 말인가. 봄이 지나도 한참 지나 곡우가 어제이고 여기 저기 깊은 산 낮은 골에 어지러이 꽃은 피고 새가 울어도 신명나지 않은 봄, 날씨는 오락가락 연일 궂고 게다가 엄습한 추위마저 우리의 마음을 주눅들게 한다.벼락치듯 갑자기 두동강 난 천안함 사건은 매
삽질은 "엉뚱하게 제 할일은 안하고 쓸모없는 일만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관용어로서 일반적으로 군대에서 상급자가 군기를 잡기 위해서 하급자에게 몸으로 때우는 행위를 시키는 것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주로 좋지 않는 뜻으로 쓰이며 삽질ㅇㅇ, 삽질하지 마라, 삽질 해봤자 소용없다 등등으로 쓰인다. 사람은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원치 않게
꽃 봄이 오면 누구나 꽃 구경 간다며 산 언덕이나 계곡을 찾아 나서 친지 가족들이 한데 모여 화창한 봄기운을 심장 깊숙이 채워간다.우리 집 케빈(오두막)앞뜰과 뒤뜰에도 겨울부터 피기 시작한 동백과 향내 짙은 개불알꽃, 노루귀, 홍매화부터 피기 시작하여 하얀 목련이 필 때까지 13가지의 꽃이 피면서 진다.나는 진달래꽃을 한 아름씩 꺾어들고 "봄이 오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끝없다.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 은하계 중 하나를 '우리은하계'라 부른다. 우리은하계는 다시 1000억 개가 넘는 별들의 집단으로 나뉜다. 바로 그 중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돌아 낮과 밤, 그리고 사계절을 구분한다. 너와 나, 우리인 해남 사람들은 이런 지구별 가족
그립습니다. 스님, 그곳에서도 무소유가 필요한가요!법정 큰스님, 당신이 떠난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추모의 숨결들이 따뜻한 봄바람이 되어 메마른 이 땅을 적십니다.스님께서 이 생의 수 없는 인연의 매듭을 훌훌 털고 저 먼 이승의 길을 떠나시던 날 당신이 태어나신 남도 땅, 해남의 산녘엔 수줍어 너무도 여린 애처로운 매화꽃잎들이 바람에 흩어져 버렸습니다.마치 조
모처럼 휴일 오후 딱히 할일이 없어 방에서 뒹굴다가 이러면 시간이 아깝지 싶어 아이들과 함께 동네에서 가까운 금강산에 올라갔다. 팔각정 계단 주위로 동백인지 춘백인지 꽃망울이 살포시 보이고 떨어진 꽃잎들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봄볕을 가득 담은 주위에 논과 밭에는 스멀스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겨우내 부대끼며 견뎌온 키 큰 억새들은 봄바람에 겨워 흔들거린
긴 겨울 2월 입춘을 시작으로 우수 경칩을 지나 우리 집 앞 뜰 노오란 수선화 잎과 꽃대가 옹기종기 섞어 솟아오르면서 언제 추운 겨울이 있었냐는 듯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자라고, 잡풀 사이엔 어리디 어린 개구리 새끼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어오른다. 긴 겨울이어서인지 올봄은 장마처럼 연일 흐리고 비가 내렸다. 봄 작물들은 곰팡이 병으로 작황을 걱정한다. 3
때늦은 귀성, 지난주에야 화산 검덕굴 아버님 묘소를 찾았다. 따지자면 '역귀성' 탓이리다. 미루다 광주에 방송 일정이 생겨 거기에 맞추었다. 그래서 불효다. 생전에도 불효했고 사후까지도 불효다. 때마침 봄비는 내려 비안개가 피어올랐다. 남녘의 푸르름은 겨울을 이겨냈...
남태평양 상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좀 떨어진 곳에 피지와 사모아 섬 근처에 투발루라는 조그만 나라가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곳은 조그마한 섬 아홉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면적은 약26제곱킬로미터이고 1만여 명의 원주민이 사는 나라이다. 수세기 동안 코코야자나무와 산호초...
얼마 안 있으면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 마당에 청매향이 그윽할 것이다. 겨울 달밤 금강스님께서 청매꽃잎을 녹차잔 위에 올릴 것이다. '코를 찌를 듯한 매화향(박비향撲鼻香)'이 벌써부터 그립다. 당나라 스님 황벽(黃蘗) 선사가 읊었다. '뼈를 깎는 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앨빈 토플러는 그의 유명한 저서 '제3의 물결'에서 문화의 주도권을 잡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고 했다. 문화는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동심뿐만 아니라 소비자 기호까지 바꿔 버린다. 멀티미디어를 통해 세계가 하나로 묶이는 21세기에는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문화의 주도권을 잡은 나라가 세계인의 감성까지 지배하
언젠가 사회 일각에서 아름다운 유서쓰기 운동 이란 것이 벌어지곤 했다. 죽기 전에 미리 자신의 뜻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앞으로의 남은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자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고 또한 이를 통해 사회가 더 맑고 깨끗해질 것을 기대 하는 운동이다. 시민운동가로 유명한 박원순씨는 자신의 유서를 공개 했는데 '자녀들은 돈이나 지위 이상의 더 큰 가치
'해남 사람'이라고 하면 '풋나락 물감자'라고 어릴 적부터 외지에 가면 고유명사처럼 들어왔습니다. 말하자면 놀리는 듯 깔보는 듯 덜 떨어진 듯 무공해 촌로처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다국적 식품이 전국을 전 세계를 독점하고 인스턴트 먹거리로 인해 비만뿐 아니라 각종 질병으로 많은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풋나락 물감자를 공짜로
반도의 동쪽 끝에는 정동진이 있다. 해돋이 축제가 열린다. 인천시는 지난 여름 중구 영종도의 왕산 해변을 정서진으로 정했다. 동해 일출에 대비되는 서해 낙조다. 해넘이 행사가 열린다. 이웃 장흥군은 정남진이다. 역시나 해돋이 축제가 있다. 스스로를 한반도의 배꼽이라 말하는 강원도 양구군에는 국토 정중앙 축제가 있다. 송지면 땅끝마을에서는 해남 땅끝해넘이&m
한 동안 루저 파문으로 온 나라가 들썩 거렸다. 못생긴 남자가 루저라고 했으면, 아마 주관적인 판단아래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비껴갔을 것인데, 구체적인 키를 루저의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의 공분을 샀고, 필자는 아빠, 우리 학교에서 제 아래로 하나밖에 없어요! 라고 말하는 막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영어에
길을 걷다 보면 참으로 사람의 걸음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길을 따라 한걸음씩 걷다 보면 그렇게 아득히 느껴지던 목적지에 다 와 있는 것이다. 시간의 발걸음도 이와 같다. 별로 특별한 것도 없는 평범한 날들을 하루하루 보낸 기억밖에 없는데 어느 새 한 해를 보내는 세밑에 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결국 길과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
12월이 되면서 여기 저기 작은 모임에서부터 큰 모임까지 잦은 모임 자리가 만들어지고 어느덧 2009년을 정리하고 있다. 거리에 하나 둘씩 켜지는 성탄트리를 보면서 흥겨운 캐롤송과 새하얀 눈을 기다리는 아이 같은 설레는 마음이 되어 보기도 한다. 올해는 신종 플루 때문에 우리에게 유난히 아픔이 많았던 시간들. 예전보다 달력을 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통일을 원할까? 가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지만, 정말 우리의 첫 번째 소원은 통일일까? 여기에 자신 있게 답할 국민은 몇이나 될까? 얼마 전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공부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듣고 퍼뜩 든 생각이다. 아이들에겐 거창한 동포애라든가 이산가족이 느끼는 고통이라든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요즘 아이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옛말이 있다. 가출한 자식이 나가서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집안의 어머니와 어딘가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집의 어머니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전자는 살아있겠거니 하는 마음과 다시 만날 기대 속에 살겠지만, 후자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새기고 그 상처 때문에 죽을 때까지 가슴을 앓으며 살 것이다. 아는 것이 병인 셈이다.사람은 심적인 존재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이란 매듭을 통해 삶은 성장한다. 역사에서도 시대의 길목마다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개인과 똑 같다. 나아가 자신의 선택에 끝까지 책임지는 인생은 성공은 못하더라도 최소한 실패하지 않는 것처럼 역사의 선택에 있어서도 선택의 주체세력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